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나경원 발언,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 해당"강다운 입력 2019.03.12. 11:38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북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언급하면서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현재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습니다.

현장 직접 연결해보겠습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발언을 들으면서 분노도 생기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난번 3명의 의원들이 5.18 망언으로 지금 윤리위에 회부된 데 이어서 오늘 나경원 원내대표가 김정은의 대변인이냐 수석대변인이냐 이런 발언을 한 것을 보고 참 정치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그런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이것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입니다.

다른 게 아니고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입니다.

당에서는 즉각 법률적인 검토를 해서 국회 윤리위원회에도 회부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잘 세워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발언하는 것을 보면서 좌파 정권이라는 것을 입에 달고 있습니다.

제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몇 십 번을 한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냉전체제에 기생하는 그런 정치세력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좌파라는 개념이 뭔지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자기들이 싫으면 다 좌파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흐름 속에서 위안을 찾습니다.

저런 의식과 저런 망언을 하는 사람들이 집권할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이제 저 사람들이 집권할 일은 다시는 없을 겁니다.

정말로 진정한 합리적인 보수세력이 나와야 그분들이 이 나라의 한 기둥이 되어서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런 정도의 정치의식과 냉전 의식을 가지고서는 우리 국민들에게 결코 동의를 받지 못하고 지지를 받지 못합니다.

자기들이 결과를 뺏긴 이유를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계사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냉전은 끝나가고 있습니다.

저분들은 얼음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

곧 여름이 오면 얼음은 다 녹아버리고 맙니다.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저렇게 품위가 없고 역사 의식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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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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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광주지법 출석에 지지자들 "대통령님 가지 마세요"(종합)

입력 2019.03.11. 09:21 수정 2019.03.11. 09:29

               
8시30분께 광주지법으로 출발..새벽부터 보수단체 회원 ·취재진 몰려
"영웅이라 생각하느냐" 질문한 기자에게 폭언·폭행 가하기도
자택 나서는 전두환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11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19.3.11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는 11일 오전, 전씨의 자택 앞은 새벽부터 몰려든 보수단체 회원들과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자유연대·자유대한호국단 등 전씨를 지지하는 보수 성향 단체 회원 50여명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5·18은 폭동·내란'이라는 피켓을 들고 "40년 전 일을 가지고 광주에서 재판하는 것은 인권 유린"이라며 확성기로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 조서를 공개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전씨의 자택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6개 중대 35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32분께 부인 이순자 여사와 자택에서 걸어나와 준비된 에쿠스 승용차에 올라탄 뒤 광주지법으로 출발했다.

전씨가 탄 승용차가 출발하자 지지자들은 "전두환 대통령님 광주 가지 마세요" "광주재판 인민재판"이라는 구호를 연달아 외쳤다.

큰길로 나가는 골목에서 한 시민이 '문재인 정권 인민재판 규탄한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전씨가 탑승한 승용차 앞을 가로막았다가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전두환 자택 앞 집회 참석한 지만원씨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지만원씨가 발언을 마치고 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9.3.11. jujuk@yna.co.kr

'5·18 북한 배후설'을 주장하다 여러 차례 소송당한 지만원 씨도 현장에서 발언했다.

지씨는 "5·18이 뒤집어지면 이 땅에 주사파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래서 저들이 이렇게 발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지자들 중 일부는 전씨가 자택을 떠난 뒤에도 한동안 연희동 골목에 모여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한 언론사 기자가 지만원 씨에게 "전두환을 아직도 영웅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격분해 '개XX' '빨갱이' '북한으로 돌아가라' 등의 폭언을 퍼부으며 거칠게 밀치고 발로 차는 등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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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게 운좋은 美남성' 잃어버렸다 찾은 복권이 3천억원 당첨

입력 2019.03.10. 02:20 수정 2019.03.10. 02:35

               
미국 숫자맞추기 복권 열풍 [연합뉴스TV 제공]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의 한 실직자가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복권으로 3천억 원대 당첨금을 받은 사연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9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에 따르면 뉴저지주에 사는 마이크 위어스키(54)는 지난 7일 복권위원회 사무실에서 당첨금을 수령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몇 년째 직장을 구하지 못해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작년 가을에는 이혼까지 하고 신세가 더 처량해졌다. 유일한 낙이라고는 매주 편의점에 들러 2달러짜리 복권 10장을 사고 맞춰보는 것이었다.

위어스키는 지난주에도 어김없이 늘 가던 필립스버그 퀵첵스토어에서 숫자 맞추기 복권인 메가밀리언스 여러 장을 샀다.

그러나 마침 휴대전화에 정신이 팔린 사이 구매한 복권을 편의점 테이블에 그대로 놔두고 귀가했다.

다음 날 주머니를 뒤져보다가 복권이 없다는 걸 알아차린 그는 편의점을 다시 찾았다.

하루 지난 복권을 누가 가져가 버렸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다행히 편의점 주인으로부터 "어제 어떤 손님이 누가 놓고 간 것으로 보이는 복권을 맡기고 갔다"는 말을 들었다. 자신이 전날 복권을 깜빡하고 놓고 간 사람이라는 정황을 자세히 설명한 뒤 복권을 되찾았다.

기분 좋은 상태로 주말을 맞은 위어스키는 지난 일요일(3일) 설레는 마음으로 당첨 숫자를 확인했다.

29, 33, 39, 60, 66에 메가볼 21까지 6개 숫자를 모두 맞힌 복권을 들여다본 순간 한동안 눈을 의심해야 했다.

당첨금은 무려 2억7천300만 달러(3천104억 원)였다.

위어스키는 기자회견에서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 복권을 되찾아준 사람에게 뭐라도 사례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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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잡는 면역세포, 면역세포 돕는 장내 미생물

입력 2019.03.09. 10:36 수정 2019.03.09. 11:06

                          
      
[토요판] 천종식의 미생물 오디세이
⑧ 면역항암치료

면역계 'T세포' 공격력 유지시키는
'면역항암치료', 떠오르는 암치료법
아직 수천만원~수억원 비용 크고
환자마다 효과 달라 계속 연구 중

최근 연구에선 장내 미생물도 주목
면역치료 효과 높이는 도우미 역할
암과 싸우는 면역계와 미생물의 협력
향후 면역항암치료에서 빛 발할까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암세포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해 공격한다. 암세포가 이런 면역세포 공격을 피해 증식할 때 암 질환이 발병한다. 그림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모습을 상상하여 그린 3차원 영상.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제39대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는 재임 중의 업적보다는 퇴임 후에 실천한 많은 봉사와 선행으로 미국인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람이다. 1994년 북한을 전격 방문해 당시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등 중요한 외교적 고비마다 해결사 구실을 한 그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그런 그가 자신이 앓던 흑색종(피부암의 일종)이 간과 뇌로 전이돼 더는 호전 가망이 없음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2015년 8월에 열어 그를 아끼는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카터는 그동안 해오던 봉사를 계속하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마칠 생각이라고 밝혔으나, 그의 주치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당시에 새롭게 개발된 항암제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이라는 다소 어려운 이름의 이 신약은 기적적으로 카터 전 대통령을 완치에 이르게 하여 암치료의 새 시대가 왔음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제공했다. 치료를 시작해 불과 3개월 만에, 시한부 생명으로 기자회견까지 한 91살 환자의 전신에 퍼져 있던 암세포를 사라지게 한 이 기적의 항암제는 어떤 원리로 작동한 것일까?

카터의 흑색종 물리친 면역항암 신약

수십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우리 몸에서는 돌연변이를 통해 적은 수이긴 하지만 암세포가 매일 만들어지고 있다. 이 암세포가 모두 견제를 받지 않고 몸 안에서 자란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의 면역계가 암을 발견하는 족족 제거하는 경찰관 노릇을 충실히 한다. 물론 면역계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병원성 미생물을 퇴치하는 것이다. 여기에 원래는 우리 중 일부였지만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통해 배신자가 된 암세포를 죽이는 것도 우리 면역계의 역할이다. 바꾸어 말하면 면역계에 이상이 생기면 암이 생길 수 있고, 반대로 면역계를 잘 조절하면 암을 치료할 수도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을 살린 펨브롤리주맙은 바로 면역계를 조절하는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다.

