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8월 27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한 2018년 8월 월간정례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2507명,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0%포인트) 가운데 범진보 차기 대선주자로는 박원순 시장이 12.1%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이어 이낙연 총리 10.7%, 심상정 정의당 의원 10.5%, 김부겸 장관 10.4%, 김경수 도지사 9.4%, 이재명 도지사 7.0%, 임종석 비서실장 3.8%, 추미애 전 대표 3.4%, 이해찬 대표 3.0%, 송영길 의원 2.9% 순으로 집계됐다.
진보층(758명, ±3.6%포인트)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15.8%, 이낙연 국무총리가 15.3%,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3.2%,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2.8%를 기록했다.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7.8%),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7.3%),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5.0%), 이해찬 민주당 대표(2.9%),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2.8%), 송영길 민주당 의원(2.1%) 순이었다.
리얼미터는 "범진보 주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진보층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심상정 의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오차범위 내의 격차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도층(943명, ±3.2%포인트)에서는 김부겸 장관이 14.4%, 박원순 시장이 11.3%, 이낙연 총리가 10.8%, 심상정 의원이 10.3%였다. 이어 김경수 도지사 9.4%, 이재명 도지사 7.5%, 임종석 비서실장 3.8%, 송영길 의원 2.4%, 추미애 전 대표 2.3%, 이해찬 대표 2.1% 순으로 조사됐다.
범보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는 전체 응답자(2507명, ±2.0%포인트) 대상 조사결과 유승민 전 대표 13.5%가 가장 높았다. 이어 황교안 전 총리 11.9%, 안철수 위원장 7.8%,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 6.2%, 오세훈 전 시장 6.0%, 원희룡 도지사 5.8%,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5.1%, 김문수 전 도지사 4.6%, 김무성 의원 3.3%,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2.9% 순으로 집계됐다.
보수층(487명, ±4.4%포인트)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선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5.9%를 기록했다.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9.9%),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9.2%),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8.4%),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6.9%),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6.6%), 김무성 한국당 의원(5.3%), 원희룡 제주도지사(4.7%),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2.9%),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0.9%) 순이었다.
리얼미터는 "범보수 주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보수층에서 황 전 국무총리가 다른 주자들을 크게 앞서며 1강 구도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중도층(943명, ±3.2%포인트)에서는 유승민 전 대표가 16.8%로 1위를 기록했고, 2위는 황교안 전 총리가 12.6%, 3위는 안철수 위원장이 8.8%, 4위는 원희룡 도지사가 6.9%로 조사됐다. 이어 홍준표 전 대표 6.1%, 오세훈 전 시장 5.9%, 손학규 대표 5.1%, 김병준 비대위원장 3.6%, 김문수 전 도지사 3.5%, 김무성 의원 2.4%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27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3만4382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2507명이 응답을 완료, 7.3%의 응답률을 보였다. 조사 방식은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2018년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중국배우 판빙빙이 미국으로 정치 망명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중국 현지 언론은 침묵 중이다.
대만매체 뉴스비저는 2일 오전(현지시간) 판빙빙이 지난 두 달간 베이징 자택에서 가택 연금 상태였으며 최근 중국을 떠나 미국 LA에 체류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판빙빙은 LA를 통해 미국에 입국했고 L1 비자(주재원 비자)를 정치 망명 비자로 전환했다. 망명의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거액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있을 거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탈세 조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판빙빙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촬영 중이던 드라마 영화를 모두 중단한 채 잠적했기 때문에 실종설·파혼설 등 추측만 난무한 상태다. 여기에 성룡이 판빙빙의 망명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성룡 측은 중국 매체 ET투데이 등을 통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판빙빙의 미국 망명설은 홍콩 및 대만 언론을 중심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작 중국 현지 매체는 판빙빙의 소식을 전하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판빙빙 관련 보도를 통제하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소문은 커지고 있지만, 아직 판빙빙의 미국 망명설에 해 밝혀진 확실한 사실은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김호준 기자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축구와 야구 한국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내 병역특례 혜택을 거머쥔 가운데 해당 특례 제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등 개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야구대표 선수 중 일부가 병역을 미룬 끝에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자격 논란이 불거져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다. 예술·체육인에만 혜택을 주는 작금의 병역특례 제도는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대표팀 중 병역특례 혜택자는 42명이다. 이 가운데 축구는 20명, 야구는 9명이다. 두 종목의 혜택자가 절반을 넘는다. 축구 손흥민(26·토트넘)과 야구 오지환(28·LG 트윈스)도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됐다.
