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자택을 또다시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1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국은 이들 일가의 탈세 및 밀수 혐의와 관련된 ‘비밀의 방’의 존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이날 조사관 20여명을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살고있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으로 보냈다. 압수수색은 오전 11시20분부터 10시간 이상 진행됐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수하물서비스팀과 의전팀, 강서구 방화동의 대한항공 본사, 서울 서소문 한진 서울국제물류지점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관세청이 평창동 자택을 재차 압수수색한 것은 총수 일가의 ‘비밀의 방’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게 결정적이었다. 지난달 압수수색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장소였다. 제보자는 “평창동 자택에 일반인이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장소가 있어 고가의 밀수품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평창동 자택은 대지 750㎡(약 230평)에 건물 면적만 1404㎡(약 425평)로 넓어 물건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다.
관세청은 제보를 바탕으로 조 전 전무의 방이 있는 자택 지하 1층의 구석과 이 이사장이 드레스룸으로 쓰는 2층에서 숨겨진 공간을 발견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지하 1층 비밀공간의 경우 한여름에도 시원해 직원들 사이에서 ‘드라이아이스 방’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평소 의심이 많은 이 이사장이 비밀의 방에 귀중품이나 고가의 미술품을 보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관세청은 이날 압수수색 후에도 발견 물품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세관당국이 조 회장 일가가 꽁꽁 숨겨뒀던 장소를 발견한만큼 수사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조 회장 일가가 귀금속 보증서를 파쇄한 흔적 등 증거인멸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에서 밀수 관련 혐의를 입증할 단서가 확보된다면 조 회장 일가의 사법처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6·13지방선거 자유한국당 김봉재 구미시장 예비후보 지지자 50여명이 24일 오후 '근조 자유한국당'이라고 적힌 관을 들고 경북도당 당사에 몰려가 항의했다
6.13 전국지방선거 앞두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면서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공관위(위원장 강석호)의 재경선 점거농성과 단식, 고소.고발은 물론 탈당과 무소속 출마자가 이어지는 등 유권자들의 항의에 몸살을 앓고있어 파장이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기초단체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여론 조사가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항의가 빗발치자 일부 지역 여론조사를 다시 실시하기로 하자 빨간완장 공천난리위원회가 됐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3선에 도전하는 최양식 경주시장을 공천 여론조사에서 배제한 채 이동우·주낙영·최학철 등 세 명의 후보들만을 대상으로 경선을 벌이기로 하자 최 시장의 지지자들이 지난 10일 경북도당을 점거하고 보름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도당 공관위에 경선 배제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대라고 요구했지만 공관위는 아예 상대조차 해주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공분을 더해가고 있다.
구미시장 경선은 지난 19∼20일 컷오프 여론조사를 통해 김봉재, 김석호 후보가 탈락하고 이양호, 허복 후보가 경선 후보로 선정됐다.
그러나 컷오프에서 탈락한 두 후보가 "여론조사 중에 '조사가 마감됐다'거나 '조사 대상이 아니다'는 메시지가 나온 뒤 전화가 끊어지는 일이 잇따랐다"며 반발했다.
김천시장 경선에서 탈락한 최대원 예비후보와 지지자 100여명은 24일 한국당 경북도당 당사를 찾아 "여론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조사 결과와 공천 심사 과정을 공개 하라고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최후보는 "공천을 받은 김응규 후보가 경선에 참가하는 후보 본인만 직접 할 수 있는 전화홍보를 음성녹음 전화로 대량 발신해 경선 규정을 위반해 김천시선관위와 지역 당협위원장에게 고발했다"고 말했다.
또 경북도당이 이번 사태를 재고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와 함께 지지자들과 동반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영주지역 당원 150여명은 "지난 22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과정에서 수시로 전화가 끊어져 당원들이 조사에 응답조차 할 수 없었다"며 경북도당을 찾아가 항의했다.