피부암인 흑색종에 걸렸다가 위기를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9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카터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원탁회담’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카터 전 대통령의 암 치유를 도운 항암면역치료물질인 항체의 분자 구조. 감리교연합회뉴스(UMNS),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수십 가지 면역세포들이 협력하는 인간의 면역계는 ‘중용’을 잘 실천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면역계가 너무 소극적인 감찰을 하면 병원균이나 암세포에 대한 공격의 적기를 놓쳐 주인이 사망할 수 있다. 반면에 너무 적극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을 인식해 정상적인 세포까지 공격하면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아토피 같은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중용을 지키기 위해 면역계의 스타 공격수인 T세포의 표면에는 자동차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에 해당하는 물질이 각각 여러 개 존재한다. 암세포는 T세포의 공격을 피하려고 지능적으로 이 브레이크를 활성화하는데, 이 때문에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감시를 쉽게 피해 암덩어리로 자랄 수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을 구해낸 신약은 암과의 전쟁에서 중요한 ‘관문’이 되는 이 브레이크를 억제하는(그래서 면역세포의 활성이 멈추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하므로 면역관문억제제라고 불린다. 이를 발견한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학 엠디(MD) 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 교토대 교수에게 2018년 노벨상이 돌아간 것은 카터 전 대통령의 일화와 함께 이 브레이크의 발견이 생명과학과 의학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를 말해준다.

암과 면역의 밀접한 관계가 알려지면서 드러난 또 하나의 연결고리를 여기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수십조 개의 세균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 즉 마이크로바이옴이다. 최근 10년간 국내외에서 발표된 수많은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태어날 때부터 우리 면역계를 훈련시키고 조절하는 평생의 스승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면역과 암이 이렇게 관련이 깊다면, 장내 미생물도 암의 발생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항암능력 높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 있다

사람은 대장에 미생물이 없는 상태에서 태어나지만, 분만 과정에서 어머니한테서 받은 미생물과 주변으로부터 끊임없이 입을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로 곧 수백 종으로 구성된 작은 생태계를 대장에 운영하게 된다. 실험실에서 모든 조건을 똑같이 맞추어 키우는 쥐도 마찬가지로 태어난 장소에 따라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구성이 다를 수 있다.

시카고대학의 토머스 가이예브스키(Thomas F. Gajewski) 교수는 이 점을 이용해서 새로운 실험을 계획한다. 가이예브스키 교수팀은 유전적으로 같은 쌍둥이 생쥐를 일부러 잭슨랩과 타코닉이라는 서로 다른 두 기관에서 공급받아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비교하기로 한다. 예상대로 서로 다른 곳에서 태어나 자란 이 두 생쥐는 장내 미생물의 종류와 구성이 매우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생쥐에 카터 전 대통령이 앓았던 흑색종 암세포를 이식하여 인위적으로 암을 발생시키고 암덩어리의 성장을 관찰하였는데, 놀랍게도 두 종류의 생쥐 중 유독 잭슨랩 생쥐에서만 암덩어리의 성장이 눈에 띄게 더딘 것으로 관찰하였다. 무엇이 잭슨랩 생쥐에게 항암 능력을 주었을까? 연구진은 면역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한 결과 타코닉의 생쥐보다 잭슨랩의 생쥐에서 암세포에 대한 주요 공격수인 T세포의 활성이 많이 증가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환경과 음식 등 모든 조건이 같은 상황이라 사실 차이가 나는 건 장내 미생물의 구성뿐인 상황. 이 가설을 증명하는 건 아주 간단했다. 두 생쥐를 같은 우리에 넣고 키워보기로 한 것이다. 생쥐는 동료의 분변을 먹는 특징이 있으므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같은 공간에서 키운 쥐들의 장내 미생물은 서로 비슷해지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같은 우리에서 키운 쥐들의 장내 미생물이 비슷해지면서, 암에 힘을 못 쓰던 타코닉 생쥐의 암덩어리도 현저히 줄어드는 것이 관찰되었다.

비록 동물실험이기는 하지만 장내 미생물을 바꾸었더니 암에 대한 저항력이 생겼다는 것은 장내 미생물을 통한 새로운 항암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진은 추가로 암에 걸린 생쥐에게 카터 전 대통령이 사용한 것과 유사한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했다. 병 주고 약 주는 셈이지만, 이 실험을 통해 암에 약했던 타코닉 생쥐에게 항암제만 투여한 것보다 잭슨랩 생쥐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하고서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항암 효과가 배가되는 것을 확인했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항암제의 ‘병용 투여’에 해당한다.

2015년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이 연구는 분해하기 어려운 음식의 소화를 도와주는 하찮은 존재로 알았던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연구로 평가받는다. 물론 생쥐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에서 암과 관련된 장내 미생물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생쥐에서 잘 작동하는 면역관문억제제와 장내 미생물의 조합이 최적의 암치료법으로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을까?

프랑스 귀스타브 루시(Gustave Roussy) 암연구소의 의사이면서 기초연구자인 베르트랑 루티(Bertrand Routy)는 파리의 여러 병원에선 ‘미스터 똥’으로 불린다. 동료 의사들의 조롱을 뒤로하고 루티 박사는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의 대변 시료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 일에 집중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는 종종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먹기도 한다. 루티 박사가 속한 프랑스 연구팀은 항생제를 사용하는 환자에게는 면역관문억제제를 이용한 암치료가 잘 안 듣는 것을 발견했다. 항생제는 병원균을 죽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상적인 장내 세균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는 핵폭탄과 같은 존재이다. 결과적으로 황폐해진 장 생태계의 가장 큰 특징은 세균의 종 다양성과 수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종류의 세균이 장에서 발견될수록 면역관문억제제로 치료될 가능성이 크다는 중요한 결론도 끌어낼 수 있었다. 또한 프랑스 환자의 경우에는 아커만시아(Akkermansia)라는 세균이 많을수록 역시 항암 효과가 좋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면역항암치료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장내 미생물의 특징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역시 또다시 생쥐를 실험실로 소환해야 한다. 연구진은 면역항암치료에 반응한 환자와 그렇지 않았던 환자의 대변을 각각 암에 걸린 무균 생쥐에게 이식한 뒤에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했다. 두 생쥐의 유일한 차이는 장내 미생물뿐이기 때문에 항암제 효과의 차이도 역시 장내 미생물에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예상했던 대로 면역치료 효과를 본 환자의 대변을 이식한 생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치료 효과에서 탁월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개인 맞춤형 전략이 중요

생쥐에서 사람으로 그 대상이 이어진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의 구성을 분석하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면역항암치료의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비용도 문제지만, 듣지 않는 치료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만약 치료가 실패한다면 환자는 다른 방식의 치료를 할 적절한 시기를 놓칠 수도 있기에 치료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이런 개인 맞춤형 전략은 의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만약 장내 미생물을 검사한 뒤에 치료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랑스 연구팀이 발견한 또 하나의 중요한 실마리는 이런 환자의 경우에 치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치료가 안 된 환자의 대변을 이식한 쥐에게 아커만시아 세균을 추가로 먹여서 면역항암치료에 반응하도록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했고, 동시에 발표된 다른 국가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논문에서는 아커만시아와 다른 세균인 페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 등이 항암 효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므로, 어떤 세균이 사람에서 면역항암제를 돕는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기 이르다.

지난해 노벨상 수상 업적인 면역세포 브레이크의 발견이 기초과학의 몫이었다면 이 원리를 이용해서 암세포가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도록 만드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그동안의 항암치료는 대부분 암세포를 직접 죽이거나 수술과 같은 방법으로 몸 밖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썼지만,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를 조정해서 암세포를 죽이는 간접적인 방식을 이용한다.

