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면접과 개인정보 요구, 보이스피싱 알바입니다" [인간 대포통장]

입력 2021. 10. 22. 09:34 수정 2021. 10. 22. 12:34 댓글 0

 

인간 대포통장 〈2부 - 범죄자 낙인 〉 ②

홍순민 서울광진경찰서 강력팀장 인터뷰

홍순민 서울광진서 강력팀장. 최재원 사진작가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수거책’이란 역할이 생긴 건 2017년 무렵이다. 이들은 미리 속여둔 피해자를 직접 만나서 돈을 받는다. 그리고 무통장 송금을 한다. 이른바 ‘대면 편취’ 유형이다.

한 형사의 눈에 이들은 사기범죄에 가담한 범죄자에 지나지 않았다. 적어도 처음엔 그랬다. 잡히면 구속해 실형을 살게 하는 게 마땅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무리 잡아도 끝이 없었다. 2018년, 2019년이 지나도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급증했다. 피의자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다.

“저도 구인공고를 보고 일을 시작했다가 속았어요.”

피의자들의 진술과 정황이 대개 비슷했다. ‘구인공고를 보고 아르바이트를 구했을 뿐인데 그게 보이스피싱인지 꿈에도 몰랐다’는 주장. 어쩌면 현금수거책들도 ‘취업 사기’에 속은 이들은 아닐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 수사할수록 이런 심증이 굳어졌고 직접 연구에 매달려 논문까지 발표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홍순민(40) 서울광진경찰서 강력팀장(경감)의 이야기다. 10년 가까이 보이스피싱을 수사해온 그는 현역 형사 가운데 처음으로 현금수거책에 관한 연구논문을 썼다. 지난달 서울 광진서에서 홍 팀장을 만났다.

“‘보이스피싱 일 할 사람 구합니다’ 하면 누가 지원을 하겠어요. 그러니 정상적인 회사인 것처럼 꾸며 구인 공고를 올려요. ‘현금 수금업무’ ‘은행 외근 알바’ 같은 문구로 올라와요. 저도 형사가 아니었다면 속을 수 있겠다 싶었죠. 검찰이나 법원에선 ‘미리 보이스피싱인 걸 의심했어야 한다’고 하는데 일반인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구조를 알 리가 없잖아요.”

권해원 디자이너

홍 팀장은 현금수거책을 보이스피싱 말단 조직원으로 쉽게 간주하는 시각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직접 수사한 현금수거책들은 학생·주부 등 평범한 사람이었다”며 “하나같이 재정적 여유가 없는 구직자들로, 교묘한 취업 사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 사람들은 조직원이 아니다’라고 백날 주장하기보다 정식으로 연구해 논문을 쓰는 편이 빠르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범죄학 석사과정을 거치며 지난해 두 차례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교신저자로 참여한 ‘보이스피싱 범죄 전달책 특성에 관한 연구’에선 현금수거책의 인구사회학적 배경을 분석했다. 그가 경찰 내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금수거책의 73.5%가 청년(19~39세)이었으며 85.7%가 무직자였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67.3%), 구직 사이트(20.9%) 등을 통해 일을 구했다가 범행에 연루됐다.

이이서 ‘보이스피싱 범죄 전달책의 특성에 관한 질적 연구’라는 논문을 썼다. 여기선 현금수거책의 피해자적 특성에 주목했다. 경찰에 붙잡힌 뒤 재판에서 사법처리를 받은 6명의 사례자를 심층 인터뷰 했다. 홍 팀장은 “해외 ‘근거이론’을 바탕으로 질문지를 구성해 수사자료와 교차 검증한 결과, 이들은 사기 가해자 특성은 없고 피해자의 특성이 발견됐다”고 했다.

“이 사람들이 완전히 무고하다는 것은 아니에요. 형법에 저촉되는 일을 하긴 했지만 과연 구속수사해 중범죄자 수준으로 징역형을 선고해 처벌하는 게 맞느냐는 거죠. 현금수거책은 보통 사기죄나 사기방조죄로 처벌돼요. 그럼 사기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특성이 강해야 하는데 제가 직접 연구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홍순민 서울광진경찰서 강력팀장이 헤럴드경제 취재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재원 사진작가

홍 팀장은 논문에서 무고한 시민이 현금수거책으로 이용당하는 걸 막으려면 ▷공익광고 ▷구인광고 적격성 검증 ▷보이스피싱 구인광고 신고포상제 등이 필요하다고 썼다. 그저 강력한 처벌만으로는 현금수거책이 등장하는 사건을 줄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해마다 현금수거책으로 검거돼 징역형을 사는 사람들이 수천명입니다. 정부가 보이스피싱 범죄 가담 방지에 관한 대대적인 홍보를 해야 현금수거책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알바 잘못했다가 징역 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야 합니다.”

그가 논문을 냈지만 경찰조직이나 학계에서 달라진 건 없었다. 지극히 ‘소수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주류적 입장이기에 반응이 전혀 없었다”며 “일부 수사관이나 법조인 입장에선 기분 나쁠 수 있는 논문이라는 걸 예상하고도 썼다”고 했다.

하지만 현금수거책 피의자들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취약한 상태라면 누구나 엮일 수 있기에 홍 팀장의 주장은 귀 기울일 만하다.

“비대면 면접과 개인정보 요구, 이 두 가지를 확실히 경계하세요. 대면 면접 없이 하는 알바는 없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든, 신분증이든 전화기로 찍어서 카톡으로 전달하라고 하는 알바도 없습니다. 제출하려면 직접 만나서 제대로 된 회사인지 확인부터 해야 해요. 쉽게 가족 인적 사항을 통신매체로 넘기는 건 지극히 조심해야 합니다.”

[헤럴드경제 디지털스토리텔링 : 인간 대포통장]

졸지에 사기범죄의 ‘공범’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현금다발을 받아 어딘가로 입금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그들을 ‘현금수거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총책과 범행을 공모했다는 죄를 묻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가짜 취업공고에 속아 ‘그 일’에 엮였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취업준비기간을 보내던 청년, 코로나19로 일터에서 밀려난 구직자, 단지 세상경험 쌓으려 알바를 찾았던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거미줄에 걸려들었습니다.

 

피해자와 사회는 그들을 비난합니다. ‘어떻게 범죄인 걸 모를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설계자들이 짜놓은 판은 지독하리만큼 교묘합니다.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듯이 자기들의 수족 노릇을 할 사람도 철저히 기망합니다. 정작 보이스피싱 본체는 막대한 수익만 삼키고 법망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공범이 된 이들의 허물없음을 대변하려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는 한순간에 피해자-피의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기록입니다. 동시에 보이스피싱 꼭두각시가 된 사람들을 비난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게 최선인지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프롤로그]

 

[단독] 보이스피싱 ‘공범’ 몰렸다 실종된 아들,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1부]

 

① ‘살아있는 대포통장’ 된 그들…절반 이상이 2030

 

② 보이스피싱 ‘꼭두각시’로 쓰이다 버려진 사람들

 

③ “엄마, 그냥 교도소 갈게”…22살 아들이 보이스피싱 ‘낙인’ 찍혔다

 

④ 5060도 ‘보피 알바’…감쪽같은 사업자등록증에 속는다

 

[2부]

 

① 보이스피싱 ‘무죄’ 받았지만…신경안정제는 못 끊는 이유

헤럴드 디지털콘텐츠국 기획취재팀

 

기획·취재=박준규·박로명 기자

 

일러스트·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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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죽으려 해서 미안해” 13년 카페 사장에서 공범으로 [인간 대포통장]

기사입력 2021.10.23. 오후 5:02 최종수정 2021.10.23. 오후 9:16 기사원문 스크랩 

인간 대포통장 〈2부 - 범죄자 낙인 〉 ④
자영업자에서 보이스피싱 피의자로…박동진(40)씨 이야기
이미지는 기사 본문과 무관합니다 [연합]

“박동진 씨, 보이스피싱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어안이 벙벙했다. 출근길 지하철역. 불쑥 나타난 경찰들이 순식간에 주위를 에워쌌다. ‘미란다 원칙’을 빠르게 읊조리곤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한 달간 했던 아르바이트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역할이었다고 했다. 속이 울렁거렸다. 합법적인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해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까지 보냈는데…. 혹여나 주소를 보고 가족에게 찾아가 해코지라도 할까 겁이 났다. 이제야 안 것이지만, 기우였다. 그들에게 우리는 잡히면 버려지는 ‘병정’이었을 뿐이니까.

작년 겨울은 유독 찼다. 경기도 한 소도시에 있는 카페는 삶의 터전이었다. 하루 14시간씩, 13년을 일궈왔다. 코로나19에도 굳건히 버텼건만 정부가 연말에 발표한 집합금지 조치는 모든 것을 바꿨다. 잘 될 땐 하루 80만원이었던 매출이 0원이 됐다. 상가 2층에 위치한 까닭에 테이크아웃 손님도 없었다. 어린 딸을 둔 외벌이 가장으로서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었다. 12월 한 달. 집합금지가 풀릴 때까지 딱 한 달만 가게를 닫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자고 마음을 먹었다.

