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모 시신 30년 옥상에 둔 80대 "너무 사랑해.. 곱게 모시려"

강보현,신용일 입력 2021. 02. 19. 04:03 댓글 239

 

"어머니 광주리도 아직까지 간직"
가족 "父, 장례 혼자 치렀다 말해"


서울 동대문구에서 30년 전 사망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시신의 아들로 추정되는 80대 남성이 본인이 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 남성은 ‘어머니를 너무 사랑해 평생 모시고 싶어서 그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모(88)씨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머니를 곱게 모시려고 천으로 싸 고무통에 넣었다”고 밝혔다. 고씨는 “나같이 어머니를 정성스레 모신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살아계실 적 어머니는 나를 끔찍하게 여겼으며 나밖에 모르는 분이었고, 어머니가 어릴 때 메고 다니던 광주리를 아직까지 내 머리맡에 모셔놓고 있다”고도 했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본인이 이 같은 행위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고씨는 가족과 함께 참여한 경찰 조사에서 가족들에게 잠시 나가라고 한 뒤 경찰에게 “어머니랑 나는 하나여서 보내기 싫었다”고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내용을 추후 고씨의 가족들 또한 전해 들었다.

고씨의 딸(55)도 “할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너무 강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님의 (혐의가) 확실하다면 방식은 잘못됐지만 어머니를 평생 사랑해서 끌어안고 살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며 “어머니 사랑이 남달라 쉽게 보내지 못했던 거 같다”고 했다. 이어 “할머니 시신을 방치했다거나 재산 다툼 때문에 부모를 버린 문제는 아닌데 그런 오해는 너무 기가 차고 억울하다”고 했다.

80대 고씨를 제외한 가족 전부는 집 옥상에 시신이 방치된 것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고씨 딸은 “할머니가 오래전 대전에서 돌아가셨다고 들었고, 아버지가 ‘장례를 임시로 치렀다’ ‘내가 잘 모셨으니 걱정 말라’고만 얘기해 가족들도 의아해했다”고 전했다. 그는 “할머님이 옥상에 계신 건 꿈에도 몰랐고, 그런 걸 알면서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시신 유기 혐의를 받는 80대 고씨는 치매를 앓고 있으며 현재 요양원에 머무는 상태라고 한다. 딸 고씨는 “아버지가 똑똑하신 분이었는데 세계관은 독특했고, 치매를 앓으면서 정신이 온전치 못해 횡설수설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그는 또 “아버지가 저장강박증이 있어 자신이 쓴 글도 남들이 절대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 다 남겨둔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구 한 다세대 주택에서 오랜 시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시신 유기 시점을 30년 전쯤으로 파악해 공소시효는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대문서는 지난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성분분석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고 국과수가 DNA 감정을 진행 중이다.

고씨 가족은 국과수의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할머니의 장례를 제대로 치를 것이라고 했다. 고씨 딸은 “할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했는데 (할머니가 맞다면) 지금이라도 발견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장례를 다시 치르고 싶다”고 밝혔다.

강보현 신용일 기자 bob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