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낳으면 은행 빚 갚아드려요" 지자체들, 인구 지키기 사활

김정혜 입력 2021. 01. 06. 11:00 
출생보다 사망 많은 '데드크로스' 이미 시작
'이러다 사라질라' 인구감소 넘어 '소멸' 걱정
출산장려금 수천 만원 늘려도 효과는 미미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과 시청 공무원들이 지난 4일 포항시청 앞에서 인구 51만 회복을 염원하는 조형물 제막식을 열고 있다. 포항시 제공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은 지난 4일 시청 앞 광장에서 대형 조형물 제막식으로 신축년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구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51만 인구회복'이라는 문구로 꾸려진 조형물. 이 시장은 “‘인구 50만 사수’를 올해 최우선 시정과제로 잡았다”며 “행정력을 총동원, 인구 51만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인구, 지역내총생산액 등 모든 면에서 ‘제1의 도시’로 꼽히는 포항은 한때 인구가 52만명에 이르는 도시였지만, 지난달 50만2,916명으로 주저앉았다. 50만명 선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역에겐 절체절명의 2021년"

인구가 50만명 아래로 떨어지면 도시 위상 추락은 물론, 행정 권한이 크게 축소된다. 시가 직접 처리하는 18개 분야 42개 사무를 경북도로 넘겨줘야 하고, 남·북구로 나누어져 있는 구청 2개가 사라진다. 그뿐만 아니다. 인구 1명이 감소할 때마다 지방교부세도 70만4,000원 줄어들어 재정에도 타격이 상당하다. 이 시장은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인구 감소가 멈추지 않고 있다”며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데드크로스’가 나타났지만, 지방에서는 일찌감치 있었던 일이다. 경북은 지난 2016년부터 자연감소가 시작됐고, 광역시 가운데 부산, 인천에 이어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구도 지난 2019년 한해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았다. 수년 전 시작된 지방의 인구감소가 이제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인구절벽에 놓인 지자체마다 아이 울음소리이 그친 지 오래다. 경북에는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군위와 영양, 영덕, 고령 등 7개 시·군에 달한다. 문경과 의성, 청송에는 산부인과 병원이 있지만, 분만실이 없다. 산부인과 없는 지자체는 강원 평창·정선·철원·화천·양구·인제군, 충북 보은·괴산군, 충남 청양군, 전북 진안·무주·장수군, 전남 보성·장흥·함평·완도·진도·신안군, 경남 의령·남해·함양·합천군 등 전국적으로 30여 곳에 달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8년 지방소멸위험도를 분석한 보고서를 토대로 만든 지방소멸위험지수 그래프. 노란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인구감소로 사라질 위험이 있는 지역이다. 출처 한국고용정보원 홈페이지

저출산은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져, 지방에서는 문을 닫는 초·중·고교도 속출하고 있다. 광역 시·도 중 폐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전남이다.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828개 학교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경북지역은 729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인구가 1만6,600여명에 불과한 경북 영양군은 46개교 중 32개가 없어졌다. 학교가 없어지니 각 지역마다 문구점이며 학원도 없어지는 등 지역경제도 동반 쇠락한다.

하다하다 빚 갚아주는 출산장려책까지...

‘이대로 가다가는 이름도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소멸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은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출산장려금 지급이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다.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도 공통된 특징이다.

첫째부터 셋째 아이에게 각각 100만원, 200만원, 500만원을 지급하던 충남 청양군은 올해부터는 500만원, 1,000만원, 1,500만씩 지급한다. 청양 출신의 한 인사는 “출산장려금을 다섯 배를 늘린 만큼 관심을 끌 것”이라며 “그렇지만 요즘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대책이 되긴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면적이 서울의 80%(480㎢)인 청양의 인구는 3만명이다.

급기야 은행 빚까지 갚아주는 출산장려책을 내놓은 곳도 있다. 충북 제천시는 주택자금으로 5,000만원 이상 대출한 가구에서 첫째가 태어나면 150만원, 둘째를 낳으면 1,000만원, 셋째를 출산하면 4,000만 원을 주는 '3快(쾌)한 주택자금' 이다. 시 관계자는 “아이 셋을 낳으면 시가 은행 빚 5,150만원을 대신 갚아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온갖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인구 감소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경북 영천시는 지난 2007년 마지막 분만실이 폐쇄되고 13년 만인 지난해 9월, 정부 지원을 받아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 병원을 개원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영천지역 인구는 10만2,015명으로, 1년 전 10만2,470명보다 355명 줄었다.

인구감소에 백약이 무효

이 같은 인구 감소는 소도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년 '특례시' 타이틀을 달게되는, 인구 103만의 경남 창원시도 마냥 웃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작년 8월말 103만8,677명이던 인구는 지난달 말 103만6,738명으로 줄었다. 월 500명가량 인구가 감소한 것이다. 특히, 창원시가 8월부터 관내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상대로 전입신고 시 10만원을 지급하는 등의 유인책을 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창원시 관계자는 "지난달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광역시 수준의 행정적 재정적 권한을 가지는 ‘특례시’ 지위를 얻게 돼 모두가 앞으로 생길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 분위기로는 특례시 지정 기준이 되는 인구 100만 선 붕괴는 시간문제여서 창원특례시가 되자마자 도로창원시가 될 판”이라고 말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제천=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청양=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창원=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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