사실 병역 미필 선수들이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와 야구 대표팀에 대거 합류하면서 병역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으며 결과적으로 축구와 야구 대표단은 금메달을 땄고, 손흥민과 오지환 등 병역 미필자들은 특례 혜택을 받게 됐다.
이들은 차후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하고 자신의 특기 분야에서 34개월을 종사하면 된다. 이 기간 544시간의 특기 봉사활동도 마쳐야 한다. 다만, 국외 활동선수는 그 절반 봉사 시간만 채우면 된다.
프로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병역 문제는 기량과 수입으로 직결된다. 육군 기준으로 21개월을 군 복무하게 되면 손해가 날 수도 있다. 아울러 해당 선수들이 국내 또는 국외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활약하면 국위 선양에도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병역의무 형평성 측면에서 보면 문제는 있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병역특례 대상을 대중예술인과 기능올림픽 입상자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5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빌보드 200' 1위 정상을 차지하면서 K팝 역사를 새로 쓴 그룹 방탄소년단도 국외 선양 측면에서 보면 충분히 특례혜택 대상이라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이 천문학적 경제 효과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로 꼽힌 성과도 국제 스포츠대회 금메달 못지않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맏형인 진(김석진)은 손흥민과 동갑인 1992년생이다.
국회 국방위원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지적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군 면제를 해달라는 얘기가 있어 병역특례를 주는 국제대회 리스트를 살펴보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나라 복무제도는 현역병과 상근예비역, 전환복무(현역), 사회복무요원, 예술·체육요원,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승선근무예비역 등으로 나뉘며 예술·체육요원 특례는 1973년 처음 도입됐다.
병역 특례자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449명이다. 병역 특례 제도는 국위 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군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예술요원은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 입상자 중 입상 성적순으로 2명 이내,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내 예술경연대회(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만 해당)에서 1위 입상자 중 입상 성적이 가장 높은 자,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이수자가 대상이다.
체육요원은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단체 종목의 경우 실제로 출전한 선수만 해당)가 병역특례 혜택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이들의 병역특례 혜택에 대한 찬반 여론도 팽팽하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12일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운동선수 병역특례 범위 확대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4.4% 포인트)를 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47.6%, '반대한다'는 답은 43.9%로 각각 집계됐다.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까지 허용하면서 병역 형평성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병무청은 병역특례 개선 여론이 빗발치자 전면 개선 의지를 내보였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논란을 보고 병역특례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고 느끼고 있다"며 "체육·예술 병역특례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병역특례 제도개선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2일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 및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메달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남자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병역 혜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병역 혜택은 양론이 있다. 