경북도당 공관위는 사실을 확인하고 오는 26일 여론조사를 다시 하기로 했다.
경산시장 경선 여론조사에서도 경선자 이름도 나오기 전에 전화가 끊어 졌다며 당원들이 전화를 받지도 못해 투표도 하지못해 단순한 기계적 오류라고 보기 힘들다고 항의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당 공관위, 특히 강석호(포항) 위원장과 백승주(구미) 부위원장을 향한 비난이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북도당 관계자는 “역대 지금처럼 공관위가 밖으로 떠돌며 깜깜이 공천심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며 “공천난리위원회가 됐다는 비난에 대해 강 위원장과 백 부위원장은 두고두고 당원과 도민의 엄중한 문책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MBC 피디(PD)수첩이 1일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은처자 의혹과 교육원장 현응스님의 성추행 및 유흥업소 출입 의혹 등을 집중 보도했다.
PD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설정스님이 한 여승과의 사이에서 A씨를 출생했고 A씨가 설정스님의 큰형과 여동생, 둘째형 등의 집으로 계속 전입신고를 하다 의혹이 커지자 캐나다로 출국했다고 전했다.
또 설정스님이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모 스님을 제거해달라고 했다며 당시 설정스님의 육성 등도 공개했다.
PD수첩은 은처자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A씨의 은행계좌 내역을 공개하고 설정스님이 10년동안 13차례에 걸쳐 5800만원을, 누이동생이 1억2000만원을, 그외 조카와 또다른 여동생 등도 수시로 거액을 A씨에게 송금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대해 설정스님 측은 앞서 "수덕사에 주지로 있으면서 많은 핏덩어리들을 입양시켰고 그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PD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설정스님의 재산 의혹과 학력 위조 의혹도 제기했다. 앞서 조계종 측은 서울대 수료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사과했고 형의 소유인 한국고건축박물관이 부채로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해 가등기만 한 것이고 조만간 수덕사로 소유권이 넘어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PD수첩은 이날 현응스님의 여신도 성추행과 유흥업소 출입 의혹 등도 제기했다.
PD수첩 측은 미투 게시판에 현응스님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신도를 직접 만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한 현응스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또다른 제보자의 폭로도 공개했다.
앞서 조계종은 이날 PD수첩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불교를 파괴하기 위한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22일 북한에서 발생한 버스 전복사고로 중국의 건국영웅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전 국가주석의 유일한 친손자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의 중국 관련 매체 NTD TV는 지난 22일 북한 황해북도에서 일어난 버스 전복사고 사망자에 마오 전 주석의 친손자 마오신위(毛新宇·48·사진)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30일 보도했다. 전체 중국인 사상자 34명 중 중국 정부가 신상을 공개하지 않은 8명에 마오신위가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마오신위는 마오 전 주석의 차남 마오안칭(毛岸靑)의 외아들이다.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의 전쟁이론·전략연구부 부부장 등을 지낸 군인으로 2008년부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을 맡았다가 3월 물러났다.
그간 마오신위는 5차례 북한을 찾았으며 그중 두 번은 김일성을 만났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고는 버스를 탄 일행이 한국전쟁에서 숨진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이 묻힌 평안남도 회창군 ‘중국 인민지원군 참전 사망자 묘역’에 다녀오던 길에 일어났다. 사상자들은 마오신위처럼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자손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하는가 하면 전용열차를 수배하고 사망자 운구를 배웅하는 등 극진히 대우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절히 느끼고 있다”며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중국 보건 당국은 베이징대 소속 병원 등 4개 병원에서 흉부외과, 신경외과 최고 전문의를 북한에 급파했다.
지난해 말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제주도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은 피해자 1000여명, 피해금액 1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 기획부동산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땅집고 4월 20일 ‘사상 최대 제주도 기획부동산 사건의 전말’ 참조) 이 사건 피해자 중에는 아직도 자신이 사기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피해자들을 불러 사기당했다고 설득하는데 한1인당 30분씩은 걸린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을까. 땅집고는 피해 예방 차원에서 제주도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의 수법과 피해 사례를 알아봤다.
