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간의 비가 11년 전 금강을 되돌려줬다

이경호 입력 2020.09.03. 15:39 수정 2020.09.03. 15:42 

기록적인 강우 후 희미하게나마 복원된 금강 모래톱

이경호(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곰나루에서 바라본 연미산
ⓒ 이경호
  
순간 울음이 날 뻔했다. 다시 만난 모래 때문이다. 11년 전 4대강 사업 이전 공주의 모래톱이 희미하게나마 복원된 모습에 울컥한 것이다. 평소 감정적이지 않지만 지난 10년간의 일들이 떠올라 그런 듯하다.

2일 태풍이 오기 전 금강을 찾았다. 기록적인 강우 후 금강의 모습이 궁금했지만 시간을 내지 못하다 태풍이 한반도 영향을 주기 직전에야 찾았다.

찾아간 공주보 상류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었다. 4대강 사업 이후에는 항상 우기를 지나면 짙은 녹조로 고생했던 공주보였다.  
                    
금강이 금강을 돌려줬다 
 
  수문 개방 이후 풀이 자란 공주보
ⓒ 이경호
  
공주보가 개방된 이후 대규모 펄이 있던 곳에는 풀이 자라났다. 과거 금빛 모래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일부구간의 제초작업도 진행했지만 사람의 힘으로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풀이 자라면서 모래가 자리잡지 못 할까 걱정했던 탓이다. '금강요정' 김종술 기자와 대전환경운동연합에서 꾸린 '제초원정대'로는 매우 소규모 지역의 모래만 유지할 수 있었다.

수문을 닫아 펄이 쌓이지 않았다면 식물이 빠르게 자리잡지 못했을 것이다. 일부 자리를 잡은 풀은 우기에 다시 사라졌을 테지만, 12년~18년까지 쌓였던 펄은 풀이 자리잡기 너무 좋은 환경이었다. 때문에 제초를 통해서라도 모래로 유지하고 싶었다.

제초작업을 하면서 사업을 진행한 원흉들을 향해 욕도 적잖이 했다. 모래를 걸어 강변까지 내려와 물놀이를 하고 낚시를 하던 모습은 이제 만날 수 없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금빛 모래를 걸으며 강변을 산책했던 느낌을 후세대에게도 남겨주고 싶었다. 역부족인 현장 상황이었지만 작은 모래톱이라도 유지할 수 있어 위안을 삼기도 했다.  
     
  사람의 키 높이 정도의 모래가 쌓인 곳이 많다
ⓒ 이경호
  
  풀이 사라지고 모래가 쌓인 금강의 모습
ⓒ 이경호
  
그런데 자연의 힘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54일 강우로 대전과 충남·북 지역에 인재와 수해가 있었다. 이런 수해와는 별개로 금강은 다시 자연으로 복원되는 힘을 주었다. 인간이 진행한 제초로 해결하지 못했던 상황을 일시에 해결해 준 것이다. 개인적으론 기후위기가 다시 자연을 복원하기 위한 아우성처럼 느끼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우던 퇴적, 운반, 침식 작용이 이번 강우로 매우 대규모로 이루어 진 것이다. 이런 작용이 강에는 다시 모래를 공급해주었다. 일부 구간은 사람의 키만끔 쌓인 곳도 있었다.  그동안 쌓였던 펄도 씻겨내주었다. 이렇게 생겨진 모래를 이제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4대강 사업이 없었던, 10여 년 전 걸었던 그 모래를 다시 걸었다.  
               
  공사 전 곰나루 모래톱 모습
ⓒ 이경호
  
  보 건설 전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2009년)
ⓒ 이경호
  
아직 과거의 모습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약 1/3일 정도의 넓이의 모래가 쌓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쌓인 모래로 다시 강은 강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이제 강변으로 찾아와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문개방 이후 2년간 펄에 풀이 대규모로 서식하면서 사람들이 강물까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다시 걸을 수 있는 금강을 찾아 볼 것을 제안해본다. 

이렇게 생겨진 모래톱에서는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고라니, 족제비, 수달, 너구리, 삵의 발자국을 찾았다. 발자국은 모두 강을 향하고 있었다. 고리니 똥과 재첩 등도 확인했다.