선수들에게 굉장히 필요한 부분인 것은 사실"이라며 "올림픽,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해서 성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방안이 어떨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추후 공론화해 논의하겠다"고 주장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이 단일 경기 성적만이 아니라 다른 국제대회 성적까지 마일리지와 같은 방식으로 정립, 일정 기준이 되는 선수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이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1회 입상으로 병역 혜택을 주기보다는 국제대회 성적을 점수화(마일리지)해 병역특례를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국민 청원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청원자는 "일시적으로 한번 뛰어준 선수보다는 꾸준히 뛰어 이바지한 선수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한다"며 "비록 1등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뛰어 일정한 점수가 될 때 혜택을 주는 것이 그간의 일시적 한탕주의도 없애고 열심히 하는 많은 선수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병무청은 병역특례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거나 외부 용역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개선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송씨 박사 못 받고 입대 앞두자 원조 신동 김 교수가 인생 조언 김 "과속 인생, 난 천재 아니다" 송 "내가 판단할 문제 아니야" 치맛바람이 영재 망쳐선 안 돼 재능 발휘하도록 방해 말아야
━ [양영유 논설위원이 간다] 21세 된 '꼬마 신동'이 '원조 신동'에게 묻다
지능지수(IQ)가 아이슈타인(추정설 기준 180)보다 높다는 신동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천재 과학자가 탄생할 거라며 들썩였다. 김웅용(55) 신한대 교양학부 교수와 송유근(21)씨 얘기다. 1960년대와 2000년대 '신동 스타'였던 두 사람은 유년기 아우토반을 달렸다. 김 교수는 세 살 때 미적분을 풀고 네 살 때 대학생이 됐다. 송씨는 다섯 살 때 미적분, 일곱 살 때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여덟 살 때 정식 대학생이 됐다. 성인이 된 후로도 화제였다. 특히 송씨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세상은 김 교수에게 처방을 요구했다. 송씨가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에서 박사학위를 받지 못한 이번에도 그랬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신한대학교 김웅용 교수 연구실. 두 사람이 만나기로 한 장소다. IQ가 210이라는 괴짜 교수의 방이 궁금했다. 별별 상상을 다 했다. 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을 나오니 바로 캠퍼스였다. 에벤에셀관 2층 2360호, '교양학부 교수 김웅용'이란 팻말이 붙어 있다. 방으로 들어가니 평범했다. 김 교수 전공인 수리학·토목공학 서적과 일반 책, 그리고 컴퓨터. 유리 상자 안 자동차 모형이 특이하다고나 할까. 벤틀리·롤스로이스 등 모형 10여 개가 있었다. 김 교수는 “취미는 아니고 방이 썰렁해 모은 것”이라고 했다. 상의 주머니에는 담배가 들어 있었다. 하루 두 갑 정도 피우고, 막걸리와 당구(150)도 좋아한다고 했다. 소탈해 보였다.
그때 송유근씨가 들어왔다. 김 교수는 대뜸 군대 얘기부터 꺼냈다. “자네가 송유근인가. 이제야 만나는구먼. 군대 간다며? " "네, 12월 24일 강원도 철원 6사단으로 갈 예정입니다." "난 27살에 육군 소총수로 갔어. 나보다 훨씬 빠르네." 군대 얘기부터 한 사연이 뭘까. 송씨는 지난 6월 UST에서 진행된 블랙홀 관련 박사 학위 논문 최종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2009년 천체우주과학 석·박사 과정에 입학했지만 졸업 연한인 8년 안에 학위를 취득하지 못해 입대하게 됐다. 그러자 ‘원조 신동’에게 길을 묻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IQ가 187로 알려진 송씨는 키가 180cm인 훈남으로 성장해 있었다.
김웅용="군대 가면 당분간 학위 따기가 어려울 텐데." 송유근="전 학위에 연연하지 않아요. 과학자는 논문과 실력으로 말하는 거니까, 박사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공부를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김="마무리를 지어야지. 유독 우리나라는 학위가 중요해. 단순한 ‘종이 쪼가리’가 아니야. 그게 없으면 정말 힘들어." 송="그런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요." 김="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내가 1977년에 미국에서 귀국해 KAIST에 취직하려 했더니 직원이 학위를 가져오라고 하더라.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었어. 우리나라에선 쪽지(학위)가 필요해. 다른 대학으로 옮기거나 유학 가서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야." 송="그럴 생각은 없어요. 대학 측에 수업 연한 연장 신청을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군대서도 논문을 쓸 겁니다." 김="허허, 실상을 몰라서 하는 얘기야. 군대서 어떻게 논문을 써. 나도 충북대 석사 마치고 군대 갔어. 27살 때지. 학사부터 박사까지 17년 걸렸어. 다시 시작해도 또래보다 훨씬 빨라."
