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뭐 별겁니까?" 이재명 진가 발휘된 마지막 2시간

이석희 입력 2022. 03. 09. 00:45 수정 2022. 03. 09. 01:36 댓글 762
 
홍대 거리서 시민들과 즉문즉답
"대통령한테 당당해서 좋다"는 시민에게
"동장이나 대통령이나..그냥 사람이다"
청와대 CCTV 설치하냐는 질문엔
"보안상 어렵지만 성남시청처럼 개방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저녁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여러분 마지막으로 이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뭐 대통령이 별겁니까? 저는 대통령이나 동장이나 똑같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대통령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 자정을 두시간 앞두고 서울 홍대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작은 연단을 둘러싸고 보인 유권자들에게 "선거운동 기간 제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으니 이제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고 말했다. 산발적인 외침과 손짓들이 터져나온 속에서 이 후보는 사회자로 변신해 즉문즉답을 주고 받았다.

이 후보의 지목을 받은 한 남성은 이 후보를 향해 "청와대에도 CCTV 설치합니까"라고 물었다. 이 후보가 추진했던 수술실 CCTV처럼 청와대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자칫 진지하게 흐를 수 있는 질문에 이 후보는 보안과 경호의 문제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고 하면서도 "제가 이거 하난 하려한다. 성남시장때 성남시청을 개방했는데 청와대도 보안상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꼭 개방해서 드나들 수 있게 해드리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청와대에서 근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이 후보가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과 시·도지사 회의에서 '재택격리' 도입을 건의한 게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대통령님 앞에서 당당하게 말씀하셨던 분"이라며 이 후보를 치켜세웠다.

이 후보는 "저랑 생각이 좀 다른 면이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뭐 대통령이 별겁니까"라며 "저는 국민들에게 고용된 4년, 5년 계약직이다. 그것도 연장 안되는 계약직"이라고 했다. 이어 "권한이란 자기 것이 아니고 국민들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결코 내거다 생각하고 국민을 통치한다, 지배한다고 생각해선 안된다"며 "지위가 높다고 뭐 그리 특별하겠습니까? 그냥 사람인데, 저는 동장이나 시장이나, 도지사나 대통령 똑같다.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걷고싶은거리에서 시민들과 일문일답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민주당 선대위]
전주에서 온 한 남성은 대선서 민주당에 영입된 N번방 사건을 밝혀낸 활동가 박지현 씨의 안전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후보는 젠더갈등을 해결해달라는 이야기로 들린다며 "제가 참으로 가슴 아픈 것은 저도 정치를 하는 사람인데 표 생각하면 거칠고 힘 센 쪽 편드는 게 표가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녀 갈라서 싸우게 된 원인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사회의 구조적 성 불평등이 고착화된 면도 있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청년들의 기회 부족이 문제"라고 답했다.

통일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돈이 평화를 보장한다"라며 북한의 경제 개방을 이끌고 협력을 강화해나가면 경제적 관계가 얽혔다는 이유에서라도 북한이 안보 위협을 지양할 것이라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언젠가는 통일이 필요하다"며 진보 정부의 전통이나 당위론에서 벗어나 특유의 실용적 접근법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마이크 사용이 허용되는 밤 11시까지 즉석 일문일답을 마친 뒤엔 홍대 인근을 돌며 유권자들과 셀카를 찍는 등 마지막까지 지지 호소에 나섰다. 외국인이라 투표권이 없지만 이 후보를 찍고 싶다고한 한 유학생에겐 "투표권이 없어도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아는 사람한테 최대한 전화해서 투표를 시키면 된다"고 하기도 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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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착] 이재명 청계광장 마지막 유세…‘상록수’ 제창도

기사입력 2022.03.08. 오후 9:38 최종수정 2022.03.08. 오후 9:40 기사원문 스크랩 
 
盧 육성 흘러나오기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 꿈이 이재명의 꿈입니다' 서울 집중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저녁 광화문 광장 인근 청계광장에서 마지막 집중 유세를 진행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국민만 바라보고 여기까지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국민만 믿고 앞으로 가겠다”며 “대한민국의 운명과 우리 국민들의 미래가 달린 이 역사적인 대회전의 장에서 마지막 단 한 사람까지 참여해 ‘어게인 2002’, 승리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주겠나”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마지막 집중유세 장소인 청계광장에 대해 “이곳 청계광장은 우리 국민들께서 촛불을 높이 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바로 그 역사적인 공간”이라며 “대통령은 지배자나 왕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서 일하는 대리인이자 일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 나라 주권자 그리고 국민의 손으로 증명한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을 든 이유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 공화국을 지키자는 절박함이었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한 열망이었다.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는 공정한 나라, 모든 이들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나라, 전쟁의 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 희망의 미래가 있는 나라, 바로 그런 나라를 만들자는 간절한 염원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우리 국민의 위대함을 믿는다.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과 집단지성을 믿는다”라며 “위대한 국민과 함께 세계에 내세울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직 국민의 삶만 생각하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개혁 대통령이 되겠다”라며 “어떤 경우에도 국권을 찬탈당하지 않고 주변 강국에 휘둘리지 않는 당당한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또 “국민 여러분께서 주권자의 유용한 도구로 저 이재명을 선택해주시면 김구 선생님이 못다 이룬 자주독립의 꿈, 김대중 대통령이 못다 이룬 평화통일의 꿈,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이룬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의 꿈, 문재인 대통령이 꿈꾸고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호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집중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뉴시스
그는 “3월 10일에 우리가 1700만 촛불로 꿈꿨던 나라, 국민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나라, 국민이 화합하는 새 나라에서 만나자”라며 “그날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인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세는 김민기의 노래 ‘상록수’를 함께 부르며 마무리됐다. 이 곡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광고 영상에 쓰였으며 이날 유세 현장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이 흘러나왔다.

이 후보의 연설 전에는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연설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 꿈이 이재명의 꿈입니다' 서울 집중 유세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뉴시스
이 후보 지지자들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흔들며 큰 목소리로 연신 환호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정세균 전 총리 등도 찬조 연설에 나섰다.

민주당 선대위는 마지막 유세장으로 청계광장과 서울시청 광장 두 곳을 검토했으나 서울시청 광장엔 선별진료소가 있어 유세 준비와 진행이 코로나 검사에 방해가 되고 혼잡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 청계광장을 최종 낙점했다고 밝혔다.
안명진 기자(a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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