이때 지구에서 출발한 스페이스 셔틀이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수준의 정교한 운전이 필요하다. 밀접하게 서로 영향을 주는 미생물, 면역세포, 암세포, 이 3자는 환자 개인마다 다르게 구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 반드시 개인 맞춤형 접근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가까운 미래에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유전자를 비교하여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장내 미생물 유전자를 읽은 자료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의 정밀의학’ 시대가 올 것이다. 필자가 생명과학 전공 학생에게 대용량 데이터를 다루는 컴퓨터공학을 함께 공부하도록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면역과 미생물 등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융합되면서 한동안 멈칫하던 항암제 개발이 골드러시를 이루고 있다. 거대 제약회사부터 작은 벤처기업까지 다양한 신약이 개발 중이고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수천건 진행 중이다. 이 중 일부만 살아남아 실제 치료에 사용되겠지만 워낙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어 앞으로 암 정복의 장래는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암과의 전쟁은 그동안 몰랐던 장내 미생물까지 그 전선이 확대되면서 우리에게 유리한 전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은 암에 걸린다고 한다.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가족까지 고려한다면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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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폭행으로 시작한 '버닝썬 게이트' 어디까지 올라가나 [이슈+]

권구성 입력 2019.03.08. 11:09 수정 2019.03.08. 11:32

                          
      
100일 넘은 지금 '범죄 영화' 방불/ 클럽에서 마약거래, 성추행, 성접대 의혹까지/ 승리, 선그었지만 의혹 줄줄이/ 경찰 유착 의혹에 관할 경찰서 배제하고 서울 경찰청 직접 나서

시작은 단순 폭행 사건이었다.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에서 직원과 손님 간의 폭행이 발생했다는 신고 전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으레 유흥업소에서 일어날 법한, 전에도 수없이 걸려온 신고와 비슷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그런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이 줄줄이 달리더니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사건이 돼버렸다.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클럽의 핵심 인사로 활동했던 데다 경찰과 클럽의 유착·뇌물수수 의혹에 ‘물뽕’ 등 마약·성폭력·성접대 의혹 등이 잇따르며 한 편의 ‘범죄 영화’를 방불케 했다. 클럽 ‘버닝썬(Burning Sun)’의 이름처럼 단순 폭행으로 봤던 사건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각종 의혹에 따라 강력 범죄의 종합판으로 활활 타오른 셈이다. 

MBC 뉴스데스크 캡처
◆단순폭행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건’, 100일 넘은 지금 ‘범죄 영화’ 방불

사건은 지난해 11월24일 서울 강남구의 클럽 ‘버닝썬’에서 시작됐다. 이 클럽은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가 운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유명해진 곳이다. 당시 클럽의 손님이었던 김모(28)씨는 클럽 직원과 시비가 붙으면서 주먹다짐이 오갔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이어지는 경찰의 대응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클럽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을 부른 김씨가 ‘경찰이 피해자인 자신을 도리어 폭행했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김씨는 12월14일 자동차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 폭행 정황이 담긴 사진과 기록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경찰이 김씨를 폭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해 신고했다가 도리어 경찰에 입건되고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김모씨가 지난 2월 1일 오전 성추행과 업무방해 등 혐의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폭행 의혹을 부인했다. 김씨가 쓰레기통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려 현행범으로 체포했을 뿐, 김씨를 폭행한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버닝썬 측은 김씨에 대한 직원들의 폭행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김씨가 손님들을 추행해서 시비 끝에 폭행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이후 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2명이 김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클럽에서 마약거래, 성추행, 성접대 의혹까지

버닝썬에서의 폭행 사건이 성추행 의혹으로 번지면서, 이 클럽에서 이른바 ‘물뽕’(GHB)이 거래된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물뽕은 마약의 일종으로 술이나 음료수에 타서 마실 경우 기억을 잃게 된다. 하루 정도 지나면 체내에서 성분이 배출돼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종종 성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의 이문호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로 조사를 받으러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버닝썬이 클럽 내에서의 물뽕 사용을 사실상 묵인했고 일부 여성 고객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부 클럽 직원은 물뽕을 직접 거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버닝썬에서 VIP 고객들을 상대로 마약을 판매한 의혹을 받는 클럽의 엠디(MD·Merchandiser)인 ‘애나’를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조사했다. 경찰이 애나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마약으로 의심되는 액체류가 다량 발견됐다.
그런데 애나는 앞서 김씨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 중 한명이었다. 애나가 마약 거래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김씨가 성추행을 했다’는 버닝썬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애나 외에도 버닝썬의 또 다른 직원은 과거 정치권 유력 인사의 사위에게 코카인과 필로폰 등을 판매하고 함께 투약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빅뱅의 멤버 승리는 본인과 소속사의 ‘사실무근’이라는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성 접대와 마약 투약 의혹 등이 불거져 경찰에 재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승리, “몰랐다”며 책임론 선그었지만 의혹 줄줄이···비판 여론 확산

당초 버닝썬 사건이 주목받게 된 것은 승리가 운영에 참여하는 클럽이라는 점에서였다. 실제 승리는 방송에 출연해 단순히 이름만 올려 놓은 게 아니고 버닝썬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언급해왔다. 하지만 승리는 사건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고 엿새 만에 “실질적인 클럽의 경영과 운영은 제 역할이 아니었다”며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승리는 “때마침 홍보를 담당하는 클럽 사내이사를 맡아 대외적으로 클럽을 알리는 역할을 담당했다”며 “(경영과 운영에) 처음부터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처음부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한다”고 해명했다.

승리의 소속사 대표인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고 당일인 (지난해) 11월 24일 승리는 현장에 새벽 3시까지 있었고, 해당 사고는 새벽 6시가 넘어서 일어난 일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사내이사였던 승리가 사임한 것에 대해서는 “승리의 현역 입대가 3~4월로 코앞에 다가오면서 군 복무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기 위함”이라고 직접 해명했다.

그러나 승리에 대한 의혹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승리가 해외투자자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과 함께 관련된 카카오톡 기록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것이다. 승리는 관련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달 27일에는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의혹을 씻어내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의혹과 관련한 승리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확보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도 들끓고 있다. 승리가 경찰에 자진 출석한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공연한 여성 대상 약물 범죄 처벌과 ***을 비롯한 클럽, 유흥업소와 경찰 간의 유착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 및 처벌을 하라’는 제목의 청원에 2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청원 게시자는 “사태의 핵심은 클럽과 유흥업소 운영 관리인들의 의도적 약물 사용이 의심되는 납치 및 폭행, 경찰 뇌물수수와 유착비리. 경찰의 경찰 엄무 수행 중 비리”라며 “전국적으로 유착관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제대로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경찰, 유착·뇌물수수 의혹에 당혹…관할 경찰서 배제하고 서울경찰청 직접 나서

일부 경찰관이 버닝썬과 유착돼 돈을 받고 비호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경찰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사건 초기 수사를 담당한 강남경찰서의 엉성한 대응으로 화를 키웠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민감한 시기에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기류가 읽히자 경찰 지휘부는 부랴부랴 지난달 24일 강남서를 수사에서 배제시키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를 투입했다. 주요 클럽을 중심으로 한 마약 범죄 수사에도 확대했고, 유착 의혹이 제기된 강남서 관계자 등을 상대로 감찰도 착수했다.

지난 6일에는 경찰과 버닝썬의 유착 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모씨가 경찰에 두번째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화장품 회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강씨는 회사의 홍보회사를 버닝썬에서 열고, 행사 당시 버닝썬과 관련해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자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강씨는 버닝썬으로부터 금품거래를 부인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경찰관이 유흥업소와 유착됐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안(클럽 버닝썬 관련 의혹)은 정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유착된 부분이 나타난다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착문제는 경찰의 생존과도 연결이 돼 있는 것으로 근절하도록 할 것”이라며 “폭행 사건이 미제로 남아있는 (클럽) 아레나 건도 서울청 미제전담팀에서 수사하도록 했고, 수사를 해서 결과가 나온다면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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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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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 "장자연 문건에 특이한 국회의원 이름 있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9.03.07. 10:45 수정 2019.03.07. 15:39

                          
      
故 장자연 10주기, 윤지오의 증언
원본 봤다..나열된 이름만 1페이지 넘어
유서 아닌 '법적 대응' 위한 문건이었을것
관련 목격자들, 증언 나서주기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윤지오 (故 장자연 씨의 동료 배우)


장자연 씨가 세상을 떠난 지 오늘 딱 10년 되는 날. 귀한 분 한 분을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장자연 씨가 접대를 강요받았다 하는 게 100여 차례입니다. 그리고 리스트들이 쭉 나왔었죠. 그때 그 성추행의 상황을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 제가 유일한 목격자라고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나서서 증언하고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다니고 하는 그 증언자는 단 1명밖에 없기 때문이죠.