아버지와 아들뻘인 두 사람의 대화에서 세대 차이가 느껴졌다. 이번에는 송씨가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느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또래 친구가 없는 게 힘들었다. 내가 66학번(한양대 과학교육과)이다. 콜로라도 주립대와 나사(NASA)를 다닐 때도 한국인, 아니 동양인은 나밖에 없었다. 사춘기가 왔다.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고선 “공감해주는 친구가 중요하다. 같이 극장도 가고 카페도 가보라”고 권했다. 그러자 송씨는 “말만 통하면 친구지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시인도, 좋아하는 베토벤도 다 친구”라고 답했다.
우문현답이었을까. 김 교수는 “소신이 뚜렷하고 스스로 답을 알고 있다.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학위는 꼭 따고 독립심과 사회성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원조 신동의 처방이었다. 송씨는 말을 아꼈다. 생각이 많은 듯했다. 기자가 두 사람 속을 파고들었다.
Q :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하나.
A : 김="아니다. 미적분을 술술 풀고, 시도 짓고 외국어도 몇 마디 하니깐 어른들이 천재라고 불렀을 뿐이다. 천재는 하늘이 내려주는 거다. 난, 또래보다 특정 분야를 빨리 알았을 뿐이다." 송="아니다. 아니,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 IQ가 210과 187로 알려졌다.
A : 김="사실 공식 테스트를 받은 적이 없다. 다섯 살 때 일본 방송에 출연해 수학 문제를 풀었다. 마침 내가 아는 문제가 나와 다 맞혔다. 그때 무슨 테스트를 받았는데 '210'이란 말이 나왔고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그게 전말이다." 송="공식적으로 IQ 테스트를 받은 적은 없다. 일곱 살 때 방송에 출연했는데 방송국에서 187이라고 했다."
Q : 너무 어린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A : 김="일곱 살에 콜로라도 주립대에 들어가 물리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학위는 아니다. 14세까지 나사에서 화성탐사 연구원으로도 일했다. 과속했다. 평범하게 살았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송="인하대를 2년 다니다 그만두고 학점은행제로 컴퓨터공학 학사를 취득했다. 내 길을 갔을 뿐 후회하지 않는다."
Q : 김 교수는 충북대에 어떻게 입학했나.
A : “2~3년 독학해 초·중·고 검정고시를 봤다. 대학은 재수했다. 81학번이다. 국어·국사는 물론 수학도 어려웠다. ‘여기는 고구려시대 땅이다. 이때 서양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느냐’는 문제, 너무 어렵다. 시험을 잘 못 봤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두 사람은 과학영재 육성시스템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전국의 영재교육기관은 2479곳으로 대상자는 10만9266명이다. 전국 초·중·고생의 1.91%에 해당한다. 그러나 영재 개념은 모호하다. 영재교육진흥법 제2조에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영재 개념도, 판별법도 모호해 '왜 저 아이만 뽑느냐'는 치맛바람이 심각하다. 부모의 과욕부터 없애야 한다"고 했다. 필기시험으로 영재를 뽑고 사교육이 영재를 만들어 내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송씨는 "토양이 중요하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처럼 재능이 많은 영재는 알아서 능력을 발휘해 뛰쳐나온다. 방해만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KAIST 정현철 영재교육센터장은 “어떻게 특화된 교육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송유근씨가 그런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김주아 영재교육연구센터 소장은 “일반 영재와 초고도 영재에 대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 신동'과 헤어지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김 교수는 "난, 절대 실패한 인생이 아니다. 왜 서울대 못 들어가고, 왜 SKY대 교수가 못 되었냐고 하는데 능력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송씨는 “실력으로 증명하겠다. 블랙홀 연구는 계속할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동의 성공과 실패, 그건 세상의 잣대일 뿐인가.