코로나가 확산될 시기었기에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재 운송 알바. 1종 보통 운전면허 소유자 가능.’ 일용직 공고가 올라오는 네이버 밴드에서 구직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그러나 막상 인사 담당자와 연락하니 “이미 알바생을 구해 마감됐다”며 “거래처 수금 업무를 할 사람이 필요한데 해보겠냐”며 제안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자재 운송 알바는 미끼였지만 그땐 재고 따질 여력이 없었다. 당장 가게 월세가 밀릴 위기였다.

장 실장이라는 사람은 자기회사가 저축은행과 거래하는 추심업체라며 “악성 채권을 싸게 사들여 시세차익을 남기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왜 고객과 계좌이체로 거래하지 않냐”고 묻자 “세금을 감면하기 위한 방법이며 절대 불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 말을 순진하게 믿어버렸다. 합격 통보를 받곤 개인 신상 정보가 담긴 서류 여러 장과 셀카를 보냈다. 정 실장은 “금전을 다루는 업무기에 보안 차원에서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지는 기사 본문과 무관합니다 [연합]

장 실장은 매일 고객과 만날 장소를 일러줬다. 한 달 동안 수도권에서 만났던 고객은 10명 남짓. 약속 장소에서 나가면 항상 회사 관계자와 통화 중이던 고객들은 전화기를 건넸고, “박동진입니다”라고 확인하면 “빨리 일을 처리하고 복귀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가볍게 목례만 할 뿐, 한 번도 고객과 말을 섞지 못했다. 여러 번 만난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 그저 단골이라고 여겼다. 전달받은 현금은 지시대로 회사 계좌로 무통장 입금했다.

주로 수도권에서 일했으나 간혹 지방 출장도 있었다. 장 실장은 “세금 때문에 교통비는 현금으로 결제하라”고 했다. 돌이켜 보면 경찰의 추적을 피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매번 현금 쓰기가 불편해 개인카드로 택시를 결제하고 KTX 탑승권을 끊었다. 콜택시 회사에 전화해 택시를 부르기도 했다. 경찰은 이 흔적을 따라와 체포했다. 장 실장은 잠적했다.

모두가 그랬다. 보이스피싱 총책은 중국에 몸을 숨기고 짜인 각본으로 병정만 부리면 된다고. 그 병정은 돈이 궁한 취준생, 실직자, 자영업자라고. 허탈했다. 멍청하게 속지 않았더라면…. 피해자들에게 미안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괜한 코로나 탓을 해봤지만 무력감과 죄책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하루하루를 좀먹었다.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살이 빠졌다.

피해금은 수억원. 합의금부터 마련해야 했다. 카페를 폐업해 집기를 팔았다. 한 단골손님이 “인생 카페였는데 왜 문을 닫냐”고 물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내는 합의금을 벌기 위해 궂은 일을 시작했다. 집도 팔 생각이었다. 피해자들에겐 죄인, 가족에겐 보금자리조차 지키지 못한 가장이었다. 죽음으로만 속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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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진 곳에 죽을 자리를 봐뒀다. 아내와, 엄마, 장인, 장모에게 유서를 남겼다. 어린 딸에겐 차마 쓰지 못했다. 죽음에도 돈이 필요했다. 가장 값싼 방법을 택해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날 밤, 잠든 딸 앞에 무릎을 꿇고 홀로 빌었다. 아빠가 미안하다고…. 이 사실을 안 아내는 “저 핏덩이 두고 죽으면 평생 죄짓는 거야”라며 가슴을 쳤다.

하루 24알의 정신과 약을 먹으며 버텼다. 죽기를 단념 한 건 우연히 마주한 풍경 때문이었다. 비 오는 날 한 우산을 쥐고 나란히 걸어가는 부녀를 보며 먼 훗날 딸과의 미래를 떠올렸다. 과거에 붙잡혀 있지 말자고 스스로 약속했다. 어떻게든 합의금을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주기로 했다. 꽃 한 송이를 사서 죽음을 기도했던 자리에 놓곤 스스로에게 명복을 빌었다.

일부터 구했다. 오전 10시에 출근해 새벽 2시에 퇴근한다. 주간엔 제조업 회사에서, 야간엔 물류센터에서 하루를 보낸다. 집에 도착하면 씻은 후에 새벽 4시까지 판사에게 보낼 자필 반성문을 쓴다. 변호사는 “그래봐야 소용없다”고 한다. 그래도 쓴다. 수면 시간은 4시간 남짓. 쉼 없이 도는 하루지만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다.

곧 재판을 앞두고 있다. 반년이 지나서야 피해자 모두에게 합의금을 전달할 수 있었다. 몇 달 간 모은 월급에 신용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장인은 평생 일군 재산의 일부를 선뜻 건넸다. 그저 미안하고 고마웠다. 변호사는 “전원 합의해도 실형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일반인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순간 강력하게 처벌받는다고 했다.

“아빠, 요즘 무슨 일 있지?”

7살 딸은 요즘 묻는다. 그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면 “내가 나중에 커서 이해할 수 있을 때 말해줘”라고 어른처럼 말한다. 언제 이렇게 눈치가 빨라진 것인지….

“아빠 곧 미국 출장간다.”

혹시 몰라 딸에게 말했다. 아이는 그 말을 믿어준 것 같다.

“아빠, 맨날 전화 할 거지?”

그래도 아이가 반문한다.

“그건 어려울지도 몰라.”

마지못해 대답한다. 어쩌면, 몇 년 뒤에나 볼 수 있을지도 몰라.


[헤럴드경제 디지털스토리텔링 : 인간 대포통장]



졸지에 사기범죄의 ‘공범’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현금다발을 받아 어딘가로 입금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그들을 ‘현금수거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총책과 범행을 공모했다는 죄를 묻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가짜 취업 공고에 속아 ‘그 일’에 엮였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취업준비기간을 보내던 청년, 코로나19로 일터에서 밀려난 구직자, 단지 세상경험 쌓으려 알바를 찾았던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거미줄에 걸려들었습니다.

피해자와 사회는 그들을 비난합니다. ‘어떻게 범죄인 걸 모를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설계자들이 짜놓은 판은 지독하리만큼 교묘합니다.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듯이 자기들의 수족 노릇을 할 사람도 철저히 기망합니다. 정작 보이스피싱 본체는 막대한 수익만 삼키고 법망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공범이 된 이들의 허물없음을 대변하려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는 한순간에 피해자-피의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기록입니다. 동시에 보이스피싱 꼭두각시가 된 사람들을 비난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게 최선인지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프롤로그]

보이스피싱 ‘공범’ 몰렸다 실종된 아들,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1부]

① ‘살아있는 대포통장’ 된 그들…절반 이상이 2030

② 보이스피싱 ‘꼭두각시’로 쓰이다 버려진 사람들

③ “엄마, 그냥 교도소 갈게”…22살 아들이 보이스피싱 ‘낙인’ 찍혔다

 5060도 ‘보피 알바’…감쪽같은 사업자등록증에 속는다

[2부]

① 보이스피싱 ‘무죄’ 받았지만…신경안정제는 못 끊는 이유

② “비대면면접과 개인정보 요구, 보이스피싱 알바입니다”

③ 보이스피싱 피의자 57%, “위기에 도움받을 ‘관계자본’ 없었다”




헤럴드 디지털콘텐츠국 기획취재팀

기획·취재=박준규·박로명 기자

일러스트·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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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의자 57%, "위기에 도움받을 '관계자본' 없었다" [인간 대포통장]

입력 2021. 10. 22. 17:31 댓글 35

 

인간 대포통장 〈2부 - 범죄자 낙인 〉 ③

보이스피싱 피의자 102명 설문조사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수거책이 만나서 돈을 건네받는 장면을 재연배우를 통해 연출했다. 최재원 사진작가

보이스피싱 피의자로 연루된 이들의 절반 이상이 이른바 ‘관계자본’이 취약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기관에 붙잡히더라도 가족 외에 마땅히 도움을 구할 곳이 없어서 홀로 대응하거나 온라인 공간에 의지한 이들도 10명 중 4명이었다.

헤럴드경제는 이들의 개인적, 사회적 배경과 정서적 영향을 파악하고자 네이버 카페 ‘보이스피싱 피의자’ 회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8월24일~9월3일)를 벌였다. 104명이 참여했고 중복응답(2명)을 제외한 102명(사건 당사자 91명·가족 11명)의 응답값을 분석했다. 설문조사 분석 과정에서는 장동호 남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가 도움을 주었다.

대출 혹은 일자리가 필요해서

응답자 가운데 38명(37.3%)은 일자리를 찾았던 이유로 ‘일을 하고 있었으나 소득 부족했음’을 이유로 들었다. 추가 일거리를 찾다가 소위 가짜 구인정보를 접한 것이다. 응답자의 22.5%는 ‘기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고 답했다. 8.8%는 ‘정규직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임시직을 물색했다고 했다.

이들이 접한 구인정보는 누구나 알만한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네이버 밴드·카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SNS 채널에서도 평범한 일자리로 포장된 ‘가짜정보’가 널려 있다.

응답자들이 피의자가 된 주된 배경은 대포통장 제공(44.1%)과 현금 수금책(31.4%)이었다.

대포통장(계좌정보 제공)은 여러 경로로 촉발된다. 대개는 대출을 빙자한 사기다. 금융사 명의를 내세워 ‘신용대출 가능’ 문자를 뿌린 뒤 걸려든 이에게 “적용금리를 낮추려면 신용점수를 높여야 한다. 계좌정보를 알려달라”고 구실을 대 체크카드나 통장비밀번호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계좌정보를 넘기고 그게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면 통장 소유자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는다.

