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탈북민 귀해진 하나원 "요즘 한국 오면 이렇게 모십니다"

김명성 기자 입력 2021. 02. 12. 10:50 수정 2021. 02. 12. 11:28 댓글 307

지금 화천엔 교육생 3명뿐, 모두 독방 쓰며 1대1 교육
직원 70여명이 탈북민 1명 위해 근무하기도

설립 20주년인데… 플래카드 하나 없는 하나원 - 2019년 7월 8일 개원 20주년 기념식이 열린 탈북민 정착 교육 기관인 경기 안성시 '하나원' 입구는 오가는 차량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9월 남성 전용 정착교육기관인 강원도 화천의 제2하나원을 졸업한 탈북민 정광진씨는 하나원 남자 동기가 없다. 하나원 기수는 탈북민에겐 대학교 학번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탈북민끼리 서로 만나면 “하나원 몇 기냐”고 묻는 것이 인사일 정도다. 하나원 272기는 유일한 남자 졸업생인 정씨와 여성 탈북민 교육시설인 안성 하나원의 여성 동기 2명을 포함해 모두 3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 따른 북한의 국경 봉쇄 등으로 국내 입국 탈북민이 80% 급감하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이는 2012년 12월 화천 하나원이 문을 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정씨의 다음 기수는 남자 입소자가 한명도 없다고 한다. 2월 현재 화천 하나원에는 교육생 3명이 전부다.

이렇게 하나원에 탈북민이 귀해지면서 교육생에 대한 대우도 인원이 많을 때보다 극진해졌다. 정씨는 남성 탈북민 최대 5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교육시설에서 혼자 교육을 받았다. 시설을 운영·관리하는 통일부 직원 및 관리 인원과 경비인력까지 모두 70여명의 인원이 정씨 한명을 위해 근무하는 진기한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탈북민들은 ‘하나원’에서 12주간 사회적응교육을 받는데 정규 프로그램과 일과 후 주말 자율 참여형 보충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참여한다. 하나원에서 사회적응교육과 함께 가족관계 등록, 주민등록번호 발급, 정착지원금 지급, 주택알선 등 초기 정착에 필요한 행정 지원을 받는다. 취업을 위해 남성은 11개 직종, 여성 12개 직종 체험을 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외부교육과 면회를 중단하는 등 프로그램을 수정했다. 하나원은 현장 체험 학습 등 교육원 밖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의료자원봉사를 포함한 견학·방문과 가족 간 면회를 전면 중단했다. 하나원 내 교육생들은 다 마스크를 쓰고 교육을 받았다.

정씨는 2019년 7월 북한을 탈출한 후 미국행을 고대하며 태국에서 4개월 정도 지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행을 포기하고 지난해 한국에 왔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조사를 마치고, 하나원에 입소한 정씨는 “적막감 도는 큰 건물에서 혼자 교육 받고 생활하다보니 교육과정이 유난히 길고 외로웠지만 하나원 선생들이 친절하게 가르치고 배려해 특별 대우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록 인터넷은 안되지만 컴퓨터를 제한 없이 사용하고, 도서관에서 책도 마음껏 읽었다. 하나원 직원들과 식사도 함께 하고 운동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특히 주택 배정 때 치열한 경쟁 과정 없이 쉽게 서울에 임대주택을 받을 수 있었다. 직업교육을 받을 때도 일대일 개별 지도를 받았다. 정씨는 “혼자서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대충하진 않았다”며 “기상 나팔부터 교육까지 모든 일과가 엄격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화천 하나원을 졸업한 탈북민 B씨는 “교육생 3명이 각각 1인 1실을 사용하며 편하게 생활했다”면서 “인원이 적다보니 수업 때 궁금한 점을 많이 질문할 수 있었고 일대일 교육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교육생이 적다보니 하나원 선생들도 따뜻하게 각별히 챙겨주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지난달 화천 하나원을 졸업한 탈북민 B씨는 “우리 기수는 남자가 10명으로 증가해 다른 기수에 비해 재밌게 하나원 생활을 한 것 같다. 동기 간 우정도 끈끈해졌다”며 “식단이나 의료 서비스도 만족했다”고 했다.

그러나 탈북민 교육생 모두가 하나원 생활에 만족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2월 남성 탈북민이 하나원측과의 갈등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터넷 매체 리버티코리아는 “하나원 측이 탈북민 교육생을 상대로 주택과 정착금을 포기한 상태에서 즉각 퇴소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며 “하나원의 협박과 강요를 참을 수 없었던 교육생이 분노를 참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자살 소동은 있지만, 자살시도를 한 탈북자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을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탈북민 교육생 자살 소동 8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하나원은 중앙자살예방센터와 ‘북한이탈주민 자살예방·생명존중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통일부는 “하나원은 중앙자살예방센터, 하나재단과 유기적인 협력을 해나가면서 우리 사회의 모든 탈북민이 ‘생명지킴이’가 되고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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