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이슈] '벌거벗은 세계사', 논란, 설민석 하차, 또 논란 어쩌나

신영은 입력 2021. 02. 06. 07:0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신영은 기자]

'벌거벗은 세계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역사 왜곡 논란에, 설민석이 논문 표절로 하차, 이후에 또 다시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는 지난해 방송된 2회 이집트 편에서 설민석이 클레오파트라를 설명하다 사실 관계를 잘못 전달해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리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설민석과 제작진이 사과하며 논란이 일단락 되는 듯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설민석이 2010년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논문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연구'에 대한 표절 논란이 제기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설민석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측은 지난해 12월 31일 "설민석 씨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됨에 따라 향후 프로그램 관련 내용은 논의 중이며, 이번 주 방송(1월 2일)은 휴방될 예정이다. 시청자분들의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측은 역사 왜곡 논란에 이어 석사 논문 표절을 인정하며 방송 활동을 중단한 설민석을 대신할 전문가를 물색, 지난 15일 녹화를 재개했다. 당시 녹화는 설민석 대신 당일 주제에 맞는 전문가 패널을 섭외해 진행됐다. 고정 패널 은지원, 이혜성이 함께했으며, 존박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으며 녹화에 불참했다.

이후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은 21일 공식 홈페이지에 "새롭게 선보일 '벌거벗은 세계사'는 매회 각 주제와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강연자로 모시고 진행될 예정이다. 향후 구체적인 프로그램 내용은 정해지는 대로 안내드리겠다"며 "유익하고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세계사 콘텐츠로 다시 찾아뵙겠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5주 만에 방송을 재개한 '벌거벗은 세계사'는 연세대학교 장항석 교수와 함께 유럽 흑사병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하지만 방송 다음 날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개인 SNS에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그램에서 흑사병을 다룬다기에 어제 부분적으로 보고, 오늘 아침 재방을 다시 봤다.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했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며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청취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설민석이 문제인 줄 알았더니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문제인 듯하다. 이런 식으로 엉터리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 아니면 제목에서 세계사라는 단어만 빼서 역사를 다루는 방송이라는 오해를 막아야 할 듯 하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 ‘벌거벗은 세계사’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페스트 편은 페스트와 관련된 내용을 의학사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방송 전 대본과 가편본, 그리고 자막이 들어간 마스터본을 관련 분야의 학자분들께 자문을 받고 검증 절차를 마친 후 방송했다”고 반박했다.

'벌거벗은 세계사' 측의 설명으로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장항석 교수가 4일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벌거벗은 세계사'의 역사 왜곡 의혹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장항석 교수는 4일 ‘거북이 가족’ 카페에 “이 방송과 관련해 본의 아니게 잡음이 일게 된 점 송구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흥식 교수께서 개인 SNS에 방송이 역사 왜곡을 하였으며 자문을 거치지 않았고, 괜한 공포심을 조장하였다는 내용의 비판글을 게재했다”며 “저는 의학을 전공한 교수로서 2018년 ‘판데믹 히스토리’라는 책을 집필한 바 있고, 당시 검토했던 수많은 책과 자료 및 연구를 토대로 이번 ‘페스트’ 편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작진과 함께 여러 가지 잘 알려진 설들 중 가장 보편타당성이 있는 내용을 엄선하려 노력했고, 여러 검증 과정을 거쳐 각 세부 주제들을 구성했다”며 “의학적인 관점에서 페스트라는 감염병에 대해 접근해보고자 했다. 그리고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질병에 승리해온 역사를 말하며 현재를 이겨낼 희망을 말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항석 교수는 “저는 역사를 해석함에 있어서 다양한 역사학적 관점과 의견이 존재하며, 세계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 입장에서는 내용이나 구성에 대한 지적을 충분히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는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제가 감염병 관련 책을 준비하면서 찾았던 그 수많은 자료들이 박 교수님의 주장대로 다 왜곡이라고 한다면, 페스트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 수많은 책들은 다 폐기되어야 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방송과 관련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몇 가지 말씀을 덧붙이고자 한다”며 “SNS에 공개적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의 의사가 나섰다’는 식의 인신공격성 언급은 지나친 발언이며,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장항석 교수는 “의학 분야에서도 서로의 의견이 상충될 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격한 토론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서로에 대한 예의는 지킨다. 충분히 역사학적 토론이 가능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언사를 통한 일방적인 매도는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수술하고 생명을 살리는 외과 의사로서 신뢰성이 중요한 사람”이라며 “박 교수님의 지적 이후 많은 매체에서 저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고, 제 저술 또한 일거에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박 교수님의 SNS에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대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만약 제게 더 가르침을 주시고자 한다면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내용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면 시정할 의사가 있다. 그런 만남을 통해 서로의 오해를 풀고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 일들이 해결되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며 “박흥식 교수님께 같은 교수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 이야기를 풀어볼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박 교수님의 해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청한다. 박흥식 교수님의 긍정적 답신을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벌거벗은 세계사'는 방송 오류를 지적받으며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자문단을 늘리고 다양한 분야의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던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이었지만, 방송 재개 후 바로 내용 오류 논란에 휘말린데다가, 출연자인 장항석 교수를 보호해주지 못해 직접 나서게 만들었다.

각종 구설수에 몸살을 앓고 있는 '벌거벗은 세계사'가 과연 논란의 그림자를 털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hiny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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