장자연 씨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상황을 증언해 줄 사람은 이분밖에 없기 때문에 이분의 목소리가 귀한 상황인데요. 오늘 실명과 이름까지 공개를 하고.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를 하고 이 자리에 당당히 섰습니다. 고 장자연 씨의 동료 배우 윤지오 씨 지금부터 만나겠습니다. 윤지오 씨, 안녕하세요?

◆ 윤지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려운 자리인데 이렇게 용기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 윤지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제가 지금 소개를 하기는 했습니다마는 그동안 언론에 한 조각씩, 한 조각씩 증언이 나올 때마다 민 모씨 이렇게 나오고, 음성 변조돼서. 그게 민 모씨가 아니라 윤지오 씨였던 거죠? 다른 증언자는 지금 없는 상태, 목격자는.

◆ 윤지오> 물론 목격자가, 언급해 주신 바대로 더 있을 거고 저도 알고 있는 분들이 계시고. 실제로 그 당시를 회상하면 제가 따로 부탁까지 드렸었어요, 좀 도와달라. 저에게 말씀을 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도 좀 증언을 해 주시면... 그게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그렇게 보통은 안 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분들이 또 방송을 또 계속 활동을 하시고, 한편으로 이해는 되지만 또 다른 부분으로는... 음...

◇ 김현정> 속상한.. 참 속상한.

◆ 윤지오> 네.

◇ 김현정> 그러니까 그날 윤지오 씨가 목격한 그날의 파티장에도 사실은 5명 정도가 있었던 거잖아요?

◆ 윤지오> 그렇죠. 그런데 이제 고인이 된 자연 언니랑 저밖에는 여자가 없었고 다른 분들은 다 김 대표 측근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말을 맞춘 이상 또 제가 하는 것이 다 묵인되고 증거 불충분이고 신빙성이 없다라는 이유로 처분을 받지 않았었거든요, 당시.

◇ 김현정> 알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동안은 실명이나 얼굴 공개 안 하고. 말하자면 숨어서 지냈어요, 언론의 앞에서는, 대중 앞에서는. 그러다가 어떻게 이렇게 용기를 내게 되셨는지 그 부분이 궁금해서요.

◆ 윤지오> 제가... 뭐 이제 와서, 왜 이제 와서 그러냐라는 부분도 일각의 측면에서는 그렇게 바라봐주실 수 있는데 한 번도 회피해 본 적은 없고요.

◇ 김현정> 한 번도 회피해 본 적은 없다?

◆ 윤지오> 검찰이나 경찰 조사에도 단 한 번도 갈 수 없다라는 의사를 전달해 드린 적이 없고 시간 또한 변경을 요구한 적이 없고. 다만 제가 섣불리 나설 수가 없었던 것은 아무래도 소중한, 저에게는 소중한 언니였기 때문에 제가 함부로 언니 이름을 담는 담는다는 것 자체도 굉장히 죄송스러운 일이고 지금도 이게 정말 맞는 건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지금도 너무 죄송한 마음이고요...

◇ 김현정> 아이고. 벌써 눈물이.

◆ 윤지오> 죄송합니다.

◇ 김현정> 조금 진정하시고. 이해합니다, 이해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술들을 좀 조사를 받고 이런 상황들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을 것 같은데 마침 오늘이 장자연 씨가 세상을 떠난 지 딱 10년 되는 날이어서 더 감정이 복받치시죠. 그러실 것 같아요. 굉장히 시원한 미소를 가졌던 배우로 장자연 씨를 저도 기억하고 같은 소속사의 신인 배우는 딱 두 분밖에 안 계셨던 거예요? 장자연 씨, 윤지오 씨?


◆ 윤지오> 네. 다른 분들은 다 너무나 이름만 거론해도 너무나 높은 자리에 있는 톱스타 내지는 톱배우라는 반열이어서 저도 실제로 몇 차례 뵌 적이 없는 그런 선배님들이셨고요.

◇ 김현정> 이미 다 나왔으니까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미숙 씨, 송선미 씨 이런 분들이 유명한 배우들이셨고요.

◆ 윤지오> 네. 더 많이 있지만, 또 그 일전에도 스타 반열로 어떻게 보면.... (눈물) 죄송해요.

◇ 김현정> 휴지. 제가 휴지 좀 드릴게요. 지금 눈물을 흘리셔서요.

◆ 윤지오> (눈물) 안 울려고... 진짜 최대한 안 울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김현정> 어떡합니까? 다 이해합니다. 조금 진정을 하시면서.

◆ 윤지오> 그래서 사실 소규모의 기획사가 아니라 자회사도 굉장히 큰 회사였고 자본력도 상당한 회사였어요. 그래서 신인 자체를 발굴하시는 분은 아니었고 기존에 이미 스타성을 가지신 분들을, 계속 일을 하시던 분이었고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런 기획사였기 때문에 아마 믿고 들어갔을 거고. 거기에서 신인 배우로 장자연, 윤지오 두 사람 서로 의지하며... 우리밖에 없으니까, 신인은. 서로 의지하면서 지내셨을 텐데 그런데 연예 산업 관계자들을 소개시켜준다며 부르는 자리가 자주 있었던 거예요, 윤지오 씨한테도?

◆ 윤지오> 네, 비일비재하게 굉장히 많았고 회사를 제가 몇 개월밖에 안 있었어요, 사실상. 좀 부득이...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을 너무나 많이 받고. 위약금이 1억이라고 명시가 되어 있어요, 당시. 저희는 그런데 계약금을 저와 자연 언니랑 같은 신인이기 때문에 같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그런 계약서를 작성했고 계약금도 3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데 위약금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 김현정> 세상에.

◆ 윤지오> 그래서.

◇ 김현정> 여하튼 윤지오 씨는 나오셨는데.

◆ 윤지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너무나 제가 좀 영향력 있고 자본적인 능력이 됐더라면 도움을 좀 줄 수 있었을 텐데하는 그런... (눈물)

◇ 김현정> 그러니까 장자연 씨는 터무니없는 위약금 1억 원을 댈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은 더... 윤지오 씨가 나간 후에도 계속 잡혀 있었다라고 보시는 거군요?

◆ 윤지오> 굉장히 나가고 싶어 했고 제가 나가고 나서도 '너라도 나가서 다행이다.' 그랬었고요. (눈물)

◇ 김현정> 다행이다, 너라도 나가서.

◆ 윤지오> 그게 너무 미안하고요.

◇ 김현정> 제가... 윤지오 씨 일단 지금...

◆ 윤지오> 죄송해요. (눈물)

◇ 김현정> 아니에요. 질문을 드리는 제가 죄송해지는데 조금 마음을 진정하시고, 조금만 가라앉히시고요. 윤지오 씨가 이번에 책을 냈는데 그 책들을 다 읽었어요. 거기 보니까 '아기야, 넌 진짜 발톱의 때만큼도 모른다.' 이런 얘기를 장자연 씨가 윤지오 씨한테 많이 했다, 그런데 그게 다 술자리에서. 술자리에서 윤지오 씨는 '얘는 뭐 지금 보약을 먹어요.' 하면서 먼저 보내는 일이 많았고 그랬다면서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왜 또 윤지오 씨는 그 대표가 먼저 가라고 했을까요?


◆ 윤지오> 저도 당시에는 잘 몰랐었는데 엄마가 좀 유독 항상 동행을 해 주셨어요, 다행히도. 술자리 같은 경우가 생기더라도 항상 차 안에서 대기를 해 주셨고 계약을 할 때랑 해지할 때도 항상 같이 가주셨고요.

◇ 김현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지오 씨도 성추행을 당하고 불쾌한 기억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 윤지오> 네.

◇ 김현정> 그래서 '아, 언니, 너무 불쾌해요.'라고 이야기를 하고 '왜 이런 자리에 우리가 있어야 되죠?'라고 할 때 장자연 씨는 '아기야, 너는 손톱의 때만큼도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고요?

