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의혹 때문에 3기 신도시 철회? "다주택자만 웃을 얘기"

3기 신도시 철회 시 수도권 집값 상승 우려
"투기 막을 입법 대응이 우선"
정부도 '차질 없이 추진' 입장 견지할 듯

한국일보 | 최다원 | 입력2021.03.10 15:30 | 수정2021.03.10 18:27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기 전 관계장관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지 국세청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부총리,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 연합뉴스

"공직자 투기가 사실이면 분명 잘못이죠. 그런데 3기 신도시의 목적을 생각하면 취소까진 아닌 것 같아요."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며 10년 넘게 주택청약통장에 돈을 넣고 있는 이지영(44)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떠올리면 속이 쓰리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엔 조심스럽다. 내 집 마련이 꿈인 이씨로서는 수십 만호가 공급되는 3기 신도시 정책이 무사히 연착륙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의혹의 중심인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도 "여길 취소하고 다른 정책을 검토한다고 투기 문제가 해결될 것 같냐"며 지정 철회 여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LH 직원 투기 의혹이 확산하며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 5일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엔 10일 오후 현재 5만7,000명 넘게 동의했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정책 자체가 무산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더 우세하다. 시장의 불안심리를 키워 수도권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금리가 낮은 요즘 3기 신도시 계획이 무산되면 다음 공급 정책을 기다리기보단 당장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 집값이 오를 것"이라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책이 흔들리면 시장 불안정성만 높아진다"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도 "정부가 주택 공급 의지를 드러내며 시장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에서 방향이 틀어지면 실수요자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3기 신도시 철회 판단은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이강훈 참여연대 변호사는 "공공주택 사업의 필요성엔 공감하되, 지금의 분양 방식은 투기를 부르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라며 "투기 의혹과 공급 정책은 분리해서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성민 민변 변호사는 "공직자 투기가 구조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확인해 재발 방지 법안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실제로 3기 신도시 계획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지난 9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조사에서 비리가 광범위하다고 나오면 (3기 신도시 지정 취소) 가능성도 검토해봐야겠다"고 언급했지만, 정부여당의 입장과 엇박자를 낸다는 논란이 일자 몇 시간 만에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정정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10일 "(3기 신도시 지정이) 취소되는 경우는 없다"고 일축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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