서울지하철 2·4·5호선이 교차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주변에는 굿모닝시티, APM, 밀리오레, 두산타워 등 대형복합쇼핑상가가 병풍처럼 들어서 있다. 이들 대형상가는 외환위기로 국내 경기가 최악이던 상황에 개장했다. 사양길로 접어들던 동대문시장에 이들 대형상가가 잇달아 들어선 것을 계기로 2000년을 전후해 동대문시장은 패션관광특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신 유행의 옷을 구매하려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으면서 침체된 상권이 되살아났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재래 의류시장의 부활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기획―생산―판매를 한데 묶는 산업집적체를 형성해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동대문시장의 성공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밀리오레와 두산타워
1999년 10월 19일자 '동아일보'는 '동대문시장의 하루 유동인구는 20만∼30만 명으로 국내 최대'고 '20, 30대가 주 고객으로 하루 거래액은 1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동대문시장은) 외국상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코스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동대문 상권의 부흥을 이끈 복합쇼핑상가의 원조 격에 해당하는 곳이 밀리오레와 두산타워(두타)다. 이탈리아어로 '가장 좋은'이란 뜻을 가진 밀리오레는 옷과 신발, 액세서리 등 패션 보조 제품을 판매하는 체인점으로 1998년 8월 동대문 앞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서울 명동과 부산, 대구, 광주, 수원 등으로 체인점을 확장했다.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패션 전문점 두타는 1999년 2월 개장했다. 지하 7층, 지상 34층으로 개장 당시 서울 중구에 있는 건물 가운데 가장 높았다. 두타는 '옷을 주제로 한 놀이동산'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서울의 대표 관광명소가 됐다. 이후 2009년 5월 고급화와 대형화, 디자이너 매장 확대와 감각적인 패션 전문점을 콘셉트로 리뉴얼 오픈했다.
밀리오레와 두타 등 복합쇼핑상가는 젊은 고객을 유치하고자 건물 앞에 무대를 설치해 다채로운 공연장으로 활용했다. 매일 밤 청소년들이 모여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동대문 복합쇼핑상가 앞 광장은 한때 '청소년의 해방구'로 통했다.
2000년을 전후해 젊음과 패션의 메카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동대문시장은 홈쇼핑, 인터넷 쇼핑이 유행하면서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커가 한국을 본격적으로 찾아오면서 반짝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한중 갈등이 불거진 후 본격적인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8월 28일 찾아간 동대문 복합쇼핑상가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빈 점포가 많았다.
지하 2층에서 지상 7층까지 상가로 운영되는 밀리오레의 경우 1, 2층은 간혹 이가 빠진 것처럼 드문드문 빈 상가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층수가 높아질수록 빈 점포는 비약적으로 늘었다. 특히 6, 7층은 빈 점포를 세는 것보다 영업 중인 상가를 세는 게 더 빠를 만큼 '입점문의'라고 써 붙인 점포가 많았다. 특히 에스컬레이터에서 바로 보이지 않아 코너를 돌아야 만날 수 있는 점포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어림잡아도 6층의 절반가량, 7층의 80% 가까이가 비어 있었다.
일부 상가 공실률 80% 육박
10년 전부터 동대문시장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해왔다는 김모 씨는 "동대문 일대 대형복합쇼핑상가에 입점한 소매점은 하루가 다르게 비어가고 있다"며 "일부 복합쇼핑상가의 경우 공실률이 80%에 이를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빈 점포가 늘면서 임대료도 크게 떨어졌다"며 "분양가로 상가를 분양받은 점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굿모닝시티의 1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 상가의 경우 1구좌(3.3㎡ 조금 넘는 크기)에 최고 2억5000만 원에 분양됐다. 개점을 앞둔 2007년 말에는 기대감이 높아져 분양가에 웃돈을 주고도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1층 상가는 개점 초기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300만 원 정도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임대료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1층은 그나마 임대료라도 받을 수 있지만 2, 3층으로 올라갈수록 임대료가 형편없다. 월평균 임대료가 50만 원도 안 된다."
공인중개사 김씨의 얘기다. 동대문 복합쇼핑상가의 경우 3.3㎡ 남짓한 1구좌로는 물건을 제대로 진열할 수 없어 보통 2구좌에서 많게는 5구좌까지 임차해 장사한다. 그런데 어떤 구좌는 임대가 워낙 안 돼 임대료를 받지 않는 대신 관리비만 내고 쓰게 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한다.