◆ 윤지오> 그 당시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저는 사실상 중고등학교 과정을 캐나다에서 나왔기 때문에 좀 한국 문화나 그런 관례라든지 어떤 언어를 쓸 때 이해하는 이해력인 이해 속도가 아무래도 더딘 때였고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게 어떤 것을 의미했는지 이제서는 인식이 되어지고요.

◇ 김현정> 그렇죠. 그러니까 윤지오 씨가 그렇게 자리를 떠나고 난 후에 이제 보니 장자연 씨가 100여 차례 접대, 술접대, 성접대를 해야 했다라고 진술한, 써내려간 그 자리가 다 그런 자리였던 거네요. 이제 보니... 그럼 장자연 씨는 수치심을 무릅쓰고 다 그런 곳에 간 건데 그거 안 나간다고 하면 안 되는 분위기였어요? 거절은 못 해요?

◆ 윤지오> 대표님이 굉장히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계세요. 제가 폭행을 하시는 것도 많이 목격했고 실제로 제 친구를, 제가 보는 앞에서, 그것도 남자였는데 기획사를 찾는 친구였고 키가 190 정도 되는 훤칠한 친구였는데 제가 보는 앞에서, 그것도 대낮에 길에서 머리, 몸, 구두로 정강이를 때리고 멍도 심하게 들었었고요. 재떨이를 던지신다거나 본인이 마시던 와인잔을 깨서 본인 손에 피가 흐르고 파편이 박히고 그런 부분. 기획사 안에서도 폭력적인 성향을 많이 보다 보니까 기획사 매니저분들이 정말 많이 교체됐어요.

제가 8군데 소속사를 바꿨었습니다, 실은. 중학교 15살 때부터 이쪽 일을 하다 보니까, 부득이하게. 그런데 이렇게 많은, 짧은 단시간 내에 항상 담당자가 바뀌고... 어떻게 보면 심리적으로 못 버티고 나가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 김현정> 폭력성이 있어서, 무서워서라도 거절하지 못하는 분위기...

◆ 윤지오> 네. 그리고 그런 심리적인 압박감도 있었고 물론 위약금이라는 자체가 저희로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자, 이제 두 분이 동석했고 장자연 씨가 뚜렷하게 성추행 당하는 걸 목격했던 그날로 한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게 지금 말씀하신 그 대표, 소속사 대표의 생일 파티였던 거죠, 생일 파티? 혹시 이날이 워낙 오래된 기억이라 저는 좀 헷갈리지 않으실까 싶었었는데 '그날 참석했던 배우가 대표한테 선물한 지갑의 색깔까지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맞습니까?

◆ 윤지오> 네, 브랜드도 기억을 하고 저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날이었던 게, 제가 존경하고 뵐 수 없었던 선배님을 처음 본 날이었고요.

◇ 김현정> 아까 소속사의 대배우들이 다 온 거예요?

◆ 윤지오> 다 오시지는 않으셨고요.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배우분 한 분. 그러니까 모든 게 되게 처음이었었어요, 저에게는. 원래 첫 기억이 굉장히 강하고 잊으려야 잊을 수 없기 때문에... 또 언니가... 그런 여러 가지 상황들이 기억에서...

◇ 김현정> 강렬하군요.

◆ 윤지오> 지우려야 지울 수가 없었던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고. 그날 저희가 기념 사진을 촬영을 했어요. 그 사진이 어디 갔는지는 모르겠고 참석자들은 다 사진에 찍혀 있겠죠.

◇ 김현정> 2008년 8월 5일 소속사 사장의 생일 파티 자리.

◆ 윤지오> 그 사진을 식사 후에 다 같이 찍었는데 너무 갖고 싶었던 게 너무나 평소에 존경하던 선배님이랑 처음으로 있던 그런 사진이고 그때는 어리니까 너무 좋았었거든요, 설레고.

◇ 김현정> 그렇죠. 알겠습니다. 그날 그 파티는 사무실 같은 곳에서 열렸더라고요, 보니까.

◆ 윤지오> 네, 그 당시 사무실이 3층 구조로 되어 있었고요. 올라가면 사무실이고 그 위에는... 제가 처음으로 가서 이런 공간이 있구나.

◇ 김현정> 무슨 공간이었는데요?

◆ 윤지오> 굉장히 큰 거실 같은 형태로 소파가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굉장히 커다란 소파가 있고, 바깥 테라스 쪽에서 대표님이 출장 요리사를 부르셔서 식사를 하고 가볍게 와인을 드시는 분들은 드시고.

◇ 김현정> 거기서 파티가?

◆ 윤지오> 네.

◇ 김현정> 그리고 나서 문제의 그 성추행 사건은 2차, 가라오케를 옮긴 2차에서 발생한 거죠?

◆ 윤지오> 네.


◇ 김현정>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좀 말씀을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 경찰에서도 여러 차례 수차례 말씀하셨겠지만.

◆ 윤지오> 언니가 그 당시... 흰색 미니 드레스를 입었어서 굉장히 짧았던 것으로 기억을 해요. 그래서 조금만 숙이거나 해도 좀 다 훤히 보일 수 있는 그런 드레스였고, 그런 드레스를 입은 상태에서 테이블에 올라갔거든요. 좀 상식적으로는 테이블에 올라가면 보통은 만류하거나 다칠까 봐 내려오라고 하고 손을 잡아주고 그런 것이 상식적으로 정상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윤지오> 누구 하나 그런 분이 안 계셨었고 그런 언니의 모습을 그날 처음 보게 됐었고. 그런 와중에서 조 씨가 강제로 언니를 무릎에 앉히고 추행으로 이어졌고. 그 순간은 굉장히 찰나였었고 순간적으로 정적이 흘렀던 것으로 기억을 해서는 분명히 다 봤다라고 판단이 되거든요. 왜냐하면 테이블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내려왔고 그런 상황이 있었고.

◇ 김현정> 휙 잡아당겨서 내려온 거예요.

◆ 윤지오> 발생했기 때문에...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그날 조 씨라고 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죠?

◆ 윤지오> 당시에는 기자셨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그쪽 일을 그러니까 신문사에 관련된 일을 하는 언행이라든지 뉴스에 대한 질문을 배우에게도 했었었고, 당시에. 그래서 언론사에 종사하시는 분인데 좀 높으신 분인가 보다. 이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 김현정> 휙 잡아당겨서 앉히고 거기에 앉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지금 말로 방송에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성추행을 한 거죠.

◆ 윤지오> 네.

◇ 김현정> 책에서 제가 자세하게 봤습니다마는, 온몸에 성추행을 했습니다. 그것을 기억을 안 할 수가 없죠. 또렷하게 기억이 안 날 수가 없는 겁니다, 윤지오 씨한테는. 그래요...

그 후로 윤지오 씨는 여기랑은 빨리 계약을 해지해야겠다라고 결심을 하게 된 거고 아까 말씀하셨다시피 위약금 물고 윤지오 씨는 나왔습니다. 그런데 한참 뒤에 꽃보다 남자 촬영장에서 조연으로 장자연 씨랑 다시 만난 거예요?

◆ 윤지오> 네.

◇ 김현정> 두 분 다 조연이었던 거고, 그 당시로서는.

◆ 윤지오> 저는 조연이라고까지 말을 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역할이었는데.

◇ 김현정> 작은 역할이었고.

◆ 윤지오> 몇 차례 회차가 진행되는데 우연치 않게 자연 언니와 촬영 일자가 장소가 동일하게 겹쳤었고. 그때 저는 계약 해지를 하고서는 언니를 처음 보게 됐죠.

◇ 김현정> 그때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마주쳤을 텐데 촬영장에서 “잠깐 지오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라고 한 게 장자연 씨의 마지막 모습?

◆ 윤지오> 제가 본 건 그때가 마지막이었어요.

◇ 김현정> “할 얘기가 있어” 라고 했는데 그날 바빠서 현장에서 시간을 못 내셨다면서요.

◆ 윤지오> 저는 매니저가 없다 보니까 저같이 작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다 같이 이동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 차에 빨리 타야 되는 상황이었고. 그때 그게 솔직히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몰랐었으니까 너무 미안하고…

◇ 김현정>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장자연 씨는 윤지오 씨를 붙잡고.

