조국 사라지자 호응도 사라진 법무·검찰개혁위

오문영 , 김태은 기자 입력 2019.11.01. 11:40

               
[the L]조국 사퇴 후 이어진 4차례 권고에 법무부 '묵묵부답'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검찰개혁위)는 지난달 30일 출범한 이래 9번의 회의를 거쳐 6개의 권고안을 제출했다. 한 주에 하나 이상의 권고안을 내놓은 셈이다. 반면 법무부의 반응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임한 이후 이어진 4차례 권고안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검찰개혁위는 지난 1일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라는 내용의 1차 권고안을 발표한 이래 △검찰에 대한 법무부 감찰권 실질화(2차) △법무부 등 탈검찰화(3차)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 기준위원회 설치(4차) △직접수사부서 검사 인원 및 내부파견 제한(5차) △대검찰청 등 정보수집 기능 폐지(6차) 등 권고안을 발표했다.

검찰개혁위의 성패는 법무부에 달렸다. 법무부훈령 제1114조를 근거로 설립된 검찰개혁위는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법무부장관에게 권고·제안'하는 데 목적을 둔다. 검찰개혁위는 자문기관의 성격을 가지며 권고안에는 강제성이 없다.

◇법무부, 조국 지휘하에1·2차 권고안 '고속추진'=검찰개혁위가 조 전 장관이 법무부에 있을 당시 발표한 1·2차 권고안은 이미 개정안이 마련돼 시행중이다.

검찰개혁위는 지난 1일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며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라는 내용의 1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조 전 장관은 발표 직 후 '위원회의 1호 권고안을 적극 수용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서울·인천·수원·대전·대구·광주·부산 등 7개청 가운데 서울·대구·광주 3개청에만 특수부를 남기고, 명칭 또한 '반부패수사부'로 바꾸는 등 내용으로 마련된 개정안은 15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의결됐다.

2차 권고안도 마찬가지였다. 검찰개혁위는 지난 7일 검찰에 대한 감찰을 시행할 근거규정을 마련하라는 등 법무부 감찰권을 실질화를 요구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조 전 장관은 다음 날 브리핑에서 "우선 2차 감찰권을 적극 행사하며 법무부 감찰관실 개편 문제를 검토하겠다"며 2차 권고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일주일 뒤인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은 2차 권고안에 대한 추진 의사를 다시금 밝혔다. 조 전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검찰에 대한 1차 감찰권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법무부 감찰규정'을 10월 중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에 대한 직접 감찰을 확대하고 검찰의 자료제출 의무를 신설하는 내용의 감찰규정 마련안은 지난 21일 마련돼 시행에 들어갔다.

조 전 장관이 재임하던 법무부는 제출된 권고안에 대한 피드백을 수차례 내놨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일과 지난 14일 두 차례 대국민 보고를 통해 '검찰개혁 추진 상황과 일정'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이후 지금까지 발표된 4차례 권고안에 대해 법무부는 '추진'이나 '수용' 등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대검찰청 등의 정보수집 기능 폐지와 관련한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법무부 '묵묵부답' 속 법조계 비판만…=조 전 장관 사퇴 후 제출된 권고안들은 법무부의 무응답 속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되려 검찰을 포함한 법조계 안팎의 비판만 받는 상황이다.

검찰개혁위는 지난 18일 법무부에 권고한 '탈검찰화'(3차)는 검찰의 예산과 인사권 등을 총괄하는 법무부에서 검사를 배제하는 것은 자칫 검찰의 중립성을 헤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개혁위는 탈검찰화 추진 일정을 '신속하게' 확정해 공표할 것을 권고했으나 법무부는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투명하고 구체적인 배당 기준 마련을 위해 기준위원회를 '즉각' 설치하라는 내용의 4차 권고안도 발표 직후엔 비판만이 존재했다. 경력은 물론 전문분야 등 개인 검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배당을 하면 미제사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등 지적이었다.

'내부파견 제한'을 골자로 하는 5차 권고안에 대해 법무부는 제출 당시 내부적으로 '적극 수용'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로 '불가피하여 증원하더라도 원 소속검사의 1/2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는 등 구체적인 권고내용에 대해 의견을 밝힌 바는 없다. 오히려 '원칙적으로 인원을 제한하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대형사건에 대비할 수 없다'는 비판만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6차 권고안을 두고는 검찰개혁위가 현실성 없는 권고를 내놓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검찰개혁위는 지난 28일 악용가능성이 있는 '대검찰청 등의 정보수집 기능을 즉시 폐지하라'며 6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부임 이후 각 분야의 동향 정보 수집 폐지한 상태' 등 비판이 나왔다.

이에 법무부의 침묵 속 법조계 비판만 뒤따르는 상황에서 검찰개혁위의 존재가 '권고'로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7년 8월 출범한 1기 법무검찰개혁위의 여러 권고가 시행에 착수하지 못한 점도 상기된다. 예컨대이번 검찰개혁위가 3차로 권고한 '탈검찰화'는 1기 검찰개혁위에서 첫 번째로 권고했던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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