현금 수금책은 채권추심, 부동산경매업체 보조 등의 정상업무로 알고 일을 시작했으나 결과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만나 돈을 수거해 전달핞 역할을 한 경우다. 대부분 사기,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다.

빈약한 사회관계

설문에 응한 피의자들에게선 빈약한 ‘관계자본’도 공통점으로 발견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가족 외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56.9%(58명)가 “없다”고 했다.

이는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생활비 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가족의 조력이나 제도권 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면 일수 같은 사채에 손을 대기 쉽다. 또한 허위 구직정보에 적힌 ‘고수익 알바’, ‘단기 업무’, ‘일당 지급’ 같은 문구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

장동호 교수는 “재무적 의사결정은 통상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면서 “청년일수록 고립된 이들이 많고 그러면서 혼자 (위험한) 의사결정하는 사례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45.1%(46명)은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뒤 직계가족이나 친인척에게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고 답했다. 17.6%는 온라인(SNS 게시판, 채팅 등)에 도움을 구했다고 했고, 14.7%는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친구·선후배’(7.8%) ▷변호사(7.8%) ▷현재 또는 과거 직장동료(1.0%) 등에게 SOS를 쳤다는 응답은 10%에 못 미쳤다.

사회적으로 가라앉는 사람들

보이스피싱 피의자로 엮인 뒤 사회적 관계에 변화가 있었습니까?”라는 설문 문항에 응답자 41.2%(42명)가 ‘매우 축소됐다’고 답했다. 취재팀은 ‘코로나19가 퍼진 이후로 사회적 관계가 변화했는가’도 물었다. 이 질문에 매우 축소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35.5%로 첫 번째 질문보다 낮았다.

응답자들은 자괴감과 죄책감, 두려움 등이 뒤섞인 감정을 호소했다. ‘피의자=범죄자’라는 사회적 인식에 좌절했다. 하지만 억울함을 드러내긴 쉽지 않다. 수천만원을 잃은 엄연한 피해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순 가담자도 엄벌한다’는 현재의 형사정책적 기조에서는 일단 피의자로 입건되면 처벌을 피하긴 어렵다. 때문에 기존의 사회적 관계마저 단절하는 양상을 보인다.

정승환 고려대 법무대학원장은 “낙인찍혀서 사회관계 속에서 부적응한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34.3%는 주변에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지 못했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주관식)엔 “(사람들에게) 범죄자로 여겨질까 걱정됐다”, “너무 부끄럽고 사회의 범죄자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 “가족과 일부 지인에겐 얘기했지만 다른 이들은 범죄자란 선입견 가질까봐 말 못했다” 등이라고 적었다.

취재팀이 심층인터뷰 한 피의자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황을 호소했다. 때문에 설문조사 말미에는 불안장애 평가 척도(GAD-7)와 우울증 선별검사 척도(PHQ-9)을 담아 응답자들에게 자가평가를 요청했다.

GAD-7은 7개 질문을 주고 응답별로 점수를 다르게 매겨 총점(0~21점)을 매긴다. 이번 설문에선 응답자 가운데 78.42%가 10점 이상의 불안증상을 겪은 것으로 평가됐다. 총점이 10점 이상이면 불안증상이 주의가 필요한 과도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PHQ-9 역시 총점이 10점을 넘기면 치료를 고려할 수준으로 판단한다. 이 평가에선 76.47%가 10점 이상이었다. 응답자의 22.54%는 최고점인 27점을 기록했다.

장 교수는 “보이스피싱 행동책에 엮인 이후 사회적 관계가 크게 축소된 청년들일수록 그렇지 않은 청년들에 비해 특히 불안감과 우울감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 디지털스토리텔링 : 인간 대포통장]

졸지에 사기범죄의 ‘공범’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현금다발을 받아 어딘가로 입금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그들을 ‘현금수거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총책과 범행을 공모했다는 죄를 묻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가짜 취업 공고에 속아 ‘그 일’에 엮였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취업준비기간을 보내던 청년, 코로나19로 일터에서 밀려난 구직자, 단지 세상경험 쌓으려 알바를 찾았던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거미줄에 걸려들었습니다.

 

피해자와 사회는 그들을 비난합니다. ‘어떻게 범죄인 걸 모를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설계자들이 짜놓은 판은 지독하리만큼 교묘합니다.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듯이 자기들의 수족 노릇을 할 사람도 철저히 기망합니다. 정작 보이스피싱 본체는 막대한 수익만 삼키고 법망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공범이 된 이들의 허물없음을 대변하려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는 한순간에 피해자-피의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기록입니다. 동시에 보이스피싱 꼭두각시가 된 사람들을 비난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게 최선인지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프롤로그]

 

보이스피싱 ‘공범’ 몰렸다 실종된 아들,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1부]

 

① ‘살아있는 대포통장’ 된 그들…절반 이상이 2030

 

② 보이스피싱 ‘꼭두각시’로 쓰이다 버려진 사람들

 

③ “엄마, 그냥 교도소 갈게”…22살 아들이 보이스피싱 ‘낙인’ 찍혔다

 

④ 5060도 ‘보피 알바’…감쪽같은 사업자등록증에 속는다

 

[2부]

 

① 보이스피싱 ‘무죄’ 받았지만…신경안정제는 못 끊는 이유

 

② “비대면면접과 개인정보 요구, 보이스피싱 알바입니다”

헤럴드 디지털콘텐츠국 기획취재팀

 

기획·취재=박준규·박로명 기자

 

일러스트·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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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무죄’ 받았지만…신경안정제는 못 끊는 이유 [인간 대포통장]

기사입력 2021.10.20. 오후 5:02 기사원문 스크랩 

 

인간 대포통장 〈2부 - 범죄자 낙인 〉 ①

지난달 최윤서 씨가 취재팀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재원 사진작가

‘저 죽을 테니까 사건 종결시켜 주세요.’

지난해 4월 어느 날 최윤서(31·가명) 씨는 경찰 수사관에게 이런 문자를 보내고 사라졌다. 그날 경찰서 2곳에서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혐의로 조사받은 이후였다. 집(울산)으로 내려가는 대신 수원에 있는 선배의 집으로 향했다. 만취하도록 소주병을 비우고 수면제를 입에 털어넣었다.

문자를 받은 수사관은 신병 확보에 나섰다. 수원 관할 경찰들이 그의 소재를 찾아냈다.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정서 상태가 위기 수준이라고 판단한 경찰은 정신건강센터 상담사까지 호출했다. 아들이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잡혔다는 소식은 울산에도 알려졌다. 어머니와 이모가 차로 4시간 반 거리를 단숨에 달려왔다.

취재팀은 지난달 울산에서 최씨를 만났다. 취업준비 과정에서 보이스피싱에 연루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미래 계획이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연루된 배경과 검거 이후 경험한 충격, 심리 변화 등을 자세히 들려줬다.

익명의 제안

은행 ATM. 최재원 사진작가

최씨는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했다. 2019년 늦깎이 졸업을 하고 제약회사 품질관리 직군 일자리를 찾았다. 면접에서 5번 떨어질 정도로 취업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울산에서 제약회사 공장이 밀집한 경기도 화성까지 면접을 보러 가면 교통비, 식비로 20~30만원이 깨졌다. 통장 잔액은 속절없이 줄어들었다. 그는 어려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 없었다. 울산 현대차 하청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쓸 돈을 모았다. 그러다가 돈이 급해 사채(일수)를 100만원 빌린 적도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한 온라인게임을 시작했다. 그에겐 휴식이자 잠깐의 도피처였다. 거기서 ‘김 형’을 만난 건 게임을 시작하고 두 달쯤 지나서였다. 어쩌다 들어간 길드(온라인게임 사용자들의 모임)에서 만난 그는 “대부업체에서 일한다. 무슨 일 하느냐”고 말을 걸었다. “취업준비 중”이라고 하자 며칠 뒤 솔깃한 제안을 했다. “회사가 ‘파인대부’라는 곳인데 인터넷 검색하면 나와. 내가 거기서 인사권이 있는데 비정규직으로 3개월 일하다가 정규직 전환 조건으로 일해보겠어?”

일수대출을 써본 최씨는 채권 추심업무로만 여겼다. ‘김 형’은 월급 300만원, 두 달에 한 번 상여금도 나온다고 했다.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대면 면접을 하기로 했으나 “우리 직원이 코로나 확진이 됐다. 다른 직원들은 자가격리 중이니 일단 인턴으로 몇 건 진행하다가 정규직 채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악몽의 시작

최씨는 현재 변호인의 배려로 법률사무소에서 법률사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변호사 덕분에 은둔생활을 관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재원 사진작가

‘인턴 신분’으로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고객 4명을 만났다. 회사 담당자가 일러준 약속장소에 나가면 고객들은 늘 전화통화 중이었다. “파인대부의 OOO입니다” 하고 인사하면 그들은 통화 중인 전화기를 건넸다. 수화기 속 직원은 “OOO 씨 맞죠? 회수금은 계좌로 입금해주시고요, 다시 고객님 바꿔주세요”라고 했다. 그러고선 돈봉투를 건네받고 은행 ATM에서 무통장 입금을 했다. 모두 4200만원이었다.