◆ 윤지오> 저희가 단 둘이 화장실에서 언니가 화장을 촬영을 다 끝나고 화장을 지우면서 회사를 어떻게 나가게 됐는지부터 언니가 겪고 있는 부당함에 대해서 당시에 언니가 모든 경비를 스스로 부담을 했어요.

◇ 김현정> 그것도 사실 말이 안 되는데.

◆ 윤지오> (언니가) 물질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었고. 대표가 당시에는 일본으로 이미 도주를 한 상태여서 계약을 해지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 김현정> 아, 그 당시 꽃보다 남자 때는. 알겠습니다. 아마 윤지오 씨 손을 잡고 뭔가 부당함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었던 거군. 그런데 그날은 결국 못 만났습니다. 그리고 장자연 씨는 얼마 뒤에 세상을 떠난 거죠? 그 만남 후로?

◆ 윤지오> 촬영을 다 끝내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언니가. 그 일이 있고 얼마 되지 않아서.

◇ 김현정> 되지 않아서죠. 이제부터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장자연 씨는 세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유서가 7장 나옵니다. 원본, 사본 막 뒤섞이고 거기에 가짜 편지 50통 소동까지 벌어지고 이게 다 겹쳐서 들으시는 분들은 좀 헷갈리실 수가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 지금까지 확인된 팩트는 장자연 씨가 쓴 건 총 7장입니다. 그 7장 중 4장은 경찰이 확보를 했고 뉴스를 통해서도 공개가 됐고 3장은 세상에 없습니다. 소각이 됐습니다.

우리가 아는 그 4장에도 성접대를 한 사람들의 리스트, 대상자에 대한 신상 같은 게 있습니다마는 좀 부정확한 것들도 있고 또 경찰에서 이건 조사해 보니까 A일보 사장이라고 돼 있지만 계열사, 스포츠지의 사장도 아니고 임원 내지는 그냥 기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하면서 다 흐지부지된 거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4장 말고 다른 3장에는 좀 더 구체적인 뭔가가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 4장을 뒷받침하는 뭔가 더 구체적인 이름이라든지 뭔가 상황이라든지 혹은 더 많은 이름이 있지 않을까. 늘 궁금했는데 그 3장을 본 사람이 유족이 있고 그 소속사 사장, 대표가 있고 그리고 윤지오 씨가 그 3장을 보셨다고요?

◆ 윤지오> 제가 기억하기로는 4장으로 기억을 하고요.

◇ 김현정> 4장이 알려진 4장. 그리고 지금 (윤지오씨는) 소각된 분을 보신 거죠?

◆ 윤지오> 원본이라고 하는 부분을 봤는데 유족 분들이 보시기 이전에 제가 먼저 봤었고.

◇ 김현정> 그러면 본 게 총 몇 장을 보신 거예요?

◆ 윤지오> 저는 4장 정도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4장. 그러면 그 4장이 언론에 공개된 것들을 보신 걸까요? 아니면 공개되지 않고 소각이 된 것까지 일까요?

◆ 윤지오> 공개되지 않은 것들까지.

◇ 김현정>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 거기에 들어 있는 거군요. 거기에 뭐가 있느냐가 굉장히 궁금한 건데 뭘 보셨어요?

◆ 윤지오> 언니가 받았던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거의 호소를 하다시피 또 이름들이 쭉 나열돼 있는 페이지가 한 페이지가 넘어갔었고.

◇ 김현정> 한 페이지가 넘어갔어요? 거기에서 지금 눈에 띄는 이름들이 혹시 있습니까?

◆ 윤지오> 기억하는 이름이 있고요. 딱 한 차례 짧은 시간에 봤기 때문에 경황도 너무 없었고 하지만 분명히 기억하고 있고 인물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 김현정> 그 이름들이 우리가 알 만한 어떤 인물이라고 지금 아예 실명을 다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름들을 좀 얘기해 주실 수 있어요? 힌트를 주실 수 있습니까?

◆ 윤지오> 감독님.

◇ 김현정> 영화감독?

◆ 윤지오> 그리고 정치계.

◇ 김현정> 정치계 인물도 있었어요?

◆ 윤지오> 네.

◇ 김현정> 국회의원. 또? 지금 계속 의혹이 있는 언론사의.

◆ 윤지오> 언론사에 관계된 종사자.

◇ 김현정> 종사자. 유명한 신문사 사장의 이름이 있었습니까? 사주의 이름이 있었습니까?

◆ 윤지오> 보통 기업인들 같은 경우 거의 대표, 사장이라고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 김현정> 언론사의 경우도 그랬어요?

◆ 윤지오> 네.

◇ 김현정> 사장이라고? 정확히 그 언론사, 지금은 스포츠신문, 그러니까 계열사의 어떤 기자를 잘못 알아듣고 혹은 그 대표가 뻥튀기하듯이 소개한 건 아닐까라고 경찰은 보고 있는 거더라고요. 그 부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 윤지오> 왜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지 저는 모르겠고 제가 지금까지 알고 기억하는 김 대표는 굉장히 영악한 사람이에요. 본인의 어떠한 무언가를 충족하기 위해서 그런 자리들을 마련하고 항상 만나는 사람도 다 높은 분이라고 소개를 했었고 일컬어 소위 낮은 위치에 계신 분들은 본인이 스스로 만나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 이름들을 봤다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세간에 의혹이 나오고 있는 그 이름들. 알겠습니다. 그 후 경찰 조사를 거부하지 않고 다 받으러 다니셨어요. 최근에 과거사위 조사까지 다 받으러 다니셨는데 결국 신빙성이 없다. 이렇게 돼서 다 묵살이 된 거예요, 증언이?

◆ 윤지오> 네.

◇ 김현정> 조사 과정에서 의아한 점들도 많았다면서요. 20살의 어린 나이었기 때문에, 좀 헷갈려서 어쩔 수 없이 받았지만 나중에 보니 좀 이상하더라 하는 점들이 어떤 거였습니까?

◆ 윤지오> 일단 수사를 진행되는 과정도 굉장히 부실하게 느껴졌었고 제가 말하는 거에 기반을 해서 수사가 계속 이루어져서 열 차례가 넘는 참고인 조사를 이례적으로, (원래는)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고 저는 민변을 통해서 들었거든요. 그리고 그 당시 항상 갔던 시간대도 저는 다 모든 게 처음이니까 다 협조를 그냥 했을 뿐이고.

◇ 김현정> 그게 밤 10시 이렇게 불렀다는 게 맞아요?

◆ 윤지오> 네.

◇ 김현정> 밤 10시에 시작하면 몇 시에 끝나요?

◆ 윤지오> 새벽에 끝나고 아침에 끝날 때도 있고.

◇ 김현정> 미리 사전에 통보를 10시로 하는 겁니까? 아니면 그냥 그날 낮에 10시에 와라. 이렇게 되는 거예요?

◆ 윤지오> 거의 그때 오라고 얘기를 하시고.

◇ 김현정> 그날 당일에 닥쳐서?

◆ 윤지오> 미리 얘기는 해 주시지만 왜 그 시간대냐. 시간을 변경하고 싶다고 제가 한 번도 말씀드린 적이 없어서. 그게 당연하기 때문에 당연히 요구하시는 건 줄 알았어요.

◇ 김현정> 가서 조사를 받을 때도 좀 이상하다. 왜 이런 걸 물어보지 내지는 강압적이라든지 뭔가 좀 이상한 것들이 있었습니까?

◆ 윤지오> 굉장히 많았었던 것으로 기억을 해서.

◇ 김현정> 예를 들면?

◆ 윤지오> 처음에 분위기가 굉장히 강압적이고 참고인이자 증인의 신분으로 간 것이 아니라 제가 마치 죄인으로서 무언가를 항상 요구하듯이 “이런 거에 대해서 알지 않느냐. 왜 말하지 않느냐. 너도 똑같은 일을 겪었는데 묵인하는 것 아니냐.” 초반에 경찰 쪽 높으신 분이 보러 오셨어요.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저한테 좀 말을 함부로 하셨고. 당시에는 지금에야 나이가 있으니까 좀 융통성 있게 얘기를 했겠지만 너무 그게 무슨 말씀이시냐고 대들었고 그게 언쟁으로 번져서 제가 화도 내고 그런 상황이 기억되고요.

