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잠시만요".. 2800만원 보이스피싱 막은 하나은행원

 

박슬기 기자 입력 2020.11.06. 05:26 수정 2020.11.06. 08:23 댓글 341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하나은행 합정역 지점./사진=카카오맵 거리뷰 캡처

“손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하나은행 합정역 지점 입출금 창구에서 근무하고 있던 여성 직원 A씨는 “2800만원을 출금해달라”는 젊은 여성 B씨(25)의 요청에 이같이 말했다.

B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해당 지점을 방문해 A씨에게 자신의 예금 2800만원 인출을 요청했다. A씨는 현금 인출이 거액인 점을 감안해 인출 목적을 물었고 B씨는 “부모님께 선물해드릴 금을 결제할 때 수표와 계좌이체는 부가세가 붙어 현금으로만 결제해야 해 돈을 인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금 구입 자금(현금·수표·계좌이체)이 내역에 상관없이 모두 부가세가 붙는데 B씨가 현금 인출을 고집하는 점에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또 B씨의 신분증을 확인해보니 주소가 울산으로 돼 있었다. 이례적으로 거주지가 울산인 B씨가 서울로 올라와 현금을 인출하려고 한 것이다. A씨는 B씨가 평상시 100만원 이상 인출 내역이 없었는데 갑자기 거액을 인출하려 한 점도 수상히 여겼다.

이에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의심하고 하나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 금융사기예방팀으로 연락해 B씨의 자금출처 모니터링을 요청했다. 보이스피싱이 주로 인터넷 대출 등으로 마련한 예금 이체 수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B씨는 “예금이 열심히 모은 돈”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A씨는 모니터링 결과 자금출처가 인터넷 대출이라는 점을 확인해 B씨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확신했다. 곧바로 오후 1시52분쯤 경찰에 신고하고 출동을 요청했다. 결국 A씨의 발빠른 기지로 B씨가 한순간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B씨에게 돈을 인출하게 하고 그 돈을 불법으로 이체받으려고 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었던 일을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영업점과 비대면, 고객 분석 등 각 분야 맞춤형 종합대책을 최근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영업점에서 기존의 금융사기예방진단표를 업그레이드해 도입한다.

이번 조치로 고액 현금 인출·이체시 모든 고객에게 동일하게 적용된 예방진단표 항목이 카카오톡 피싱, 대출 빙자, 현금 인출 유도, 구매대행 등 사례별로 세분화돼 정확한 금융사기 대응이 가능해 졌다. 새로운 금융사기 패턴이 나오면 진단표에 신속히 추가 반영되도록 체계도 갖췄고 고령자는 별도의 보이스피싱 예방 알림을 발송한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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