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풍향계] 이재용이 100억 쐈지만 결국 구속..태평양의 고전

이미호 기자 입력 2021. 02. 01. 06:0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대리 로펌으로 삼성이 김앤장이 아닌 태평양을 선택했을때 당시 재계와 법조계에선 다양한 추측들이 나왔다. 태평양의 보수적이고 엄격한 분위기가 삼성이라는 대형 클라이언트의 비밀보장에 적합하다는 평가에서부터, 삼성이 로펌 1위인 김앤장을 선택하기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고 함께 국정농단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로펌 1위 김앤장과 재계 1위 삼성의 결합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고 ‘기득권 적폐청산’을 외치며 촛불을 들고 나온 국민들의 감정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태평양이라는 이름이 얼핏 들으면 '화장품 회사’ 같아서 어떻게든 덜 주목받고 싶어하는 삼성이 선호한다는 우스개소리까지 있다. 물론 삼성이 태평양을 왜 선택했는지 한 가지 이유로 설명이 어렵겠지만, 당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은 사실이다.

태평양 역시 이에 부응하듯 1심부터 '역대급 대리인단'을 구성했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고법 부장판사 출신 송우철(59·16기) 변호사를 주축으로 판사 출신 문강배 변호사,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 복심으로 불렸던 '실력파' 김종훈(64·13기) 변호사 등도 합류했다.

1심에서 이 부회장이 혐의를 부인했지만 모든 죄목에 유죄가 나오고 실형이 선고됐다. 2심에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지낸 이인재(67·9기)변호사를 주축으로 대리인단이 교체됐다. 변호인단이 1심 재판부와 고등학교 및 대학 선후배 관계로 얽혀있다는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

태평양이 가장 기세등등했던 때는 2심 선고때였다. 서울고등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이 부회장이 석방됐다. 혐의의 핵심 쟁점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인정되지 않는 만큼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석방되면서 수줍게 웃는 모습은 수많은 언론사 카메라에 실시간으로 잡혔다. 이 부회장이 태평양에 사재로 100억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지체없이 입금한 것도 법조계에선 내내 회자되는 팩트다. 주요 외신들도 BKL(태평양 영문 이름)을 알리면서, 향후 삼성그룹 관련 자문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이 무죄로 판단한 정유라의 말 구입비 등 50억여원도 뇌물로 봐야 한다며 2019년 8월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준법감시 노력이라는 숙제를 내줬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2년6개월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태평양이 재판부로부터 최소한의 양형을 이끌어내면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태평양은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이 부회장 접견에 충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사 변호인’으로 불리는 김종훈 변호사가 이 부회장이 불러준 옥중 메시지를 직접 받아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총수 부재’ 상황을 견뎌야 하는 삼성은 실망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삼성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계 인사는 "그룹 총수의 인신 구속여부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냐"면서 "박 전 대통령 등의 형량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지만 기업 입장에서 구속은 매우 참담한 성적표"라고 했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태평양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댓글 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에서 김 지사가 유죄를 받는 등 대형 사건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매년 전 세계에 걸쳐 주요 로펌 업무분야 리그테이블을 발표하는 체임버스앤파트너스가 최근 한국 주요 로펌을 평가한 결과, 분야별 1등급 수 기준으로 광장과 세종이 태평양을 제쳤다. 당장 2월초에는 대형 로펌들의 상반기 법인 매출액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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