개점 초기 형성됐던 권리금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한 온라인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는 '보증금 500만, 월세 35만 원. 권리금 없음. 저는 (권리금) 400만 원 내고 들어왔는데, 빠른 거래를 위해 권리 포기해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다른 사이트에는 '현재 공실로 상시 입주 가능합니다. 보증금, 월세 모두 없고 관리비(약 30만 원)만 내시고 장사하세요'라는 글도 올라와 있다.
동대문 복합쇼핑상가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동대문시장을 찾던 주 소비층인 젊은이들이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 등으로 옮겨간 영향이 가장 크다. 지난해 초 한 쇼핑몰 운영업체가 실시한 쇼핑채널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5%가 '모바일 쇼핑'을 꼽았을 정도.
한 대형복합쇼핑상가 관계자는 "모바일 쇼핑 비중이 높아진 만큼 상가의 빈 점포가 증가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를 주도해야 할 젊은 세대가 취업난 등으로 과거에 비해 소비를 줄인 것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커가 오지 않으면서 빈 상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며 "2016년 사드 보복 조치에 동대문 쇼핑타운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국인이 운영하는 소매점은 크게 줄었지만, 중국인이나 동남아 상인들이 점포를 직접 임대해 구매대행을 하는 곳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따이공'이라 부르는 보따리 상인들이 과거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해 중국으로 보냈다면, 최근에는 직접 도매상을 차려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이 직접 도매상을 차리면 환전과 물류, 여행업 등 부가서비스까지 몽땅 중국인 차지가 되고 만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소매점이 줄줄이 폐업하는 사이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네팔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상인들이 독자적인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세월호, 메르스, 사드, 그리고 탄핵
조준영 굿모닝시티쇼핑몰관리단 대표는 △모바일 쇼핑 증가 △쇼핑몰 공급 과잉 △인구 감소에 따른 쇼핑객 감소 △중국 의류·패션시장의 성장 △유니클로, ZARA 같은 글로벌 의류기업의 국내 진출 등 동대문시장이 어려워진 5가지 이유를 열거했다. 조 대표는 "동대문시장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동대문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 전국 재래시장의 의류 상점도 어려워졌다는 얘기"라며 "구조적 이유 탓에 동대문시장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밀리오레에서 4구좌를 임대해 10년째 침구점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한번 문을 닫으면 다른 상인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5~6년 전부터 빈 점포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 복합쇼핑상가가 비는 이유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 때문은 아닐까. 상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무제와 동대문 상가 폐업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상인은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정도로 점포를 크게 운영하는 상인은 몇 안 된다"며 "대부분 나 홀로 점포를 운영 중인데 최저임금 인상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고용을 유지하면 월급 일부를 보전해주겠다지만, 이는 규모가 큰 자영업자만 돕는 꼴밖에 안 된다"면서 "고용지원금으로 줄 돈이 있으면 청년이나 경력 단절 여성의 창업자금을 지원해주는 게 경제활성화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지원금 몇 푼 줘봤자 고용주의 임금 부담을 조금 덜어주는 정도다. 그 돈으로 창업하게 하면 간판과 가구, 인테리어 업자에게도 돈이 흘러가고, 심지어 광고 전단을 만드는 인쇄업계까지 돈이 돌게 된다.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활성화도 시키려면 고용지원금보다 창업자금 지원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 다른 상인도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면서 신용카드 수수료를 깎아준다고 하는데, 언 발에 오줌 누기, 바닷물에 소금 뿌리기밖에 안 된다"며 "열정과 의욕이 있는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S공인중개사사무소 김모 대표도 "장기간 빈 점포는 관리비만 부담하는 조건으로도 쓸 수 있다"며 "패기 있는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면 좋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동대문 복합쇼핑상가는 2014년부터 4연타를 맞고 휘청거렸다는 게 상인들의 중론이다. 2013년과 2014년 초까지 국내 경기 상승과 유커의 유입으로 반짝 특수를 누리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는 것. 2015년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몇 달을 공쳐야 했고, 2016년 사드 배치 여파로 유커가 발길을 뚝 끊으면서 급격한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는 대통령 탄핵과 대선까지 겹쳐 시장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 창업 지원이 더 필요
밀리오레에서 8년째 장사를 해오고 있는 이모 씨는 "동대문시장이 서울에서도 중심 상권에 속하는 곳이라 이곳에서 8년을 버텼는데 이제는 지역 상권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가게를 알아보고 있다는 그는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 같은 서울 중심 상권은 권리금이 거의 사라졌는데, 오히려 동네 사거리 쪽 상가에는 권리금이 남아 있더라"고 덧붙였다.