경찰에 가서야 그게 ‘보이스피싱’임을 알았다. 피해자를 직접 만나는 ‘대면 편취’라는 방식이었다. 일자리를 제안한 ‘김 형’이란 자는 조직원이었다. 처음 수사를 담당한 경찰서의 형사는 “왜 서울까지 와서 사고를 치느냐. (보이스피싱인지) 모를 수가 없다”며 윽박질렀다. “(몸통은) 잡을 인력도 잡을 능력도 없다”는 말까지 듣자 멘털이 무너졌다.

최씨는 수원에서의 소동 이후 어머니 손에 이끌려 2주간 폐쇄 병동에 입원했다. 그는 이 시기를 다시 떠올리길 힘들어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였고 수차례 극단적인 생각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의 변호를 맡은 이원일 변호사는 병원에서 의뢰인을 면접했을 때를 회상했다. 이 변호사는 “(정신병원에 있다고 하니) 편견을 가지고 만났는데 실제론 공손하고 예의 있더라. 이렇게 될 사람이 아닌데, (보이스피싱에) 연루되니 스트레스가 그만큼 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그를 보이스피싱 ‘공동 정범’으로 판단했다. 4건의 범행은 따로 수사가 이뤄졌고 재판도 1건은 서울에서, 나머지 3건은 울산에서 따로 진행됐다. 이 변호사는 줄기차게 무죄를 주장하는 변론을 폈다.

과거와 단절하기

지난 4월 선고된 최씨의 1심 판결문. 현금수거책으로 가담했단 이유로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과 함께 재판을 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지만 같은 피해자를 만나서 돈을 받았고 경찰에 붙잡혔다.

“피고인 최윤서는 무죄.”

지난 4월 중순 서울 동부지법에서 1심 선고공판이 열렸다. 판사가 주문을 읽자 최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법원 복도에서 한 시간을 울었다. “‘무죄’는 생각도 안 했어요. 심리적으로 잔뜩 웅크린 채로 갔기 때문에 감정이 더 복받쳤습니다.”

판사는 판결문에 “제출된 증거만으론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적었다.

‘김 형’이라는 사람이 요구한 취업서류(신분증 사본, 가족관계증명서 등)를 모두 건넨 점, 주변에 “취직했다”며 자랑하는 메신저 내용 등에 주목했다. 합의금을 마련해 건넨 것도 참작됐다. 피해자 가운데 한 사람은 “누가 봐도 평범한 직장인 같았다. 피고(최씨)가 취업 사기를 당해 돈을 받아갔다는 걸 믿을 수 있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무죄가 한 번 나왔다고 끝은 아니다. 모든 사법 절차를 언제 마칠지 모른다. 울산지법에서 진행되는 다른 재판에선 지난달 최씨에게 징역 10월이 선고됐다. 무죄가 나온 동부지법 재판은 2심(항소심)으로 넘겨졌다.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는 다음달로 예정됐다. 무죄가 뒤집힐 수도 있다.

대학 시절 학회장을 맡을 정도로 활발하던 최씨는 사건이 터지고 꼬박 1년을 은둔자로 살고 있다. ‘그 일’에 대해서는 가족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20년지기 친구와의 관계도 끊었다. 하루 두 번 약봉지와 씨름을 한다.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 수면제 따위를 12알 삼킨다. 그는 “딱히 약 부작용은 없는데 끊으면 불안 증상이 심해지고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서 상태는 최악에선 벗어났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를 갉아먹지 않도록 애쓴다.

“처음 입건됐을 땐 ‘평범한 제약회사 직장인이란 소박한 꿈, 미래가 끝났구나’ 하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이미 저질러진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일을 했던) 그 시간대를 조각내서 통째로 드러내는 거예요. 제 시간을 버리지 말아야죠.”

[헤럴드경제 디지털스토리텔링 : 인간 대포통장]

졸지에 사기범죄의 ‘공범’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만나 수백~수천만원의 현금다발을 받아 어딘가로 입금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그들을 ‘현금수거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총책과 범행을 공모했다는 죄를 묻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는 102명의 보이스피싱 공범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15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들이 범죄자로 연루되기까지의 배경, 어떻게 일했고 붙잡혔는지를 파악했습니다. 대부분은 가짜 취업 공고에 속아 ‘그 일’에 엮였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취업준비기간을 보내던 청년, 코로나19로 일터에서 밀려난 구직자, 단지 세상경험 쌓으려 알바를 찾았던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거미줄에 걸려들었습니다.

피해자와 사회는 그들을 비난합니다. ‘어떻게 범죄인 걸 모를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설계자들이 짜놓은 판은 지독하리만큼 교묘합니다.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듯이 자기들의 수족 노릇을 할 사람도 철저히 기망합니다. 정작 보이스피싱 본체는 막대한 수익만 삼키고 법망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공범이 된 이들의 허물없음을 대변하려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는 한순간에 피해자-피의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기록입니다. 동시에 보이스피싱 꼭두각시가 된 사람들을 비난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게 최선인지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헤럴드경제의 ‘인간 대포통장’ 기획은 3부에 걸쳐 보도됩니다.

[프롤로그]

[단독] 보이스피싱 ‘공범’ 몰렸다 실종된 아들,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1부]

① ‘살아있는 대포통장’ 된 그들…절반 이상이 2030

② 보이스피싱 ‘꼭두각시’로 쓰이다 버려진 사람들

③ “엄마, 그냥 교도소 갈게”…22살 아들이 보이스피싱 ‘낙인’ 찍혔다

 5060도 ‘보피 알바’…감쪽같은 사업자등록증에 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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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5060도 ‘보피 알바’…감쪽같은 사업자등록증에 속는다 [인간 대포통장]

기사입력 2021.10.19. 오후 3:25 최종수정 2021.10.19. 오후 4:26 기사원문 스크랩 

인간 대포통장 〈1부 - 만들어진 공범〉 ④
58년생 정씨, 교도소에 들어가다
정일훈 씨가 채용담당자와 나눈 대화. 그럴싸하게 만든 사업자등록증까지 제시하고 있다.

정일훈(63·남) 씨는 7년을 울산의 조선소에서 협력업체 소속 ‘보온공’으로 일했다. 집채만 한 배 속에 씨줄 날줄로 퍼진 배관에 보온재를 붙이는 노동이었다. 선박을 기어다니다시피 하면서 보온재를 덮는 건 고역이다. 그래도 일감은 풍부했고 꾸준히 소득이 들어왔다. 몇 년 전 불어닥친 조선업 불황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호시절은 끝났다. 하청업체를 나와 일용직으로 보온공 일을 이어갔지만 일거리가 부족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화물차 운전, 인체실험, 쿠팡 배송…. 그는 눈여겨본 구직 공고 목록을 작성했다. 거기엔 ‘SBI솔루션’도 적혀 있다. 생활정보지 ‘교차로’에서 유심히 봐둔 업체명이었다.

SBI솔루션의 채용담당자는 정씨와 연락하면서 “채권 추심업무”라고 소개했다. 사채를 끌어와서 하는 불법적인 일은 아닌지, 제3자가 돈을 받아 입금하는 이유는 뭔지 등을 정씨가 꼼꼼히 물었더니 “고객들이 이미 신용불량이 돼서 통장 압류되고 현금으로 할 수밖에 없다. 고려신용정보에서 위탁받은 회사”라고 설명했다. 동래세무서장 직인이 찍힌 사업자등록증까지 보여줬다.

그것은 취업의 허울을 쓴 범죄 심부름꾼 모집 광고였다. 그는 경찰에 붙잡혔고 검찰로부터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한 공동 정범’이라는 취지로 기소(사기 혐의)됐다. 1심 재판부는 공소 사실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정씨는 지난해 9월 진주교도소에 미결수로 수감됐다. 피고 측은 “형이 너무 과하다”고, 검사 측은 “형이 약하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정씨의 변호인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일러스트=권해원 디자이너]

정씨와 같은 중장년층들이 보이스피싱에 연루돼 붙잡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확보한 서울지방경찰청의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검거보고서 분석자료를 보면, 2020년 4월~2021년 3월에 붙잡힌 피의자 578명(서울지방경찰청 관내) 가운데 40대 이상 가담자는 240명(41.6%)으로 집계됐다. 이 시기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보다 앞선 시기엔 40대 이상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 2018년 2월~2020년 3월에 검거된 현금수거책 559명을 연령대로 분류했을 때 40대 이상 피의자는 15%에 그쳤다. 현금수거책으로 가담했다는 이유로 붙잡힌 사람 10명 중 7명은 20~30대였다. 2~3년 전만 해도 보이스피싱 심부름꾼 노릇은 비교적 젊은 층에서 많이 했다면, 2020년 2분기가 지나면서 연루되는 이들의 연령대가 높아졌다.

[권해원 디자이너]

검거보고서를 분석한 홍순민 서울광진경찰서 강력팀장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알바) 광고를 엄청 때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수입이 엄청나게 줄어들고 수입이 불규칙한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쉬운 일이다. 수금하는 일이다. 일당은 최저 시급보다 많이 쳐주겠다’는 내용으로 현혹한 결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이든, 청년층이든 보이스피싱 행동책으로 엮이는 배경은 ‘취업’이다. 당장 일자리가 절박한 이들이 보이스피싱 일당이 쳐둔 거미줄에 걸린다. 다만 20~30대가 취업정보를 알바몬, 알바천국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찾았다면,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교차로, 벼룩시장 같은 생활정보지를 통해 취업정보를 접한다.

