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집 매각대금 연금방식 지급, 공공임대 입주 가능 부부중 1명 '만65세'이상, 목돈 필요할 땐 50% 내 중도 수령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이달 1일부터 고령자가 가지고 있는 집을 팔고 매각대금은 연금처럼 받으면서 공공임대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연금형 매입임대)' 시범사업이 시행됐다. 노년층에겐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고 청년층에는 저렴한 임대주택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심내 단독·다가구주택 대상…임대주택 제공
4일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올해 31일까지 부부 중 적어도 한 명이 만 65세 이상이면서 보유한 집의 감정평가금액이 9억원 이하의 1주택자를 대상으로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을 신청 받는다. 매입한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공공임대로 공급하게 된다. 단독주택 한 채를 매입할 경우 8~12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LH는 신청 접수된 주택 중에서 현장 실태조사를 통해 생활편의성 등 입지여건, 주택의 상태, 권리관계 등을 검토해 매입 대상 주택을 선정한다. 주택 가격은 공인감정평가기관 2곳에서 감정평가한 평가액의 산술평균액으로 결정된다.
고령자들은 연금수령기간을 10~30년 중 연단위로 선택할 수 있다. 일정기간 동안 이자를 가산해 매월 지급하는 만기 확장형이며 금리는 금융투자협회에서 고시한 5년 만기 국고채 최종호가 수익률의 전월 평균금리를 기준으로 1년마다 변동해 적용한다. 금리 적용 시점은 파는 사람의 퇴거(약정) 때를 기준으로 한다.
약정기간 중 약정일 기준으로 약정만기를 10년까지 연단위로 단축하거나, 30년까지 연단위로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사업의 목적을 감안해 1회에 한해 변경할 수 있다. 매각대금은 연금방식으로 지급되지만 소득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9억원 이하 1주택자가 대상이기 때문에 2년 이상 보유를 채우면 양도소득세도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집을 판 고령자들은 매입임대(공공리모델링 포함) 또는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 이 때 조건은 무주택 가구 구성원으로 주택을 판 지 2년 이내이며, 해당 가구의 월평균 소득 및 매월 연금형 지급액이 각각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이하인 경우에만 입주가 가능하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2018년 기준 3인 이하 가구는 500만2590원, 4인 가구는 584만6903원, 5인 가구는 584만6903원이다.
임대료는 LH에서 지원하는 매입임대의 경우 주변 시세의 30~50% 수준이다. 전세임대주택의 경우 임대보증금은 한도액 범위 내에서 전세지원금의 5%, 월 임대료는 전세지원금 중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금액에 대한 연 1~2% 이자 해당액을 납부하면 된다.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 vs 주택연금, 어떤 것을 선택할까?
주택연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2004년에 도입한 제도다. 소유 주택을 담보로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동안 매월 연금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가입대상은 만 60세 이상이다. 지난 9월말 기준 가입자가 5만7600명을 넘어섰다.
소유주택에 평생 거주하면서 이를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과 달리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은 주택 매각이 먼저 이뤄지고 매각대금도 최장 30년까지만 받을 수 있다. 주거안정성 면에서는 주택연금이 유리한 셈이다. 즉 자기 집에 계속 거주하면서 연금을 받느냐, 아니면 자기 집을 팔고 다른 데 이사 가서 30년 동안 연금을 받느냐의 차이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는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 대상자의 월 지급액이 더 크다.
이를테면 감정평가액 3억원 주택에 대해 20년간 정액형 연금을 신청했다고 가정할 경우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과 주택연금 대상자의 월 지급액은 각각 153만3000원과 83만7000원이다(표 참고). 즉시연금(150만7000원)이나 정기예금(41만6000원)과 비교해서도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의 수령액이 더 많다.
LH 관계자는 "대부분 변동금리 상품으로 앞으로 금리인상때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 즉시연금, 정기예금은 수령액이 증가하지만 주택연금의 경우 대출이자에 대한 상환금액이 더 높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목돈이 필요할 경우 연 2회에 한해 신청 시점 미지금 잔금의 50% 이내 범위에서 중도 수령도 가능하다. 중도에 받는 누적금액은 국민임대주택 자산금액을 초과할 수 없고, 신청 시점에 미지급 잔금이 최소 1500만원 이상 있어야 한다. 또 약정기간 중에라도 1회에 한해 약정 만기를 연 단위로 단축 및 연장도 가능하다.
한편 국토부는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의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정식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 사업의 주된 목적은 어르신들이 관리 부담을 느끼는 주택을 매입해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고, 매입한 주택을 저소득층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활용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인도네시아 여성 투티 투르실라와티(33)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주 타이프에서 사형당했다.
그녀의 죄목은 고용주 살인. 머나먼 사우디 땅에 가정부로 취업한 투티는 2010년 5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고용주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우디 정부는 사형 선고 7년 만에 투티의 참수형을 집행했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에게도, 하물며 인도네시아 외교 당국에도 사형 집행을 알리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 등은 지난 1일 사우디 정부의 일방적인 사형 집행을 전했다. 투티가 사형당한 지 사흘 만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국민들은 분노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해 투티의 사형 집행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사우디가 가족이나 해당국에 통보없이 사형을 집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투티를 포함해 사우디 정부는 지난 3년동안 자국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4명을 사형시키면서 단 1차례도 통보하지 않았다.
더구나 투티가 사형을 당하기 일주일 전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이 인도네시아 정부 측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권리 문제를 협의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권 단체인 ‘마이그런트 케어’는 “사우디가 인권 원칙을 철저히 무시했다”며 투티의 사형을 살인으로 칭했다. 현재 사우디에서는 투티와 같은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18명이 사형 선고를 받고 집행만 기다리고 있다.