울산 기획부동산 일당은 송년회나 워크샵 등을 자주 열어 조직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수법으로 피해자를 늘려갔다. /피해자 측 제공
■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되는 다단계 조직
수사 당국은 제주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이 대규모로 벌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다단계’ 조직의 영업 방식이 동원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기획부동산 사기꾼으로 이름을 날렸던 ‘왕 회장’이라는 인물 아래에서 수법을 배웠던 A씨(구속 중)는 울산으로 내려와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을 기획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는 2015년 가족 관계인 B(구속 후 보석)와 C(불구속)씨를 끌어들여 ‘모(母)기업’ 격의 기획 부동산회사인 ‘명품부동산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본인들 실체를 숨기기 위해 명품부동산이라는 모기업 아래 다시 3개의 부동산 법인을 다시 만들었고, 모두 명목상 ‘바지 사장’을 세웠다.
이들 회사에서 근무했던 피해자 중 한 명은 “누가 사장이고 이사인지, 진짜 소유주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그저 회사에서 부르는 호칭에 따라 이사, 부장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부동산 법인에서 하루 4시간을 근무하면 월 140만원 정도 주는 조건으로 직원을 모집했다. 주부·은퇴자도 취직 가능했고, 일하는 시간에 비해 급여가 괜찮은 편이었던 까닭에 쉽게 직원이 모였다. 경찰 관계자는 “워크숍, 야유회, 송년회 등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가며 철저히 조직 관리를 했다”며 “피해자 중에는 ‘회사(조직)에서 일하는게 재밌다’고 진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제주도 땅의 투자 가치를 설명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교육하고 실적이 없으면 즉시 해고했다. 회사에서 해고당하지 않으려면 땅을 팔든가, 본인 또는 가족에게라도 땅을 떠넘겨야 했다. 피해자 중 B씨는 “동네 아는 언니가 한 달 일하면 월급을 준다고 해서 갔는데 교육을 듣고 속아 땅을 샀다”며 “이후에는 회사에서 교육받은대로 친정 엄마에게 ‘제주도에 집 지어 놓으면 대박’이라고 설득해 땅을 사도록 했다”고 말했다.
울산 기획부동산 일당의 다단계 사기 수법. /TV조선 캡처
회사에선 ‘남편 몰래 대출 받는 방법’, ‘카드론 받는 방법’ 등도 알려줬다. 투자 금액은 수백만원~수억원대까지 땅 크기와 위치에 따라 다양했다. 판매 실적에 따라 즉각 수당이 지급됐고, 승진이 이뤄지는 전통적인 다단계 영업 방식이었다. 경찰은 “다단계 영업 방식의 특징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구조여서 본인이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외부에 발설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기꾼 A씨가 설립한 기획부동산 사무실은 울산 남구 삼산동 등 핵심 업무지역에 있었고, 사무실 내부는 고급 소파와 최고급 인테리어로 초호화판이었다. 울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제주 현장 투어 담당, 브리핑 전담, 전화 영업 조직, 계약 전담 조직 등으로 나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울산 기획부동산 일당이 세운 명품부동산(제일부동산으로 이름 변경) 로비. 피의자들은 울산 시내 요지에 건물을 잡고 내부를 휘황찬란하게 꾸며 영업했다. /피해자 측 제공
과거 기획부동산 사기꾼들은 토지 실물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위조 서류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A씨 일당은 투자할 땅을 실제로 보여주며 투자자의 ‘신뢰’를 유도했다. 기획부동산 투기가 이뤄진 토지 주변에는 실제 개발 사업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고, 멀쩡하게 도로가 나 있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제주도 특성상 외지인들은 모르는 각종 규제가 많았고, 제주도에 워낙 부동산 투자가 활발해 공무원이 일일이 해당 토지의 개발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설령 공무원이 개발 불가능 지역이라고 말해줘도, 사기꾼들은 ‘공무원들은 잘 모르고 무조건 아니라고만 대답한다’는 식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 일당은 조직을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하며 땅을 더 파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영업했다. /피해자 측 제공