지면 형태의 생활정보지에 실린 구직광고 가운데 보이스피싱 관련 허위 공고로 의심되는 사례들.

보이스피싱 수금책을 모집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광고들은 대개 ‘단기/장기 배달 알바모집’ ‘단순배송 구함’ 따위의 제목을 달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슨 업무를 담당할 것인지는 대체로 명시하지 않는다. ‘초보 환영’ ‘나이 무관’ ‘일급 지급’ 등의 문구로 일단 유인한 뒤 유선이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구체적인 업무를 설명하며 포섭하는 구조다.

이원일 변호사(법무법인 하진)는 “생활정보지 한 부를 펼치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광고가 8, 9개쯤 된다”며 “교차로 같은 익히 알려진 매체에 불법적인 광고가 실리리라곤 생각지도 못하는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디지털스토리텔링 : 인간 대포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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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는 102명의 보이스피싱 공범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15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들이 범죄자로 연루되기까지의 배경, 어떻게 일했고 붙잡혔는지를 파악했습니다. 대부분은 가짜 취업 공고에 속아 ‘그 일’에 엮였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취업준비기간을 보내던 청년, 코로나19로 일터에서 밀려난 구직자, 단지 세상경험 쌓으려 알바를 찾았던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거미줄에 걸려들었습니다.

피해자와 사회는 그들을 비난합니다. ‘어떻게 범죄인 걸 모를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설계자들이 짜놓은 판은 지독하리만큼 교묘합니다.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듯이 자기들의 수족 노릇을 할 사람도 철저히 기망합니다. 정작 보이스피싱 본체는 막대한 수익만 삼키고 법망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공범이 된 이들의 허물없음을 대변하려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는 한순간에 피해자-피의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기록입니다. 동시에 보이스피싱 꼭두각시가 된 사람들을 비난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게 최선인지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헤럴드경제의 ‘인간 대포통장’ 기획은 3부에 걸쳐 보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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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살아있는 대포통장’ 된 그들…절반 이상이 2030

② 보이스피싱 ‘꼭두각시’로 쓰이다 버려진 사람들

③ “엄마, 그냥 교도소 갈게”…22살 아들이 보이스피싱 ‘낙인’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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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냥 교도소 갈게”…22살 아들이 보이스피싱 ‘낙인’ 찍혔다 [인간 대포통장]

기사입력 2021.10.18. 오후 5:32 최종수정 2021.10.18. 오후 7:37 기사원문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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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대포통장 〈1부 - 만들어진 공범〉 ③
허연정(53·가명) 씨, 보이스피싱 피의자 김진석(22·가명) 母의 기억


허연정(53·가명) 씨와 8~9월 2차례에 걸쳐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금수거책으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피의자 된 김진석(가명) 씨의 어머니다. [사진=박준규 기자]

“엄마, 알바 잡았어!”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했다며 안방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며칠 전 군 입대를 앞두고 게임만 하는 아들이 답답해 “군대 가기 전에 사회 경험이라도 쌓으라”며 윽박질렀던 터였다.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하늘의 별 따기”라며 입을 비쭉거렸다. 작년 초만 해도 코로나 확산 초기였기에 구직사이트에 올라오는 공고는 지게차 운전, 냉동창고 작업 등이 전부인지라 선택지가 없었다.

아들이 구했다는 일은 “대금을 회수하는 대부업체 사무직”이라고 했다. 대부업이라니…. 영화 속 깡패가 떠올라 아들의 등짝을 후려치곤 “그런 거 하다 칼빵 맞는다”며 눈에 쌍심지를 켰다. 아들은 “세상에 편한 일이 어디있냐”며 맞받았다. 며칠 후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구했다면서 새벽부터 일을 나갔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로부터 2주 후. 아들이 목걸이를 건넸다. “엄마 생일선물로 금붙이 사줘”라며 장난삼아 던진 말을 기억한 것이었다. 뿌듯하고 행복했다. ‘녀석, 알바비 얼마나 된다고….’ 아들은 찔리는 듯 “사실 호기심에 대부업체 일을 시작했다”고 실토했다. 이번에도 “미쳤냐”며 소리쳤다. 목걸이는 환불시켰다. “일주일 내로 그만두겠다”는 아들의 약속을 받고서야 놓아주었다.

유난히 아들 걱정이 많았다. 여리고 상처가 많은 아이였다. 살집이 있고 눈이 작아서 별명이 ‘100㎏ 아메바’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겉돌더니 친구들의 표적이 됐다. 체육시간에 자리를 비우면 교복이 없어졌다. 머리에 돌을 맞기도 했다. 맞고 들어오는 아들을 볼 때마다 말도 못 할 정도로 괴로웠다. 아이를 대안학교로 전학 보낸 후에도 신경 쓰였다. 그래서 버릇처럼 딸에게 “엄마 죽으면 오빠가 사기당하지 않게 잘 챙겨줘라”라고 했다. 말이 씨가 된 것 같다.

[사진=박준규 기자]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전락…아들은 ‘도구’ 였다


올해 초였다. 겨우 전셋집 계약을 마친 뒤 들뜬 기분으로 학창 시절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늦은 밤 전화벨이 울렸다. “○○경찰서인데요, 아드님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됐습니다”라고 했다. “선생님 잘못 거신 거 아녜요?” 퉁명스럽게 반문했다.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해 전화를 탁 끊었다. 이상하게 불안감이 밀려왔다. 걸려온 번호를 검색해 보니 경찰서가 틀림없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다음 달 새벽같이 경찰서로 향했다. 유치장 너머 아들은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렸다. 애지중지하던 고양이가 죽어도 울지 않던 아이였다. “정말 몰랐어. 몰랐어. 미안해” 아들이 바닥을 보며 웅얼거렸다. 묻고 싶은 건 많은데 가시덤불이 들어찬 듯 목이 메었다. “뭔가 잘못된 거야…. 엄마가 꺼내 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단순 채권추심 업무로만 알았지만 사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피해금을 수거해 무통장 송금하는 일이었다. [최재원 사진작가]

경찰은 아들이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라고 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본 구직 사이트에는 ‘대부업체 채권추심팀의 수금 업무’라고 분명히 적혀 있었다. 상호와 도장이 찍힌 서류도 확인했다. 그들은 “부실채권을 회수하는 일”이라며 “고객을 만나 현금을 받고 지정된 계좌로 입금하면 된다”고 했다. 고액을 다루는 일이기에 신분증·주민등록초본 등도 보내라고 했다. 의례적인 취업 절차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아들을 전국으로 보냈다. 약속 장소에 가면 고객들이 먼저 아들을 알아보곤 현금다발을 손에 쥐여줬다. 고객들은 그들의 지시에 따라 전화를 하며 한순간도 스마트폰을 놓지 않았다. 아들과 말 섞을 틈조차 없었다. 아들은 가볍게 목례를 하며 신용보증협력서·대출금상환확인서 등 미리 받은 서류를 건넸다. 일종의 ‘영수증’이었다. 그러곤 은행 ATM으로 이동해 무통장 입금을 했다. 현금이 구겨져 입금이 잘 되지 않으면 직접 은행 직원에게 문의해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들은 “꾸물거리면 고객들의 이자가 늘어난다”며 아들을 재촉했다. 하루에 두 탕, 세 탕도 뛰었다. 처음엔 일급, 나중엔 수수료를 수당으로 받았다. 1월 초부터 열흘 사이에 10명이 넘는 고객을 만났다. 아들은 정상적인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생각했기에 곳곳에 자취를 남겼다. 자신의 카드로 여러 번 택시 비용을 결제하고, 코로나 명부에 실명과 번호를 남겼다. 범죄라고 생각했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현금수거책으로 보이스피싱 피의자 된 아들 김진석 씨. 그는 현재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박준규 기자]

피의자란 이름을 한 피해자


아들이 붙잡힌 건 강원도의 한 은행이었다. 받은 돈을 무통장 입금하고 있었다. 마침 출금하러 온 경찰이 이상하게 여겨 “혹시 보이스피싱 피해자냐”고 물었다. 아들은 “대금업체 수금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다”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그 자리에서 영문도 모른 채 긴급 체포됐다. 지역 신문에 ‘보이스피싱 조직원 검거’라는 기사가 났다. 회사와 상사의 이름. 영수증으로 건넸던 서류. 모든 것이 위조된 가짜였다. 피해금액 수억 원을 전달받은 보이스피싱 총책은 이미 잠적한 뒤였다.

경찰은 아들이 보이스피싱 공범이라고 했다. 아들도 가짜 취업 정보에 속아서 당한 거라고 해도 듣질 않았다. 다행히 구속되진 않았다. 인터넷을 뒤지니 아들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 수없이 많았다. 취준생·직장인·자영업자…. 생계 전선에 뛰어든 평범한 사람들이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 재판에 올랐다. 보이스피싱 총책은 중국에 있어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아들 같은 피의자들은 총책이 가로챈 피해 금액을 합의금으로 물어주고도 실형을 산다고 했다.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아들을 붙잡고 “엄마가 잘못했다”고 빌었다. ‘일을 하라고 보채지만 않았어도….’ 아들의 앞길을 망쳤다는 생각에 견딜 수 없어 수면제를 여러 알 삼키기까지 했다. 극단적인 선택만 두 번. 한 달 사이 12kg가 빠져 앙상해졌다. 잘 들리지도 않고, 또렷이 보이지도 않았다. 갑자기 공황발작이 와서 36시간 동안 고장 난 경운기처럼 온몸을 떨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딸은 얼굴이 흙빛이 되어 방문을 걸어 잠갔다.