투티의 경우 정당방위 가능성도 살펴봐야 할 문제였다. 그녀가 살해하게 된 데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고용주에게 저항하는 과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투티의 모친은 “누구도 딸을 보호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저항한 것이었다”이라고 눈물을 터트렸다.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지부는 “사우디가 한 아이의 어머니인 투티를 참수하고 인도네시아와의 외교적 관계마저 망가트렸다”고 강력 비판했다.
중동에서 동남아시아 가정부들이 수난을 당한 건 투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월에는 필리핀 가정부를 살해하고 아파트 냉장고에 1년 넘게 보관해 온 쿠웨이트 부부가 적발돼 큰 충격을 줬다. 두달 뒤 쿠웨이트 법원이 궐석재판을 통해 이들 부부에게 사형을 선고했지만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학대 문제가 불거지며 외교 갈등으로 치달았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당시 “필리핀인은 누구의 노예도 아니다”라고 역정을 냈다.
현재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는 25만여명에 달한다. 필리핀 정부는 쿠웨이트에서 숨진 필리핀인이 2016년 82명에서 지난해 12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중 일부는 자살하거나 살해됐고 그 과정에서 고용주에 의한 성폭행이나 각종 학대 의혹도 불거졌다.
지난 7월에는 팔로워만 230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스타인 쿠웨이트인 손도스 알카탄이 온라인 영상을 통해 “필리핀 가정부들이 매주 하루를 쉰다는 건 나쁘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쿠웨이트는 앞서 5월부터 필리핀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조치로 매주 하루의 휴일을 보장토록 하고 고용주가 이들의 여권을 압수하지 못하도록 했다. 알카단의 비판은 정부 조치를 바라보는 일부 쿠웨이트인들의 이기적이고 최소한의 분별조차 없는 동남아시아 가정부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출신의 이주노동자는 21개 중동 국가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이 폭언·폭행, 임금 미지불이나 노동 착취, 성폭력 등의 위협에 노출돼 있거나 피해를 입고 있다. 사우디에서도 지난 4월 여성 고용주가 필리핀 가정부에게 강제로 표백제를 먹게 해 중태에 빠트린 사건도 있다.
중동에서의 이주노동자 고용 학대 문제는 ‘카팔라’(kafala) 시스템과 연관돼 있다. 중동 국가들은 이주노동자의 거주 비자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고용주가 인적 보증을 하도록 한다. 일부 고용주들은 이 제도를 악용해 자신들의 동의가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직이나 출국을 제한시킨다. 이 때문에 카팔라는 현대판 ‘노예노동’ 수단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 부천의 한 휴대폰 판매 회사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해오던 이모(48)씨 등 8명은 지난해 8월 단체로 회사를 그만뒀다.
전달부터 회사가 "휴가철 비수기라 영업 실적이 부진하니, 8월 한 달 동안 15일씩 무급휴가를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나온 게 갈등의 시작이었다.
적게는 130만원, 많으면 17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일하던 직원들은 여기서 반토막 날 월급을 견디기 힘들었다. 이씨 등 직원들은 "무급휴가를 쓰지 않고 계속 정상근무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는 무급 휴가를 밀어붙이려 했다. "무급 휴가를 쓰지 않을 거면, 8월 목표 실적을 1.6배로 올리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시 기본급을 깎겠다"는 통보를 일방적으로 받았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직원들은 그달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 8월 21일, 이씨를 포함한 8명의 직원들은 한날 한시에 사직서를 내고 더는 출근하지 않았다.
다시 안 볼 줄 알았던 회사로부터 민사소송이 접수됐다는 통보가 온 것은 그로부터 3개월 뒤였다. 근로계약서에 "퇴직 1개월 전에 회사에 통보해 인수·인계를 해야 하고 퇴사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는데, 미리 알리지 않고 협의도 없이 갑자기 퇴사해버리는 바람에 회사가 손해를 봤으니 배상하라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100만원대 월급을 받던 8명의 직원에게 총 1억 4466만원의 손해액을 청구했다. 각 직원이 매달 내왔던 매출액 평균에서 월급을 뺀 값이었다. 혼자서 많게는 수천만원대 매출을 냈던 직원도 있었는데, 그런 직원일수록 물어내라는 손해액도 컸다.
직원들은 대부분 아이를 키우며 생계비를 벌기 위해 텔레마케터로 나선 엄마들이었다. 한부모 가정의 가장으로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기초생활수급을 받아 생활하는 여성도 있었기 때문에 국가의 법률구조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이 됐다.
직원들의 편에 서게 된 법률구조공단 부천출장소 박범진 변호사는 "회사가 무단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한 퇴직은 정당하다"고 변론했다. 근로기준법엔 "임금·근로시간·휴일·연차 유급휴가 등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 근로자는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17·19조)"고 돼 있는데, 회사가 계약서에 없던 무급휴가를 강요했으니 퇴사는 직원들의 선택이었다는 주장이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합의1부(부장 김연화)는 이를 받아들여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회사가 이씨 등에게 당초 근로계약 내용에 없던 15일의 무급휴가를 사실상 강제하며 불리한 근로조건을 강요했고, 이로 인해 이씨 등이 퇴사를 결심한 것으로 봄이 자연스럽다"면서 "이 퇴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것으로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근로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봤다. 회사는 이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고 이 판결은 지난 9월 28일 확정됐다. 이씨 등은 이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