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딩동, 가구 좀 볼게요"..명품중독 20대 '중고나라 살인극'

박세진 기자 입력 2020.11.05. 06:30 수정 2020.11.05. 09:39 댓글 937

 

사채 빚 쌓이자 살인카페 가입→'고급아파트 싱글녀' 타깃 물색 
자수성가 30대女 집 거래핑계 방문, 계좌 털고 살해..자살 위장

© News1 DB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부산에 사는 20대 A씨는 온라인에서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내용이 게시된 카페를 검색했다. 또다른 날에는 사람을 기절시키는 방법을 찾기 위해 동영상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는 살인 범행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9년 8월 A씨는 온라인 게임으로 알게 된 여자친구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마땅한 직장이 없던 A씨는 수입이 '0'원인 상황에서도 외제차를 렌트하거나 여자친구와 함께 명품쇼핑을 하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갔다.

생활비는 사채업자로부터 빌려서 충당했다. 이 무렵 A씨의 계좌 잔고는 총 39만원에 불과했지만 1000만원가량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결국 A씨는 사채업자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렸고 이 무렵 범행을 계획했다.

2019년 10월20일.

A씨는 범행 대상을 찾기 위해 중고나라에 접속했다. 이곳에서 '중고가구'를 판매하겠다는 30대 여성 B씨의 글을 보고 연락을 취했다. 곧이어 "가구를 직접 보겠다"며 이날 B씨의 집을 찾아갔다.

A씨는 B씨가 혼자 살고 있는 집이 고급 아파트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범행을 결심한다.

사건은 하루 뒤 저녁 벌어졌다. A씨는 가구 구매를 핑계로 아파트를 다시 찾아 B씨의 얼굴 등을 마구 폭행하고 협박해 금융계좌 비밀번호 등을 알아낸 뒤 살인을 저질렀다.

B씨를 욕실로 끌고가 전화줄을 목에 매어 자살로 위장하거나 도어락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A씨는 B씨의 계좌에서 총 2600만원을 이체하고 600만원의 현금서비스를 받았다.

돈은 본인의 사채 빚을 갚거나 지인에게 줄 선물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체포된 이후에도 일부 금액을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지불하려고도 했다.

A씨의 범행은 며칠 뒤 경찰에 의해 들통났고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일관되게 계획적 범행을 부인했다. 앞서 경찰조사에서는 "가격 흥정을 하던 중 B씨가 나를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해 폭력을 휘둘렀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살인 관련 온라인 카페를 검색한 데 대해서도 빚 독촉에 시달려 자살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사채업자들이 자신을 찾아와 위해를 가할까 두려워 사람을 다치게 하는 영상을 찾아봤다고도 했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A씨는 여자친구와 교제 100일을 기념하기 위해 각종 명품을 검색한 사실이 드러났다. 빚 독촉 압박에 자살까지 하려 했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4일 부산고법 형사2부(오현규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A씨가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받은 보험금 등으로 인해 충분한 돈이 있었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금융기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충분한 돈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계획성을 부정하기도 어렵고 우발적이라 보이지도 않는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지난 5월 1심 재판부는 "여러 증거에 의하면 A씨는 당장 가구를 구입할 필요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가구를 옮길 이동 수단도 준비하지 않았다"며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로 '살인카페'에 가입해 있던 점과 범행 직전 '한 방에 쓰러트리는 방법'의 동영상을 시청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가족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 피해자가 지금에야 집을 마련했는데 범죄로 보금자리에서 홀로 삶을 마감하게 됐다"며 "A씨는 범행을 축소하고 수긍할 수 없는 변명으로 범행을 피해자 탓으로 전가하는 등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s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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