[123RF]

“엄마 나 감방 갈게 더 이상 노력하지 마. 그러면 되잖아.”

아들은 그만 포기하자고 한다. 하루 종일 식물인간처럼 침대 위에서 숨만 쉰다. 정신과를 찾은 아들은 우울증, 공황장애, 성격신경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루에 약을 수 알 삼키지만 살아있는 악몽은 끝날 줄 모른다. 복학 후 대기업에 취직하겠다는 꿈은 일찌감치 버렸다. 이따금 “교도소에 5년씩 가느니 차라리 죽어버릴까”라고 하다가도 “마음을 비웠다”며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다. “교도소 갔다 와서 열심히 하면 된다”고 다독이지만 마음에 없는 소리다.

아들은 11월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아들을 8개 혐의로 기소했다. 사기·공문서위조·사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위조사문서행사. 참담했다. 갓난아이 때부터 애지중지 키웠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앞길이 창창했던 아들이 한순간에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쓰라렸다. 순백 같은 아이를 걸레짝처럼 닳도록 쓰고 쓰레기통에 버린 것만 같다.


[헤럴드경제 디지털스토리텔링 : 인간 대포통장]

졸지에 사기범죄의 ‘공범’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만나 수백~수천 만원의 현금다발을 받아 어딘가로 입금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그들을 ‘현금 수거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총책과 범행을 공모했단 죄를 묻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는 102명의 보이스피싱 공범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15명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들이 범죄자로 연루되기까지의 배경, 어떻게 일했고 붙잡혔는지를 파악했습니다. 대부분은 가짜 취업공고에 속아 ‘그 일’에 엮였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취업준비 기간을 보내던 청년, 코로나19로 일터에서 밀려난 구직자, 단지 세상경험 쌓으려 알바를 찾았던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거미줄에 걸려 들었습니다.

피해자와 사회는 그들을 비난합니다. ‘어떻게 범죄인 걸 모를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설계자들이 짜놓은 판은 지독하리만큼 교묘합니다.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듯이 자기들의 수족 노릇을 할 사람도 철저히 기망합니다. 정작 보이스피싱 본체는 막대한 수익만 삼키고 법망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공범이 된 이들의 허물없음을 대변하려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는 한순간에 피해자-피의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기록입니다. 동시에 보이스피싱 꼭두각시가 된 사람들을 비난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게 최선인지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헤럴드경제의 ‘인간 대포통장’ 기획은 3부에 걸쳐 보도됩니다.

[프롤로그]

[단독] 보이스피싱 ‘공범’ 몰렸다 실종된 아들,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1부]

① ‘살아있는 대포통장’ 된 그들…절반 이상이 2030

② 보이스피싱 ‘꼭두각시’로 쓰이다 버려진 사람들




헤럴드 디지털콘텐츠국 기획취재팀

기획·취재=박준규·박로명 기자

일러스트·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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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꼭두각시’로 쓰이다 버려진 사람들 [인간 대포통장]

기사입력 2021.10.16. 오후 4:32 기사원문 스크랩 

인간 대포통장 〈1부 - 만들어진 공범〉 ②
길거리 CCTV에 잡힌 대면편취 장면. 노란색 상의를 입은 여성(현금 수금책 피의자)이 스마트폰을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내 한 남성(피해자)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여성에게 접근한다. 이후 이 남성은 가방에서 돈봉투를 꺼내 여성에게 건넨 뒤 사라졌다. 이들이 조우한 시간은 12초였다. [경찰청 제공]

보이스피싱 대면편취, 기만의 ‘삼각구조’

#1. 2020년 4월 14

주부 정현옥(61·가명) 씨는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KB국민은행 김이호 과장입니다. 코로나 관련해서 저금리 상품이 새로 나왔습니다. 연 2.2% 금리에 최대 3500만원까지 대환대출 가능 하십니다.”

솔깃한 제안을 정 씨는 덥썩 물었다. 국민은행 직원은 신용조회를 운운하며 문자로 은행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수 있는 링크를 보내겠으니 설치하고 기본정보를 입력하라고 안내했다. 정 씨는 그대로 따라했다.

다시 김이호 과장이 전화를 해왔다. “조회했더니 하나은행에 대출이 있으시네요. 일단 1000만원을 상환해서 신용도를 높여야 우대조건으로 대출 이용 가능 하세요. 저희 직원 보낼테니 상환금 보내시면 저희가 빠르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2. 2020년 4월 16




[Web발신] (광고) 일자리가 없어 고민이신가요? △△△에서 힘든 시기 함께 할 외근직 수습(임시) 직원을 모집합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연락주세요.




송지민(35·가명) 씨의 스마트폰에 이런 문자가 찍혔다. 코로나19로 일하던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새 일자리를 찾던 와중이었다. 청각장애가 있는 어머니(60)를 혼자 돌보는 그에겐 새 일자리가 시급했다.

연락하자 ‘김대성 실장’이라고 소개한 이가 “대부업체 대출 건을 처리하는 업무다. 고객님에게 돈 받아서 무통장 입금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송 씨는 “당사자가 아닌 제가 왜 (입금을) 해줘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우리 고객들이 신불자가 많아서 계좌 이용이 어렵고, 이렇게 무통장 입금을 하면 세금도 안 내기 때문”이라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 5일, 오전 10시~오후 6시 근무하면 일당 10~3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묻는 송 씨에게 김 실장은 “일단 한 달 임시직으로 일해보고 잘 되면 전환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임시직 직원이 됐다.

#3. 2020년 4월 21




서울 XX구 □□길로 가면 고객님 나와 계실거예요. 1000만원 수령하시면 됩니다.




이날 아침 9시. 송지민 씨는 채용된 이후 처음으로 업무를 받았다. 지시대로 이동한 곳은 대형 쇼핑센터 앞이었다. 행인이 많았지만 김 실장이 인상착의를 설명해준 덕에 고객을 어렵지 않게 찾았다. 바로 정현옥 씨였다. 가까이 다가갔더니 정 씨도 자신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그는 스마트폰을 붙잡고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 그가 대뜸 전화기를 건넸다. 상대방은 “송지민 씨 맞죠? 잘 처리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전화기를 돌려주자 정 씨는 두툼한 봉투를 건넸다.


쉽게 쓰고, 언제든 버린다
보이스피싱 주류 수법으로 떠오른 대면편취는 총책이 피해자와 피의자를 마치 조종하는 구조로 작동된다. [권해원 디자이너]

송지민 씨의 사례는 지난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대면편취’ 스타일 보이스피싱의 매커니즘을 보여준다. 그는 헤럴드경제가 지난 8~9월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현금 수거책 피의자 14명 가운데 한 명이다. 송 씨를 포함한 8명은 현재 관련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4명은 경찰, 검찰 수사 중. 나머지는 형 집행을 완료한 상태다.

취재팀은 이들이 어떤 식으로 일자리를 접했고 실제로 일을 했는지 정리했다. 그러면서 대면편취 보이스피싱의 작동하는 ‘삼각구조’를 확인했다.

2019년까지 3244건에 그쳤다가, 지난해 들어선 1만5111건으로 폭증한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은 한 축엔 이른바 심부름꾼이 반드시 필요하다. 피해자를 만나서 돈을 받은 뒤 계좌로 입금하는 역할을 해야해서다. 그걸 보이스피싱 조직의 내부사정을 아는 인물에게 맡길 순 없다. 경찰에 붙잡히더라도 조직 본체엔 손상을 주지 않을 ‘도마뱀 꼬리’가 필요하다. 때문에 일반인 수요가 생긴다.

박현근 변호사는 “세상물정 모르는 20대를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무제한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수거책은 말 그대로 쓰다가 쓸모 없어지면 버리는 도구에 그친다. 새 인력은 국내에서 끊임없이 공급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취재팀과 만난 송지민 씨가 자신이 받았던 가짜 구인공고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최재원 사진작가]

누구나 아는 사이트라 믿었는데


취재팀이 만난 14명의 사례자들은 보이스피싱에 연루되기 직전에 공통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그 가운데 7명은 알바몬, 알바천국, 벼룩시장 같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채권 회수’ 혹은 ‘채권 추심’ 아르바이트라는 안내를 보고 구인공고에 접근했다. ‘법률사무소 외근직 아르바이트’, ‘부동산경매업무’ 같은 제목이 달린 구인공고를 보고 엮이게 된 이들도 있다. 최근엔 중개사무소 외근직이라는 허울로 “고객들이 다운계약서를 써서 계약금을 현금으로 받아야 한다”고 구직자를 유인한다.

이 밖에 ▷네이버 밴드(2명) ▷네이버 카페(1명) ▷온라인 구인 광고(3명) ▷온라인 게임(1명) 등을 통해서 일자리 정보를 얻었고 결과적으로 보이스피싱에 연루됐다.

송대인 씨가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확인했던 구인공고. '채권회수 업무'는 결과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금하는 일이었다.