윤지오 씨가 최근 출간한 책 '13번째 증언' (사진=출판사 가연)

◇ 김현정> 언쟁까지? 함부로 말했다는 건 어떤 식으로 함부로 말했어요?

◆ 윤지오> 뭘 알고 있는데 왜 함구하려고 하느냐.

◇ 김현정> 아는데 왜 말 안 하느냐? 높은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높은 사람이에요?

◆ 윤지오> 그곳에서 가장 높은 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 김현정> 그곳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었다. 그러면 조사 받으러 간 경찰서의 서장 정도 됐을까요? 어디로 가셨을까요?

◆ 윤지오> 제가 직함은 잘…

◇ 김현정> 알겠습니다. 가장 높은 그분과 언쟁을 벌일 정도로 강압적인 수사. 가해자가 옆에 있는 경우에 진술한 적도 있었다면서요? 열세 번 중에 한 번은.

◆ 윤지오> 한 번이 아니라.

◇ 김현정> 한 번이 아니에요?

◆ 윤지오> 김 대표라든지 다른 인물들. 조 씨. 제가 여기 앉아 있으면 한 이 정도 거리.

◇ 김현정> 세상에.

◆ 윤지오> 이것보다 더 협소한 공간에서. 또 이것보다 훨씬 어두운 공간이고요.

◇ 김현정> 어둡기까지. 알겠습니다. 지금 장자연 씨의 피해를 유일하게 목격한 목격자, 증언자 윤지오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윤지오 씨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장자연 씨가 남긴 유서. 우리가 유서라고 알고 있는 그 유서는 법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싸우기 위해 투쟁하기 위해 남긴 문건으로 보인다.” 이건 어떻게 그렇게 판단하신 거죠?

◆ 윤지오> 처음 듣고 봤을 때부터 유서라고 하면 편지 형태의 감정을 서술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목차처럼 나열이 되어 있고.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강요를 받았습니다. 본인이 어떠한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해서 기술되어 있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지장까지 찍혀 있거든요. 주민등록번호와 사인. 누가 유서를 그렇게 쓰는 유서를 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고요. 그리고 언니가 유서로 남겼다면 이러한 걸 내가 남겼으니라는 짧은 글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았고 제가 생각하기로는 오히려 그 문건을 작성하고 나서 굉장히 힘들어했을 거예요.

◇ 김현정> 싸우겠다고 결심을 하고 주민번호 찍고 지장까지 찍었는데 왜 장자연 씨는 더 싸우지 않고 목숨을 끊는 쪽으로 선택했을까요?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추측하시기에는?

◆ 윤지오> 세상에 공개하려고 쓴 것이 아니라 법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 쓴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당시에 언니는 회사를 나오고 싶어 했었고 김 대표를 공격할 만한 수단으로 작성을 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명확하고 인물에 대한 사실만을 기재했을 거거든요.

◇ 김현정> 혹시 이걸 다 써서 이걸 가지고 싸우기 위해서 목격자, 증언들, 증인들도 필요하고 했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좌절했던 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시겠어요. 지금 왜냐하면 증언으로 나서는 사람이 윤지오 씨 말고는 없잖아요, 아무도.

◆ 윤지오> 언니의 성격상 항상 매사 조심하는 편이어서 그걸 본인이 스스로 작성을 해야겠다 내지는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작성을 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보고요. 누군가가 먼저 제안을 했고.

◇ 김현정> 누가요?

◆ 윤지오> 유서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분들이겠죠.

◇ 김현정> 언급되고 있던, 조사도 받고 했던 담당 매니저라든지 이런 분들이 도왔을 것이다, 같이 투쟁을 위해서? 그런데 왜 투쟁하지 않고 목숨을 끊었을까요?

◆ 윤지오> 저는 그 부분도 굉장히 의아하고 언니가 한참 이름을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이었거든요. 더욱더 조심스럽게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것을 왜 썼으며 언니가 다시 돌려받고 싶었던 것으로 아는데 돌려받지 못했거든요.

◇ 김현정> 그 매니저 유 씨로부터. 그 부분도 밝혀내야 될 부분이군요. 왜 싸우고 투쟁하고자 했는데 같이 썼는데 죽음을 선택했는가, 이 부분도요.

◆ 윤지오> 그리고 또 어떻게 보면 함께 투쟁하기로 했던 그분들이 피해를 우려해서 유서라고 얘기를 했고.

◇ 김현정> 그랬을 가능성. 알겠습니다. 지금 청취자들의 질문도 너무 많이 들어와요. 윤지오 씨 힘내라는 응원도 많이 들어오고. 지금 저희가 라디오 생방송에서는 여기까지 질문을 하고 지금 너무 질문거리가 많아서요. 유튜브 댓꿀쇼로 좀 이어갈 텐데 마지막 마무리는 아까 국회의원 실명 기억나세요? 그러니까 윤지오 씨가 본 소각된 그 리스트에 있었던 국회의원 이름 기억나세요?

◆ 윤지오> 좀 특이한 이름이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두 글자?

◆ 윤지오> 그렇진 않은데.

◇ 김현정> 왜 특이하죠?

◆ 윤지오> 일반적인 이름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김현정> 이름이 기억나시는군요? 지금 그 이름을 말씀하시기는 어렵겠지만 이니셜이라도 언급해 주실 수 있습니까?

◆ 윤지오> 경찰, 검찰에서…

◇ 김현정> 거기서는 말씀하신 거죠? 어떤 이니셜입니까?

◆ 윤지오> 그쪽에서 먼저 공개를 해 주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 김현정> 한 명입니까?

◆ 윤지오> 그쪽에서 은닉을 했기 때문에.

◇ 김현정> 한 명인가요, 국회의원이?

◆ 윤지오> 제가 기억하는 건 한 명.

◇ 김현정> 한 명, 알겠습니다. 더 저희가 무리하게 요구하지는 않겠습니다. 많이들 질문을 주셔서 제가 질문 드렸지만 어쨌든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되니까요. 이거 신중하게 다 진술하신 내용들이고요. 참 윤지오 씨한테 정말 이렇게 용기를 내고 나와주셨기 때문에 질문들이 너무 많이 쏟아지는데 윤지오 씨 일단 여기까지 여쭙고요. 제가 사전에 문의를 드렸습니다만 '유튜브 댓꿀쇼'까지 더 가서 나온 김에 속시원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얘기를 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잠시 후에 (댓꿀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윤지오> 감사합니다. (사진=한국스마트속기협회)

[CBS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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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없는 아이 유골 140구 페루서 발견..15세기 종교적 제물

송현서 입력 2019.03.07. 15:01

               

[서울신문 나우뉴스]

페루에서 발견된 유골 일부

페루에서 심장이 도려내진 채 파묻힌 어린아이들의 유골 137구에 대한 연구 결과가 공개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CNN 등 해외 언론의 6일 보도에 따르면 2011년경 페루 북부지역에서 5~14세로 추정되는 어린아이 약 140명과 새끼로 추정되는 라마(남미에서 털을 얻고 짐을 운반하기 위해 기르는 가축)의 유골이 한꺼번에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이 2016년까지 유골들을 정밀 조사한 결과, 해당 유골들은 모두 심장이 도려 내어진 상태였으며, 고고학자들은 유골의 주인들이 모두 종교적 행사의 제물로서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어린아이들과 동물이 심장이 도려내진 채 죽음을 맞이한 시기는 약 570년 전인 1450년경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는 페루 북부지역에서 치무족(族)이 전성기를 누린 시기와 일치한다.

치무족은 잉카족 이전에 페루에서 가장 거대한 왕국을 세웠던 인디언 부족으로, 해당 유골들이 발견된 지역은 치무족이 이룬 왕국의 수도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찬찬(ChanChan)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지점이다.

