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숲 훼손하며 140억 들여 개설한 이상한 도로엔 적막감만

 

조근영 입력 2020.11.03. 08:40 댓글 831

 

무안군, 오지에 낸 도로 효율성 의문..이용 차량 극소수

만남의 길 [무안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무안=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승달산 자락의 울창한 명품 숲을 훼손해가며 낸 전남 무안군의 이상한 도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하루에 차량이 몇 대 다닐 것 같지 않은 이 도로에 무안군은 140억 원의 국비를 쏟아부어 논란이다.

3일 무안군에 따르면 영산강에서 승달산으로 넘어가는 '만남의 도로'로 이름 붙여진 이 도로는 2016년 공사를 시작, 지난 8월 완공했다.

총 11㎞ 중 몽탄면 대치리에서 청계면 청수리 구간 4.1㎞를 신규 개설하는데 140억원이 투입됐다.

지역개발촉진지구 사업으로 선정된 이 사업은 예비타당성 등 투자 심사 대상 사업이 아니어서 타당성과 효율성을 따지지도 않은 채 건설했다.

당시 수요 분석에서도 하루에 차량 200대 정도가 다닐 것으로 예측됐다고 군은 설명했다.

최근 길을 잘못 들여 이 도로를 가봤다는 김모(54·목포시)씨는 "이 도로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 들 정도였고 20여 분 가는 동안 차 한 대, 사람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며 "정말 이상한 도로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 도로는 워낙 경사도가 심하고 구불구불해 눈이 올 경우 양쪽을 막아 한 달 정도 통행을 중지시킬 게이트까지 설치해 놨다.

도로 개설로 울창한 명품 숲은 온데간데없고 잘려 나간 비탈면은 속살을 드러낸 흙이 흉물처럼 경관을 해치고 있다.

위태롭게 방치된 전신주 [연합뉴스 사진]

도로 양쪽에는 워낙 오지이다 보니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 건설 예정인 기지국 전력 공급용 전신주가 위태롭게 방치돼 사고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다.

무안군 관계자는 "영산강과 승달산을 연계해 하나의 관광 축으로 만들고자 도로를 개설했는데, 솔직히 타당성 측면에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 "점차 이용객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og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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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살인 14건 내가 진범.. 당시 왜 나를 못잡았는지 이해 안가"

수원=이경진 기자 입력 2020.11.03. 03:00 댓글 981개


34년만에 모습 드러낸 연쇄살인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가 2일 출석한 경기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이춘재가 피고인이 아닌 증인 신분이어서 사진 촬영이 불허돼 휴대전화에 이춘재의 고교 졸업사진을 띄운 채 법정을 촬영했다. 실제로 본 이춘재의 눈매는 이 사진과 흡사했다(왼쪽 사진). 이춘재가 저지른 8번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복역하고 재심을 청구한 윤성여 씨도 이날 재판에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일 오후 1시 반 수원지법 501호 법정에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57)가 들어섰다. 이춘재가 23세였던 1986년 경기 화성시에서 처음 살인을 저지른 지 34년 만이다. 청록색 수의를 입고 증인석에 선 이춘재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는 그의 고교 졸업사진과 흡사했다. 이날 이춘재는 자신의 8번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복역했던 윤성여 씨(53)가 청구한 재심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그가 저지른 14건의 연쇄살인은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

○ “불나방처럼 본능에 끌려 범행”

“증인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맞습니까?”(윤 씨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

“네, 맞습니다.”(이춘재)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의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이춘재는 1989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경기 화성과 충북 청주에서 모두 14건의 살인과 34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를 저지른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이춘재는 박 변호사가 1988년 ‘8번째 사건’ 관련 경찰 재수사 과정에서 직접 그린 범행 장소 약도 등을 제시하며 당시 상황을 묻자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당시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양말을 벗어 손에 끼고 범행을 했습니다. 피해자의 속옷은 벗긴 뒤 범행 뒤처리에 사용하고 사망한 피해자에게 새로운 속옷을 입히고 나왔습니다.”

이춘재는 “목을 조르는 위치가 비슷해 항상 같은 곳을 누르게 된다”며 손을 들고 목을 조르는 방식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피해자들을 스타킹으로 결박하고 속옷 등으로 재갈을 물린 이유에 대해 “결박은 반항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재갈은 소리 지르지 못하게 하려 한 것일 뿐”이라며 “피해자의 머리에 속옷을 뒤집어씌운 것은 나를 못 보게 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 중 9세, 13세 여성이 포함된 점 등을 지적하며 이춘재에게 연쇄살인을 저지른 동기가 무엇인지를 여러 번 물었다. 그때마다 이춘재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멈추면 강간이 되고 진행되면 살인이 되는 것”이라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

“어떤 계획이나 생각을 갖고 한 것이 아닙니다. 불을 찾아가는 불나방처럼 본능에 끌려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그런 행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춘재는 이어 “(범행 후) 후회를 하기는 했지만 순간적으로 ‘또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찰나의 생각일 뿐이었다”고 했다. 당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고통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 “당시 경찰 보여주기식 수사”

이날 재판에서 이춘재는 범행 당시 경찰 수사의 허술함에 대해서도 상세히 증언했다.

“검문을 받다가 파출소까지 불려간 적이 있었지만 용의선상에는 전혀 오르지 않았습니다. 들킬 만한 계기가 몇 번 있었는데 (나를 왜 못 잡았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이춘재는 파출소에 갔을 당시 피해자의 것으로 기억되는 시계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경찰에 “길에서 주웠다”고 말하자 바로 풀어줬다고 했다. 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나를)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경찰이 수백 명씩 왔다 갔다 했지만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경찰이 지난해 자신이 수감돼있던 부산교도소로 찾아왔을 때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이춘재는 1994년 청주에서 처제를 살인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수로 복역 중이었다. 그는 박 변호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여성 프로파일러에게 손을 한번 만져봐도 되냐고 물었던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손이 예뻐 보였다. 손이 예쁜 여자가 좋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재판 말미에 “저의 사건에 관계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반성하고 있고, 그런 마음에서 자백했다. 하루속히 마음의 안정을 찾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본인이 저지른 수많은 범행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했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을 지켜본 윤 씨는 “이춘재가 법정에 나와 진실을 말해준 것은 고맙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다만 그가 진실을 말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이경진 lkj@donga.com·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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