동대문 복합쇼핑상가는 일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백, 수천 개 소매점이 빽빽이 들어찬 곳으로 유명했다면, 이제는 영화와 VR(가상현실)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하는 것.
한 복합쇼핑상가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김모 대표는 "수백 개로 쪼개진 점포를 각 점주가 개별적으로 임대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소매점주들의 동의를 받아 1개 층 전체에 특정 업체가 들어올 수 있도록 단체 입점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소매업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단체 입점하는 업체의 특성에 따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쇼핑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동대문 복합쇼핑상가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터뷰 | 조준영 굿모닝시티쇼핑몰관리단 대표 "휴무일에 광장 활용토록 숨통 터달라"
서울지하철 2 · 4 ·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앞에 위치한 복합쇼핑상가는 요일에 따라 하루씩 돌아가면서 쉰다. 밀리오레가 월요일, APM과 굿모닝시티가 화요일에 쉰다. 주말에도 영업하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하루씩 전체 상가가 문을 닫는 것이다. 그러나 폐업 위기에 몰린 일부 소매점은 상가가 문을 닫는 날에도 재고 소진을 위해 상가 앞 광장에서 계속 영업하기를 원했다.
조준영 굿모닝시티쇼핑몰관리단 대표는 "지금까지 복합쇼핑상가 전체가 문 닫는 날에도 관청의 이해와 배려로 상가 앞 공개공지(광장)에 일부 소매점이 좌판을 열고 관광객과 행인을 대상으로 장사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최근 민원이 제기되자 구청에서 더는 공개공지에서 장사하지 못하도록 시정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동대문 복합쇼핑상가를 관할하는 서울 중구청은 행인들의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과 개점한 이웃 상가의 영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시정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공개공지 활용은 굿모닝시티 생존과 직결된다"며 "쇼핑몰 입점률이 극히 저조한 상황에서 동대문패션관광특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동대문상권을 살리려면 공개공지 활용에 대해 행정당국이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굿모닝시티 앞 광장이 활성화되면 동대문패션관광특구의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건비가 제일 크죠. 근데 전 다른 점주들과는 생각이 좀 달랐어요. 대기업 편의점 브랜드 간판 달고 영업하는 건데 왜 점원 고용하는 인건비 부담은 점주만 져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 거죠.”
지난해까지 편의점 점주였던 최모씨(39)가 영업을 그만두고 점포를 넘기기로 결심한 이유는 인건비 때문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최저임금이 오를 것이 확실해 보이면서 최씨는 나름의 계산을 해봤다. 최씨 본인은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작은 점포를 하루 세 명의 알바 노동자가 맡아 일한다. 최저임금이 10%만 올라도 부담은 고스란히 최씨가 져야 한다. 다음해인 올해의 최저임금이 아직 결정되기 전이었지만 최씨는 계약기간 5년을 채우고 미련 없이 가게를 넘겼다. 한 달 인건비가 400만원에 육박하는데 10%가 올라도 40만원이 추가로 나가면 결국 최씨가 손에 쥐는 돈은 10만원도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씨는 지금도 그때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지난해보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올랐기 때문이다. 최씨가 당시 올리던 매출은 하루 평균 130만원 정도였다. 한 달로 치면 4000만원이 채 안 된다. 매출이익률이 25%이기 때문에 매출이익은 약 1000만원, 그 중 본사에 35%가 넘어가고 최씨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65%인 650만원 정도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돈이 나갈 일만 남는다. 임대료와 전기요금 등 운영비용, 그리고 인건비를 빼면 영업 당시엔 월 50만원 정도가 남았다. 투자로만 보면 기본투자금과 담보금을 더해 7000만원이 넘게 투자한 것 치고는 수익률이 나쁘지 않지만 점주이기 때문에 자질구레하게 신경써야 할 일까지 생각하면 만족할 만한 액수는 아니었다. 최씨는 “하루 종일 가게에서 손님들 상대하는 알바들 생각하면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문제는 매출이익의 35%씩 꼬박꼬박 가져가면서 인건비나 임대료 상승 부담은 전적으로 점주들에게 돌아가는 본사 중심의 구조”라고 말했다.