취재팀이 만난 송대인(38·가명) 씨는 지난해 한 지역언론이 운영하는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주)○○파이낸스 명의의 구인공고를 봤다. 거기엔 경매물건조사 또는 채권회수업무를 맡게 된다고 돼 있었다. 송 씨는 인사담당자라는 이와 연락하면서 경매물건조사 업무를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그건 당장 일거리가 없어서 일단 채권회수 업무를 해보시라”고 권했다.

송 씨는 “돌이켜 보면 경매물건조사라는 건 미끼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누구나 알고 믿는 사이트에 합법적 알바를 가장해 보이스피싱 전달책을 모집하는 글이 올라올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총책’이 조종하는 연극
[권해원 디자이너]

일자리를 미끼로 평범한 시민들을 전달책으로 섭외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다른 한 편에선 피해자를 물색한다. 삼각구조를 완성하는 다른 축이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상징적인 사례인 검사, 금융감독원 사칭은 줄었다. 대신 은행, 카드사 등을 빙자해 대출상품을 안내하는 방식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돈 필요한 사람이 많이지면서 피해자가 늘었다.

이병찬 변호사는 “작년, 올해 벌어진 사건의 90%는 코로나 긴급대출, 저금리 대환대출 등을 운운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현금을 건네받기로 한 사람(수거책)과 피해자는 대면하지만 상황을 전혀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피의자에게 각기 다른 거짓정보를 주면서 롤(역할)을 부여하는 셈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들이 약속된 장소에서 실제로 만났을 때 불필요한 소통을 하지 않도록 애쓴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피해자를 통화로 계속 붙잡고 있는 식이다. “우리 직원이 확실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댄다.

취재팀이 만난 피의자들은 이렇게 설명했다.

“안녕하세요 하자마자 돈이 든 가방을 건네줬어요. 그분은 계속 통화 중이어서 다른 말은 못했어요.”

“담당자가 ‘고객이 통화 중인 상태로 만나기 때문에 인사만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대화 할 시간조차 없어요. 피해자는 통화는 하고 있는 상태고 저도 통화 중이죠. 서로 OOO맞으세요? 하고 고개만 끄덕이면 끝이에요.”




[헤럴드경제 디지털스토리텔링 : 인간 대포통장]

졸지에 사기범죄의 ‘공범’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만나 수백~수천 만원의 현금다발을 받아 어딘가로 입금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그들을 ‘현금 수거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총책과 범행을 공모했단 죄를 묻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는 102명의 보이스피싱 공범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15명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들이 범죄자로 연루되기까지의 배경, 어떻게 일했고 붙잡혔는지를 파악했습니다. 대부분은 가짜 취업공고에 속아 ‘그 일’에 엮였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취업준비 기간을 보내던 청년, 코로나19로 일터에서 밀려난 구직자, 단지 세상경험 쌓으려 알바를 찾았던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거미줄에 걸려 들었습니다.

피해자와 사회는 그들을 비난합니다. ‘어떻게 범죄인 걸 모를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설계자들이 짜놓은 판은 지독하리만큼 교묘합니다.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듯이 자기들의 수족 노릇을 할 사람도 철저히 기망합니다. 정작 보이스피싱 본체는 막대한 수익만 삼키고 법망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공범이 된 이들의 허물없음을 대변하려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는 한순간에 피해자-피의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기록입니다. 동시에 보이스피싱 꼭두각시가 된 사람들을 비난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게 최선인지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헤럴드경제의 ‘인간 대포통장’ 기획은 15일부터 3부에 걸쳐 보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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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살아있는 대포통장’ 된 그들…절반 이상이 2030 [인간 대포통장]

기사입력 2021.10.15. 오전 7:02 최종수정 2021.10.15. 오전 10:29 기사원문 스크랩 

인간 대포통장 〈1부 - 만들어진 공범〉 ①
피해자가 건네는 돈봉투를 피의자가 받아서 가방에 넣는 장면. 전형적인 대면편취 유형의 보이스피싱 현장 모습이다. 경찰청으로부터 CCTV 화면을 제공받았다.

보이스피싱은 암(癌)과 닮았다. 암세포는 끊임없이 분열하다가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든다. 그러면 기존 치료제는 약발이 받질 않는다. 암세포는 스멀스멀 퍼져나간다. 암을 ‘진화하는 생명체’라고 부르는 이유다. 보이스피싱이란 사기범죄도 한국에 처음 보고된 이후로 돌연변이를 만들면서 환경에 대응했다. 정부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대응했지만 여전히 살아남은 이유다.

코로나19가 퍼진 2020년엔 보이스피싱 범죄가 또 진화했다. 전염병이 퍼지며 비대면은 일상의 기본양식으로 자리잡았지만 보이스피싱 만큼은 ‘대면’이 대세가 됐다. 피해자를 직접 만난다. 패러다임이 바뀐 셈이다.

그러면서 ‘심부름꾼’들이 등장했다. 이들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받았다. 수사기관과 사법부는 이들을 ‘현금 수금책’이라 부른다. 보이스피싱의 수뇌부는 음지로 더 숨어들었다. 수금책 노릇을 한 사람들 가운데엔 평범한 청년들이 대거 섞여 들었다.


보이스피싱 패러다임 시프트...‘대면편취’ 365% 폭증


대면편취(對面騙取). ‘얼굴을 마주한 채로 재물을 빼앗다’는 의미다.

헤럴드경제가 국회 오영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을 통해 확보한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를 통틀어 발생한 보이스피싱 대면편취 사건은 1만5111건. 경찰이 분류하는 8가지 보이스피싱 피해유형 가운데 47.7%를 차지했다. 2019년 발생건수(3244건)와 견주면 365% 늘었다.

전염병 국면이 이어지며 거리두기가 강화된 올해는 더 활개를 치고 있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1만6840건의 대면편취 사건이 보고됐다. 이미 지난해 1년치를 넘어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선 대면편취 범행이 이어지고 있다. 연말에 집계될 통계치는 사상 최고 수준이 확실하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유형에서 대면편취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권해원 디자이너]

대면편취 유형은 ‘보이스피싱=비대면 사기’라는 등식을 깨뜨린다. 그간 보이스피싱 범죄의 근간은 계좌이체였다. 조직원이 전화로 접근해 검찰청 검사나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뒤 여러 구실을 내세워 피해자가 돈을 송금하게 유도하는 식이다. 이른바 ‘그놈 목소리’만으로 그간은 범죄피해가 성립됐다.

2020년은 이 양상이 완전히 뒤집혀진 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계좌이체 유형의 발생건은 2019년 3만517건에서 2020년 1만596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면편취 유형은 3배 가까이 불었다. 보이스피싱 범죄 경향이 뒤집어진 셈이다. 사람이 대포통장(사기금융계좌) 역할을 수행하는 꼴이 됐다.

수사기관은 대포통장 수급문제에서 원인을 찾는다. 블랙마켓(암시장)에서 범죄에 활용할 대포통장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대포통장은 조직이 범죄수익금을 손에 쥐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대포통장 유통조직이 보이스피싱 쪽으론 공급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수사관은 “보이스피싱 대포통장은 명의자 입건하면 입출금 내역이 있는 관련계좌가 모두 동결된다. 금융당국, 금융사들이 강력하게 대응한 결과”라면서 “리스크가 커지다보니 보이스피싱 쪽 공급이 말랐다”고 말했다.

개인 계좌를 사고 파는 것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도 신규 대포통장 공급이 어려워진 배경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도 자체적으로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구축하면서 사기계좌를 예전보다 효과적으로 골라내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수거책이 만나는 모습을 대역배우를 통해 재연했다 [최재원 작가]

54%가 2030


현금 수거책, 현금 전달책, 행동책.

피해자를 직접 만나서 돈을 받은 뒤 무통장입금을 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여러 단어들이다. 헤럴드경제는 이 가운데 사법부에서 주로 쓰는 ‘현금 수거책’으로 용어를 통일하기로 했다.

취재팀은 경찰의 협조를 얻어 현금 수거책의 인구통계학적 배경(연령대·직업·가담경로·구속유무)을 살폈다. 서울광진경찰서 홍순민 강력팀장(경감)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서울 31개 경찰서에서 붙잡은 현금 수거책 578명의 검거보고서를 전수분석해 취재팀에 단독 제공했다.

연령을 보면 20대가 208명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30대는 103명(17.8%)이었다. 검거된 현금 수거책의 53.8%가 2030세대인 셈이다. 10대도 27명(4.7%) 있었다.

[권해원 디자이너]

일정한 일자리가 없는 이들이 대거 연루됐다. 498명이 검거 당시 ‘무직’ 상태였다. 전체의 86.2%에 달한다. 경찰은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에 종사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도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무직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생/학생은 23명(4.0%) ▷회사원 12명(2.1%) ▷자영업 8명(1.4%) ▷일용직 6명(1.0%) ▷유통업 3명(0.5%) 등이 뒤를 이었다.

분석 대상이 된 578명 가운데 97.6%(564명)이 “구인광고를 보고 연루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분류하는 구인광고는 온라인 SNS 채널(네이버 밴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구인구직플랫폼(알바천국, 알바몬 등)에 게재된 일자리 정보를 뜻한다. 이는 붙잡힌 현금 수거책들이 애초에 보이스피싱 조직을 알고 있거나 관여하던 이들이 아님을 시사한다.