■“경찰 수사로 개발 안된다”고 믿는 피해자도
피해자 대부분은 서민층으로 퇴직금 넣을 곳을 찾던 퇴직자, 오랜기간 모아둔 쌈짓돈을 투자한 주부들이 많다. 피해자 변호를 담당한 류재언 변호사는 “사기 부동산에 당해 부부간 불화로 가정이 파탄난 경우도 있고, 엄마가 갓난아이를 데리고 재판정까지 와서 울고 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 특징 중 하나는 좀처럼 본인들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용산경찰서 윤종탁 경감(당시 울산 남부경찰서 근무)은 “통상 큰 필지의 땅을 쪼개 팔았는데, 피해자 중에는 자신들에게 사기를 친 기획부동산이 사라지면 이 쪼가리 땅을 사줄 사람이 없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경찰이 해당 부동산에 대해 수사하고 있어 땅이 개발되지 않는다고 믿는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총10명을 입건해 이 중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재 총책 1명만 지난해 12월 구속돼 있고, 두 명은 “나이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불구속, 두 명은 보석으로 출소해 있다. 이들 중 한명은 지금도 울산의 부동산 중개법인에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활동 중이다.
피해자들은 “엄청난 피해자가 발생했고, 피해 금액도 큰데 사기꾼들 대부분이 풀려나와 지금도 비슷한 수법으로 부동산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울산처럼 현금이 풍부한 지방 도시에서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이 많이 발생해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 ㆍ화제의 ‘도보다리 벤치회담’ ㆍ청 의전 파트서 답사 때 발견 ㆍ유엔사 협조로 낡은 길 공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남북정상회담 오후 회담에 앞서 수행자 없이 판문점 내 도보다리를 산책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4·27 남북정상회담의 결정적 장면인 ‘도보다리 단독 벤치회담’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국방부·유엔사령부가 협의해 만들어낸 작품인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이 도보다리 산책 아이디어를 냈고, 국방부가 유엔사와 협의해 세기의 장면이 현실화되도록 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들도 두 정상이 그곳에서 30분간 대화하면서 사실상 회담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청와대 실무진은 지난달 정상회담 사전답사 과정에서 도보다리를 발견했다. 특히 도보다리에서 10m 떨어진 지점에 다 쓰러져가는 표지석을 발견했다.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그은 군사분계선 표식들 중 하나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낡은 군사분계선 표지석을 걷어낸 자리에 두 정상이 앉아서 담소를 나눈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논의할 자리로 적격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정상회담 후 100년이 지난 미래에도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기념물이 하나 있어야 하는데, 이 장소가 그런 곳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고 했다.
다만 다리는 두 정상이 함께 걷기 어려울 정도로 좁고 낡았다. 이에 도보다리에서 표지석이 있는 곳까지 T자로 곁가지 다리를 만들어 테이블을 놓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의 구조물 변경, 특히 정전협정의 표지석에 손을 대는 것에는 유엔사의 협조가 절실했다. 국방부 대북정책관실은 유엔사 참모장실과 협의에 들어갔다.
유엔사는 의외로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국방부 관계자는 “빈센트 브룩스 유엔사령관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의 사전 만남에서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체제를 만드는 데 할 수 있는 협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의중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는 회담 기간 중 무장한 유엔사 병력을 외부로 옮기면 좋겠다는 한국 정부의 요청도 수용했다. 하루 종일 생중계된 정상회담 당일 JSA의 모습에서 유엔사 병력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던 이유다.
