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 줄고 가족 중심 추모로 "코로나가 바꾼 장례문화 바람직"

김윤주 입력 2021. 03. 18. 05:06 댓글 4

 

성인 1천명 조사..63.7% '긍정' 평가
조의금 계좌이체 적극 활용 등 변화
'위로 못해줘 삭막함' 등 부정 평가도
"고인 추모 중심 장례문화로 바뀔 것"

경기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를 막고자 장례식장, 결혼식장 등에 대해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수원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일렬로 앉아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아버지 장례식을 치른 김석주(58)씨는 지인들에게 문자로 궂긴 소식을 알리며 “코로나19로 인해 조문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알렸다. 그래도 성의를 표현하려는 이들이 많아 계좌번호를 알렸는데 장례식 뒤 집계해보니 계좌로 받은 조의금은 현장에서 받은 금액의 4배에 달했다. 김씨는 “간단하게 조의를 표하는 문화에 다들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장례식을 간소하게 치르는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성인 10명 중 6명이 이같은 장례 문화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7일 <한겨레>와 공공의창·웰다잉시민운동·한국엠바밍의 의뢰로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 뷰가 진행한 여론조사(10~11일 성인 1천명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3.7%가 코로나19 이후 장례문화 변화에 대해 긍정 평가(부정 평가 21.1%)를 내렸다.

응답자의 58.2%는 “코로나19로 한국 장례 문화에 변화가 있다”고 답했는데, 특히 전통 장례문화에 익숙한 세대인 50대(64.6%)와 60대(63.2%)에서 ‘변화가 있다’는 답변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변화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상주 입장에서 가장 큰 변화로 ‘계좌이체 등 조의금 문화(31.9%)’를 꼽았다. 문상객 방문자제(16.1%), 접객문화 변화(14.6%), 가족장(14%) 등이 뒤를 이었다. 장례 컨설팅 전문업체 ‘예송’의 강형구 대표는 “기존에는 궂긴 소식을 알리는 문자 안에 계좌번호를 적는 사례가 많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흔히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문객 입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문상을 꺼리게 됐다(39.8%)’였고, ‘계좌이체·가족장 등 새로운 장례문화(33.7%)’, ‘식사를 안 한다(9.5%)’ 등이 뒤를 이었다. 장례문화기업 ‘꽃잠’의 유종희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무연고자나 비용을 많이 줄여야 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닌데 작은 규모나 무빈소 장례식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전체 응답자의 76.8%는 문상 이후 장례식장에 머무는 시간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줄었다’고 답했다. 지난 1월 친구 어머니 장례식에 조문하러 다녀온 정아무개(26)씨는 “코로나19 전에는 고인을 잘 모르는 경우에도 장례식장에 가야 하는 부담이 있었는데, 이러한 부담이 줄었다. 장례식장에 가도 머무는 시간이 짧아졌다”고 말했다.

장례문화 변화에 긍정 평가를 내린 이들(63.7%)은 ‘가족장 등 새로운 장례문화 확산(37.9%)’, ‘식사 등 불필요한 문상문화 축소(27.1%)’, ‘검소한 장례문화 확산(18.3%)’, ‘문상객 감소에 따른 상주의 피로감 감소(13.8%)’ 등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21.1%)들은 ‘고인과 상주를 위로해주지 못하는 삭막함(62.5%)’, ‘죽음을 통한 사회적 교류의 구심점이 사라짐(17.5%)’ 등을 장례 문화 변화의 그늘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장례문화는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이후 한국장례문화가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전망하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1·2일장 및 무빈소 장례문화 확산(29.8%)’, ‘장례식 중 화장문화 확산(20.7%)’, ‘밝고 긍정적인 죽음 맞이 문화로의 변화(16.3%)’,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길 원하는 장례문화 확산(14.5%)’ 등을 장례문화의 ‘뉴노멀’로 꼽았다.

황규성 한국엠바밍 대표는 “앞으로도 비대면 장례문화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문상·식사 대접 등 유족 중심에서 가족장·사전 장례준비 등 고인 중심 문화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혜영 웰다잉시민운동 대표는 “기존의 우리 장례문화는 고인 추모보다는 자녀 등 연고자 중심의 문화였다. 코로나19가 이에 대한 성찰과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이라고 짚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조사를 공동으로 기획한 ‘공공의창’은 정부·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공공조사를 하는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2016년 출범해 리서치뷰·리얼미터·우리리서치·리서치디앤에이(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휴먼앤데이터·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세종리서치·소상공인연구소·디피아이(DP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6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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