이병찬 법무법인 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말 그대로 이들은 ‘인간 대포통장’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 볼 시간도 없고 세상 돌아가는 사정도 잘 모르는데 경제적으로 취약해서 대출은 안 나오고 일자리를 구해야 했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 디지털스토리텔링 : 인간 대포통장]

졸지에 사기범죄의 ‘공범’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만나 수백~수천 만원의 현금다발을 받아 어딘가로 입금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그들을 ‘현금 수거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총책과 범행을 공모했단 죄를 묻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는 102명의 보이스피싱 공범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15명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들이 범죄자로 연루되기까지의 배경, 어떻게 일했고 붙잡혔는지를 파악했습니다. 대부분은 가짜 취업공고에 속아 ‘그 일’에 엮였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취업준비 기간을 보내던 청년, 코로나19로 일터에서 밀려난 구직자, 단지 세상경험 쌓으려 알바를 찾았던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거미줄에 걸려 들었습니다.

피해자와 사회는 그들을 비난합니다. ‘어떻게 범죄인 걸 모를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설계자들이 짜놓은 판은 지독하리만큼 교묘합니다.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듯이 자기들의 수족 노릇을 할 사람도 철저히 기망합니다. 정작 보이스피싱 본체는 막대한 수익만 삼키고 법망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공범이 된 이들의 허물없음을 대변하려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는 한순간에 피해자-피의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기록입니다. 동시에 보이스피싱 꼭두각시가 된 사람들을 비난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게 최선인지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헤럴드경제의 ‘인간 대포통장’ 기획은 3부에 걸쳐 보도됩니다.


헤럴드 디지털콘텐츠국 기획취재팀


기획·취재=박준규·박로명 기자

일러스트·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박준규 nyang@heraldcorp.com, 박로명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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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공범' 몰렸다 실종된 아들,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인간 대포통장]

 

입력 2021. 10. 14. 17:33 댓글 2

 

[인간 대포통장 : 공범이 된 청년들] - 프롤로그

권해원 디자이너

“아버님, 저도 여러 번 전화했는데 다원(가명)이가 안 받네요.”

막역한 친구의 전화도 받질 않았다. 아버지 김정길(64·가명) 씨는 이미 수십번 전화를 했던 터였다. 응답 없는 전화. 아들이 사라졌다. 보이스피싱 공범 혐의로 열릴 재판을 열흘쯤 앞둔 올해 2월의 어느 날이었다.

아들이 혼자 살던 경기도 고양의 원룸은 반듯하게 정리돼 있었다. ‘얘가 혹시 잘못 생각한 건 아닌가….’ 무서운 생각이 김씨의 머릿속에 번졌다. 아들은 아버지의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2월 말 경상북도 상주의 어느 편의점에서 담배와 딸기우유를 산 기록이 남았다. 상주는 아들이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곳이다. 온 가족이 상주를 뒤졌지만 아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3월 11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다.

피 말리는 시간들. 4월 말에서야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상주에서도 주민이 가장 적은 하북면의 어느 터널 바깥에 방치된 자동차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수습됐다. 이상하게 여긴 등산객이 경찰에 신고했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향년 39세.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들의) 존재가 없어지니 미치겠더라고요. 스스로 터널을 빠져나와야 했는데 재기하기를 바랐는데….”

김씨는 북받치는 감정을 다스렸다. 선뜩한 기억이 들 때마다 말이 떨렸다. 유일한 아들을 먼저 보낸 충격은 그대로였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김씨는 처음 취재진이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거절했다. 수소문 끝에 그를 찾아가 설득했고 9월 초와 이달 초, 2차례에 걸쳐 이야기를 들려줬다.

보이스피싱 수거책

[연합]

아들은 자동차를 무척 좋아했다. 뒤늦게 정비를 배워 정비센터에 자리를 얻었다. 사고차가 입고되면 견적 내고 수리 절차를 밟는 업무를 했다. 그러면서 돈이 모이는 대로 차를 튜닝하는 걸 취미 삼았다.

정비센터에서 10년을 일하면서 결혼하고 아이도 하나 낳았다. 하지만 부부 사이가 나빠지며 2년 만에 갈라섰다. 엄마가 양육권을 가져갔다. 홀몸이 된 아들은 고양에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아버지는 지난해 초부터 아들에게서 “힘들다”는 말이 부쩍 잦아졌다고 기억했다. 소위 갑질하는 손님을 대하는 게 점점 힘에 부친다고 했다. 입 주위가 허는 날이 잦았다. “경험이 10년 됐지만 그런 손님들은 좀처럼 소화를 못 시키는 것 같았어요. 부자끼리 대화도 많이 했는데 도저히 못하겠는 모양이더라고요.”

“아버지, 아르바이트 찾았어요. 일단 알바 좀 하면서 지낼게요.”

아들은 결국 정비센터를 관뒀다. 여덟 살 손주의 양육비를 대야 했기에 쉴 틈은 없었다. 서둘러 새 일자리를 찾아보겠다더니 알바를 하나 잡았다고 했다. 배송업무라고 얘기했다. 마트 가서 식품 사다가 배달하고 법원에서 서류 받아다가 배송해주는 일이었다.

“며칠 그렇게 하다가 송금하는 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회사에서) 제안을 했더래요. 일감이 많다면서요. 아들이 ‘돈세탁인가’ 의심이 들어 ‘이래도 되는 겁니까?’ 하고 물었대요. 그러니 ‘아무 문제 없다. 문제 생겨도 우리가 책임진다’고 대답했다는 거예요.”

‘CCTV가 천지인데 설마 잘못된 걸 시키겠나.’ 아버지 김씨도 제2금융권에 관계된 업무겠거니 생각했다. “아들도 성인이니까요. 그저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해봐’라고만 했어요.”

부자(父子)의 동행

[게티이미지]

“손님도 요새 별로 없을 텐데 아버지 택시로 같이 다닙시다. 일하면 일당 바로 줘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며 택시 영업이 어렵던 시점이었다. 아버지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옆자리에 아들을 태우고 고객을 만난다는 장소로 운전했다. 가장 멀리 간 곳은 원주였다. 부자의 동행은 보름쯤 이어졌다. 그리고 이 여정은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15~20일쯤 같이 다닌 것 같아요. 한 번은 같이 나갔는데 1000만원 정도를 받아오더라고요. 자식이 아버지에게 나쁜 일 하자겠어요. 그냥 그렇게 된 거죠.” 그러면서도 김씨는 ‘죄스럽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느 날 형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아들이 ‘그 일’을 시작하고 한 달쯤 지난 때였다.

“OOO라는 곳에서 사람 만나서 돈 받는 손님을 태운 적 있습니까? 김다원이란 사람인데 선생님 택시를 탄 것 같아서요.”

“아…. 제 아들입니다.”

“보이스피싱이에요 그거. 빨리 연락해야 합니다.”

경기도 시흥, 서울 강동·용산 등 각지에서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김다원 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동·중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수금이란 건 사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이었다. ‘대면편취’라는 신종 수법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아들은 20여회 피해자를 만났고 피해금은 1억5000만원에 달했다.

피의자 심문조서 기록은 건조했다. 10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기까지의 고민과 좌절, 밥벌이의 어려움 따위는 담기지 않았다. 한동훈 중랑서 형사과장은 “줄곧 자기는 몰랐다고 소명했고 너무 많은 돈이어서 욕심도 좀 났다는 진술도 있다. 기록상 특별한 건 없다”고 말했다.

선량한 30대 청년은 하루아침에 피의자가 됐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사기 혐의로 그를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한동안 정보를 긁어모으는 데 몰두했다. 알바인 줄만 알았다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몰린 어떤 이가 재판에서 징역 3년을 받았다는 얘기를 아버지에게 하기도 했다.

“공판 앞두고 너무 괴로웠던 거예요. 괴로워하다가 다 짊어지고 가겠다고 선택한 거죠. 저하고 아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울고 잊으면서 살고 있어요. 지금 일을 하니까 일하는 시간 동안은 가슴에 묻고 살아갑니다. 혹시 모르고 이런 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경찰이나 어디에 문의해보고 확인해보면 좋겠어요. 그게 최선인 거 같네요.”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디지털스토리텔링 : 인간 대포통장]

졸지에 사기범죄의 ‘공범’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만나 수백~수천만원의 현금다발을 받아 어딘가로 입금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그들을 ‘현금 수거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총책과 범행을 공모했단 죄를 묻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는 102명의 보이스피싱 공범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15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들이 범죄자로 연루되기까지의 배경, 어떻게 일했고 붙잡혔는지를 파악했습니다. 대부분은 가짜 취업공고에 속아 ‘그 일’에 엮였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취업준비 기간을 보내던 청년, 코로나19로 일터에서 밀려난 구직자, 단지 세상경험 쌓으려 알바를 찾았던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거미줄에 걸려 들었습니다.

 

피해자와 사회는 그들을 비난합니다. ‘어떻게 범죄인 걸 모를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설계자들이 짜놓은 판은 지독하리만큼 교묘합니다.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듯이 자기들의 수족 노릇을 할 사람도 철저히 기망합니다. 정작 보이스피싱 본체는 막대한 수익만 삼키고 법망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공범이 된 이들의 허물 없음을 대변하려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는 한순간에 피해자-피의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기록입니다. 동시에 보이스피싱 꼭두각시가 된 사람들을 비난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게 최선인지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헤럴드경제의 ‘인간 대포통장’ 기획은 15일부터 3부에 걸쳐 보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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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박준규·박로명·김희량·유혜정 기자

 

일러스트·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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