다만 공간을 마련한 청와대 실무진도 두 정상이 30분 이상이나 앉아서 얘기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담소 후에 일어나실 줄 알았는데, 그곳에서 사실상의 단독회담을 하셨더라. 그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은 알려진 바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의 도보다리 대화는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다”며 “저도 내용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선언'이 발표됐습니다. '올해 종전을 선언'한다는 표현이 포함됐습니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 대한민국. 지금의 비정상적인 우리 상태를 이제는 정말 끝내자는 건데, 이번엔 정말 되는 걸까요?
그래서 주목해 볼 포인트 5가지 소개하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렇게 11년 전 노무현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10.4선언(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내용을 살펴야 합니다. 종전선언, 그리고 뒤이은 항구적 평화체제를 정상간 처음으로 명문화한 선언문이기 때문입니다. 내용상 더해진 게 3개(+표시), 빠진 게 2개(-)입니다.
1) 종전선언 시기 못 박아(+) 2007년에는 종전선언 추진을 위해 협력하자는 데서 그쳤습니다.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 표현도 좀 애매합니다. 2018년에는 달랐습니다. 아예 올해 종전을 선언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남북이 우선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한 것입니다. '동력' 확보를 위해섭니다. 우선 할 수 있는 조치부터 분명히 해서, 이번엔 흐지부지 끝나게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2) 평화협정 적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는 표현이 명문화됐습니다. 2007년만해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인식을 같이'한다는 정도로만 표현됐습니다. 시작점인 종전선언 시기를 밝히는데서 나아가, 출구 혹은 결승선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3) '정상' 표현 삭제(-) 2007년에는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의 '정상'이 만나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이 표현이 빠졌습니다. 급을 구체화하지 않고 회담이라고만 표현했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외무장관이라든지 이런 다른 급에서도 가능하도록 수위를 낮춘 것이다. 수위를 낮춘만큼 현실성이 높아졌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4) '한반도 지역' 표현 삭제(-) 이번에도 빠진 내용입니다. 2007년에는 협상 주체 뿐 아니라, 장소까지도 못 박았습니다.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라는 표현은 사라졌습니다. 어디서든 만나도 되도록 장소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입니다. 협상의 급, 장소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둔 셈입니다. 역시 실현 가능성을 높이려는 차원으로 해석됩니다.
5) 3자와 4자 구체화(+) 2007년이나 2018년 모두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이 쓰였습니다. 다만 이번엔 앞에 수식어가 추가됐습니다.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한데, 여기엔 어떤 의미가 숨어있을까요? 조 연구위원은 "3자라는 표현에 남한이 당사자가 아니라, 북미중이라고 해석하는 일각의 시각도 있었다. 이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어느쪽이든 남북을 명시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임을 재확인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남북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걸 분명히 한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3자면 3자, 4자면 4자 이렇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 '3자 또는(or) 4자' 걸쳐있는 방식으로 표현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제 상황과 형식 논리를 모두 고려한 조치로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실제 대치하고 있는 주체는 북한과 한미 3자인 반면 정전협정 당사국, 형식 논리를 고려하면 남북미중 4자가 된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평화협정 주체는 북미를 중심으로 한 한국까지이고, 중국을 뺄 필요는 없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굳이 참여시킬 필요도 없다는 게 북한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이런 판단을 하는 이유에 대해 "북미 수교, 관계 정상화를 바라는 과정에서 초기부터 중국이 논의에 참여하게 되면 미중간 이견이 오히려 장애로 작용할 것을 우려할 것으로 본다"면서 "3자 또는 4자 표현이 전략적 모호성을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4일 일본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종전 선언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죠.
어찌됐든 -3자든 4자든, 선언문에 무엇이 추가됐든 삭제됐든- 중요한 것은 이행 여부입니다. 선언문 대로, 남북이 올해 정전체제에 마침표를 찍는 모습, 다 함께 지켜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올해 7월 27일이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