최씨는 자신의 직장이 있기 때문에 영업을 직원들에게 일임하므로 남는 이익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생계형 점주들은 대체로 일정 시간을 자신이 직접 점포에서 일하면서 인건비를 줄인다. 그렇다고 해도 점포 규모가 작거나 인근에 경쟁 점포들이 많으면 점주 역시 챙기는 돈은 최저임금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편의점 본사와의 계약서에는 최저수입을 보장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하지만 최저수입 기준이 매출이익 정산금보다 낮을 정도라면 하루빨리 폐업하는 것이 나을 정도의 기준이라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다.
상권이 자리 잡으면 올라가는 임대료 최저임금 인상을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사이 ‘을과 을의 싸움’으로 만드는 한 축에 영업 사정과는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가맹비와 매출이익을 가져가는 ‘갑’인 가맹본사가 있다면, 가맹 형태가 아닌 자영업자들에게는 누구보다 건물주가 ‘갑’일 수밖에 없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유주원씨(42)는 아직 임대차계약 기간이 1년 가까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고민이다. 유씨는 점원도 고용하지 않고 여동생과 같이 단둘만 일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장사가 안 되는 것이 문제다.
4년 전 대로를 낀 골목 모퉁이에 비교적 임대료가 싼 점포를 빌려 ‘오픈빨’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유씨의 카페 영업은 순조로워 보였다. 그런데 점차 매출은 줄어드는데 유씨 가게와 비슷한 성격의 경쟁업소들은 늘었다. 차라리 다양한 특성의 카페가 모여 거리가 손님들로 활력이 돌기만 하면 그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문제는 상권이 자리 잡는다고 판단한 임대인들이 점차 세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유씨는 “손님이 꾸준히 몰리기만 하면 임대료가 오르더라도 권리금이나 얼마간 챙겨서 다른 동네로 갈 수는 있는데, 임대료만 높아지고 정작 손님은 줄어드니 버틸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며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들어본 적도 없는 어려운 말이 막상 옆에 있던 점포 주인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현실이 되니까 내가 다음 차례가 될 것 같아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유씨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해 초 최종적으로 폐업을 결정한 이모씨(45)도 결국 인근의 자영업 사업장이 과밀화되면서 수익이 줄어들어 문을 닫은 경우다. 이씨는 2016년 당시로서는 소자본으로 열 수 있는 대표적 외식업종으로 인기를 끌었던 핫도그 가게를 열었다. 값은 저렴하지만 기존의 노점 핫도그와는 달리 다른 재료를 써서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어 손님들의 발길을 끌었다. 하지만 유행은 오래 가지 못했다. 비슷한 특성의 핫도그 가게가 상가 거리에 한 곳 더 생기자 이씨 가게의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처음 가게를 열고 한동안 매출이 늘 때까지만 해도 점포를 한 군데 더 열 생각도 있었던 이씨는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고 결국 장사를 접고 말았다. 이씨는 “내가 장사가 잘 된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그땐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자본금도 적고 서비스업에 전문성도 없이 도전했다가는 한철 장사 지나가면 접어야 된다는 교훈을 비싸게 얻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