새들도 이제 강변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야행성인 포유류들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흔적만으로도 생물들이 더 편안한 삶이 되었겠구나 생각할 수 있었다. 10여년 전 4대강 사업이 시행되기 전에 걸었던 그 모래톱을 완벽하게 느끼지는 못했지만,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모래가 반짝이는 금강이 되기를 
 
  다시 생긴 모래톱에 고라니 똥
ⓒ 이경호
  
  수달 발자국
ⓒ 이경호
  
  공주보 고정보 구간에 쌓인 모래
ⓒ 이경호
  
대규모 모래가 쌓인 공주 상류에서는 새로운 사실도 확인 할 수 있었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가 예방됐다는 사실은 현장에서도 거짓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주보 상류에 쌓인 모래의 형태로 확인 가능했다. 공주보 수문 사이에 만들어진 고정보(고정시멘트 구조물) 상류에 모래가 쌓여 있었다.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구조물이었던 것이다. 수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물이다. 홍수예방을 위해서라면 보는 철거하는 것이 옳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보는 물의 흐름을 저해하는 시설인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10년만에 다시 걷는 강변을 다시 떠나 오면서 내년에는 모래축제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놀랐다. 강변에 쌓인 모래를 가지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를 통해 강 모래의 중요성을 알려보는 행사 말이다. 풀 대신 모래가 유지되는 금강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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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기재부 잡는 이재명..'이낙연과 다른 길'로 큰그림 그린다

김민성 기자 입력 2020.09.03. 05:30 댓글 471

'재난지원금 전국민지급' 고리로 '보편적 복지' 선점.."경제살리기 효과 확실한데 선별지원 고수"비판
'대권 경쟁' 이낙연과 대비된 경제·복지정책으로 존재감 부각 가능..'당정청 원팀' 프레임은 부담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정부의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두고 연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재정당국을 향해 거친 비판을 이어가면서 정치적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을 선점했던 이 지사가 이를 '보편적 복지'를 바탕한 경제정책으로 확장, 진보 색채를 분명히 함으로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차별화로 차기 대선 경쟁 구도를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부총리에게 드리는 5가지 질문'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1370만 경기도민을 대표하여 몇가지 여쭙겠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하는 홍 부총리가 최근 2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경우 전국민 지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자신의 전국민지급 주장을 비판하자 '질의 형식'을 빌려 공개 반박에 나선 것이다.

이 지사는 Δ코로나19로 인한 소비확대 필요성 Δ선진국의 재정지출 확대 Δ국민 모두가 경제정책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점 Δ선별 지급 또는 보편 지급 모두 총액을 같게 할 수 있다는 점 Δ 지역화폐를 통해 소상공인 매출 지원을 하는 게 경제 회복에 유리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선별 지원보다는 보편 지원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며 과감한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이 지사의 게시글은 질문 형식이지만 내용은 고스란히 재정 여력을 우선시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압박으로 채워져 있다.

이 지사는 게시글 말미에 "모든 것을 안다는 전문가의 오만이나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권위의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국민의 뜻이라면 따르는 것이 민주공화국 대리인의 의무라고 믿는다"라며 홍 부총리를 직접 저격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기준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으로 비치지만, 이 지사가 차기 유력 대권 주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2차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을 주장하는 또 다른 잠룡인 이 대표에게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이 지사는 전날(2일)에도 "국가부채 0.8% 증가만 감수하면 가계지원, 매출지원, 생산지원을 통해 경제살리기 효과가 확실한데 기재부는 왜 국채 핑계대며 선별지원 고수하는지 정말 의문"이라며 "경제정책과 재정정책의 근거가 되는 통계와 숫자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라고 기재부를 비롯해 사실상 선별 지급 주장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번 2차 재난지원금 논쟁을 통해 복지정책의 두 갈래인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두고 명확한 노선을 드러내며 이 대표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편적 복지는 기본적으로 보수 진영의 선별적 복지와 대비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이 설령 선별 지급으로 결론이 난다 하더라도 이 지사가 전국민 지급을 자신의 색깔로 굳히는 것은 손해볼 일은 아니다.

마침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이낙연 대표가 선별 지급쪽에 선 만큼 자연스럽게 이 대표와 대비되는 효과를 얻으면서,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경제·복지 정책을 놓고도 이 대표와 대조되는 분명한 자신의 위치를 수월하게 차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재난기본소득은 이 지사의 '시그니처 정책'이다. 이 지사는 경기도에 선제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했고, 결과적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재난지원금 지급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이 지사는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직후에 "전보다 더 추운 혹한이 오는데, 더 강력한 담요나 최소한 같은 담요를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2차, 3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이 지사로서는 자칫 정부와의 갈등이 필요 이상으로 불거질 경우 여권 내 반발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더구나 지금 같은 코로나19 국난 시기에 '당정청 원팀'을 통한 위기 극복이 부쩍 강조되고 있는 만큼 아무리 '소신 발언'이라도 지나칠 경우 '내부 총질' 비판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여권 한 관계자는 "복지정책, 나아가 경제정책에 대한 이념이라는 큰 틀에서 선별 복지와 보편적 복지는 오래된 논쟁 중 하나인데 대선 레이스에서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며 "보편적 복지가 (민주당의) 당론인 상황에서 이 지사가 주도권을 어떻게 잡을지, 이 대표가 선별 지급을 어떻게 설득해낼지 지켜볼 사안"이라고 전망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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