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후 최악 시나리오 '내전', 현실화 가능성 ↑

입력 2020.10.18. 09:01 댓글 607

 

美 정부 "극단주의자들, 가장 치명적 테러 세력"
미국인 5명 중 1명 "정치적 목적 달성 위해 폭력 정당화"
코로나19로 확대된 우편투표, 美 대선 화약고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납치에 가담했던 '울버린 워치맨' 소속 용의자 중 한 명인 윌리엄 널(왼쪽 첫 번째)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전쟁처럼 될 것이다(It's going to be like war)”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가 미국인들의 두려움을 전하며 뽑은 기사의 제목이다.

11월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 간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공포가 미국을 엄습하고 있다.

자신이 미는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이에 불복해 총격전 등 국내 테러를 벌이고, 이에 상대방 진영도 반격에 나서면서 미국이 내전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최악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기한 전망이 퍼지고 있다.

물리적 충돌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동안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은 이미 지배적이다.

美 정부 “극단주의자들, 가장 치명적 테러 세력”

지난 6일 미국 국토안보부는 ‘2020년 미국 위협 평가’ 보고서의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 위헙’ 항목에서 백인 우월주의 극단주의자들을 미국을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테러 세력으로 꼽았다.

하루 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극우단체와 연계돼 내전을 모의한 혐의로 남성 13명을 체포하면서 국토안보부의 경고가 실존하는 위협이라는 점이 증명됐다.

체포된 남성 중 최소 6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봉쇄’ 조치를 강하게 밀어붙인 그레천 휘트머 미시건 주지사 납치 음모를 꾸몄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자들과의 관계를 명확히 끊지 않고 있다는 점도 위험 신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선거 캠프는 그간 공공연히 자신을 지지하는 비공식 민병대의 활동을 독려해왔다.

극우 무장 단체 프라우드 보이즈의 모습. [게티이미지]

부정 선거 가능성을 계속 언급하면서 다음달 3일 대선에서 패할 경우 승복할 것을 거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 토론 동안에는 우익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에 “한발 물러서서 대기하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NBC 방송 타운홀 행사에서는 자신이 패배 시에도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 언급하며 극우·극좌 폭력 성향 단체들을 모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反) 트럼프 성향의 미국인들 역시 대선 결과에 따라 폭력 행위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시위대는 약탈과 방화 등의 폭력적인 시위로 혼란을 촉발시킨 바 있다.

미국인 5명 중 1명 “정치적 목적 달성 위해 폭력 정당화”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미국 사회가 폭력적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데 대한 비판 의식이 무뎌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달 9~11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폭력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 사람의 비율이 19%에 이르렀다. 불과 3년전 8%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유고브]

같은 조사에서 ‘미국 대선 결과가 발표된 이후 폭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는 문항에 응답자의 55.8%는 “그럴 것이다”라고 답했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10.8%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의 미국인들은 이미 11월 대선 이후 혼란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미국 내에선 약 1670만정의 총기 등 화기가 판매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6%나 증가했다.

특히, 판매된 총기 500만정은 지금껏 총기를 구매한 적이 없는 미국인들에게 팔린 것으로 추정됐다.

코로나19로 확대된 우편투표, 美 대선 화약고

미국 대선을 불안하게 만든 주범은 코로나19다. 특히, 투표소 내 감염을 우려해 확대 실시되는 우편투표는 미 대선의 화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한지 오래다.

유고브의 여론조사에서도 대선 결과에 따라 차기 대통령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가 50.7%로 절반을 넘어섰다.

대선 승자가 누구냐와 상관없이 엄청난 혼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유고브]

벌써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며 자신들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는 다수의 민병대가 다음달 3일 대선 당일 무기를 들고 투표소에 나타나겠다고 공공연히 다짐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남성과 여성은 ‘아미 포 트럼프(트럼프의 재선을 원하는 이들의 무장 단체)’의 선거 안전 작전에 동참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극우·극좌에 대한 미국인들의 걱정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짐 잭슨은 LA타임스에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는 백악관을 떠나기를 거부할 것이고, 그의 지지자들은 그가 백악관에 계속 머물 수 있게 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잭슨은 이어 “민병대와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무장 봉기를 요구할 것”이라며 “이것이 내가 예상하는 최악의 악몽이다”라고 토로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인 지니 데이비스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 당선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이어 “바이든이 만약 패배할 경우 민주당 지지자들은 폭동을 일으킬 것”이라며 “시민들 사이에 전쟁처럼 될 것이다”이라고 주장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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