이를 연구한 미국 툴레인대학 연구진은 “발견된 어린아이와 새끼 라마의 유골은 당시 치무족의 종교적 제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유골 및 유골이 발견된 지점의 연구는 고대에 어린아이들을 제물로 바친 문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골들의 흉부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에게서는 모두 심장을 제거하기 위해 흉부가 열린 흔적이 있었다”면서 “흉부를 열고 심장을 꺼내는 과정은 현대의 외과수술과 매우 유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아이들의 심장을 꺼낸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설만 존재하지만, 이는 다분히 문화적이고 종교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이 유골들은 남미를 휩쓴 엘니뇨 현상으로 발생한 잦은 홍수와 폭풍우에 땅이 휩쓸리면서, 우연한 기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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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하노이 결렬 막으러 막판 절충 시도"..미국이 거부

입력 2019.03.07. 14:46 수정 2019.03.07. 15:36

               
< 시엔엔> , 2·28 북-미 회담 막전막후 소개
북한 '영변 카드' 키워 미국에 막판 제의
영변+α 요구한 미국 협상 재개에 응하지 않아
북한 협상 전엔 폼페이오 만남 요청 거부
김 위원장, '영변'과 '제재해제' 교환가능 낙관한 듯

지난달 28일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기 직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떻게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영변의 모든 시설’을 해체한다고 막판 절충을 시도했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렬의 핵심 이유는 ‘영변+알파(α)’에 대한 미국의 집착이었다.

<시엔엔>(CNN)은 7일 두 명의 미 고위 당국자 등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 11시55분(한국 시간 1시55분)로 예정됐던 북한과 ‘실무 오찬’을 취소하고 오후 2시 “회담 결렬”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에 나설 때까지 북-미 간에 있었던 막판 줄다리기를 소개했다.

북-미가 지금까지 밝힌 결렬 이유를 모아 보면, 북한은 ‘북핵 개발의 상징’인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시행되고 있는 민수 경제와 관련된 5개 제재의 해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영변보다 더 많은 것”(트럼프 대통령 28일 기자회견) 즉, 북한이 감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추가 핵 시설을 비핵화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북한에 추가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시점에서 회담은 결렬됐다.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영변’의 값어치를 끌어올리려 시도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이던 메트로폴 호텔을 떠나기 직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미국 당국자들에게 보내 북한이 해제한다고 밝힌 영변 핵시설의 정의를 “이 시설에 포함된 모든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최 부상의 제안에도 “(회담을 재개할만한) 인상을 받지 못했고, 결국 회담은 재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2시 회담 결렬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오후 5시 워싱턴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 몸을 실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방송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시엔엔>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북한의 이 마지막 시도는 (하노이에서) 합의를 도출해내고 싶어 했던 김 위원장의 열망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이었는지 의문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당혹해진 최 부상은 하노이에서 심야 기자회견을 자청해 “미국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엔 북한의 ‘외교 결례’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어포스원을 타고 하노이로 향하던 지난달 27일 현지에 먼저 도착해 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자신의 협상 상대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사전 만남을 요청했다. 몇주에 걸친 실무협상에도 비핵화를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테이블에 마주 앉기 전에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몇 시간이나 김 부위원장을 기다린 뒤 낙담했다고 방송이 전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김 위원장이 미리 준비해 간 ‘영변 카드’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설득해 ’제재 해제’ 결정을 끌어낼 수 있다고 회담 결과를 낙관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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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文대통령, 北제안 칭송하며 트럼프와 갈라서"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19.03.06. 03:00 수정 2019.03.06. 09:12

               
'영변 폐기가 불가역 단계' 발언 논란.. AFP "영변 폐쇄, 북핵 종료 아냐"
FT "文정부 경협 강행땐 美와 불화"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 참석하여 발언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가 ‘비핵화의 불가역적 단계’라고 평가하며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추진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서구 주요 언론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문 대통령이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언급한 내용을 두고 외신들은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는 발언”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런 한국 정부의 입장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 시간) ‘문(대통령)이 북한의 핵 제안을 칭송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갈라섰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을 반겼고, 대북제재에 대해서도 북한의 버전대로 ‘부분적인’ 제재 해제가 논의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내놓은 협상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평가가 미국과 다르다고 지적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며 “이들 시설은 북한에 현금을 공급하는 곳으로, 재개하려면 미 재무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FP통신도 “영변은 북한의 유일한 우라늄 농축 시설이 아닌 것으로 보이며, 그 폐쇄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종료 신호는 아니다”며 “하지만 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북한 비핵화가 불가역적인 단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대북제재를 북한에 대한 주요한 지렛대로 여기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남북경협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한미 양국 간 불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원칙적 태도만 되풀이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나는 그것(협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앞으로 수주 내 평양에 (실무협상)팀을 보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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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서 62년.. '아름다운 진료' 이제 막 내립니다

정지섭 기자 입력 2019.03.05. 03:09

               
성바오로병원, 22일 폐원.. 은평뉴타운으로 내달 확장 이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역사(驛舍)를 빠져나오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10층 건물이 있다. 62년간 청량리 서민을 진료한 성바오로병원이다. 환자 수십만명이 거쳐 간 이 병원이 긴 역사를 마감하고 오는 22일 문을 닫는다. 병원을 운영하는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이 다음 달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부근에 새 병원을 열면서 성바오로병원은 폐원하기로 했다. 이대 동대문병원(2008년 폐원), 중앙대 필동병원(2004년 폐원), 용산병원(2011년 폐원)에 이어 오랜 역사를 가진 강북의 구도심 병원이 또 하나 사라지는 것이다.

4일 오전 찾아간 성바오로병원 신관 2층 수납 창구는 여느 평일처럼 환자들로 북적였다. 대부분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이었다. 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서는 환자들은 약봉지와 함께 은평구의 새 병원 위치를 안내한 전단을 들고 있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어르신을 붙잡고 간호사들이 병원 위치와 교통편을 설명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에서 62년간 서민을 진료해온 성바오로병원이 오는 22일 폐원한다. 10층 건물 위로 보이는 병원 간판(사진 가운데)도 곧 내려진다. 병원 주위로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왼쪽 작은 사진은 1957년 청량리에서 새로 문을 연 성바오로병원 앞에 성바오로회 소속 두 수녀가 서 있는 모습. /고운호 기자·성바오로병원

유명 사립 의대에 소속된 성바오로병원은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이나 여의도 성모병원과 자매 관계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서민 환자의 비중이 훨씬 높다. 병원의 역사 및 위치와 관련이 있다. 1944년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소속 수녀 2명이 청량리 옆 제기동에 차린 시약소(施藥所·의료 구제 시설)가 성바오로병원의 시작이다. 환자들이 몰리면서 시약소는 1947년 '성모의원'으로 확장 개원했다. 6·25전쟁은 병원에 시련이면서 도약의 계기였다. 병원 의사 이혜춘씨가 납북된 것이다. 의료진은 왕진 가방을 들고 잿더미가 된 주택가를 찾아다니며 환자를 진료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서울 인구가 늘면서 병원도 급속하게 커졌다. 1957년 현 위치인 청량리에 건물을 마련했다. 역과 맞붙어 있는 입지 덕에 '전국구 병원'으로 명성을 누렸다. 원주·제천·태백·영월·양평에서 통일호나 비둘기호 기차를 타고 내원하는 환자도 많았다.

1980년대 이후 병원은 정체되기 시작했다. 회기동 경희의료원, 안암동 고려대병원, 상계동 백병원 등 인근 대학병원이 대대적인 시설 투자에 나서면서 환자 유치 경쟁을 벌였다. 동대문문화원 강임원 사무국장은 "일정 소득이 되는 주민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고, 서민 환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영진도 수익성 때문에 이전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량리역의 위상이 위축된 것도 타격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병원 건물 뒤편으로 집창촌이 생겨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것도 환자가 줄어든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동네 주민들은 변함없이 병원을 찾는다. 이날 신경과 치료를 받은 제기동 주민 임규오(80)씨는 "시장통에서 평생 일하는 동안 아들 셋이 모두 이 병원에서 태어났고, 저는 두 차례나 이곳에서 수술을 받았다"며 "병원이 없어진다니 몹시 아쉽다"고 했다.

22일 치료를 공식적으로 마감하면 열흘 뒤인 다음 달 1일 은평구 진관동에 지상 17층, 800병상 규모의 최신식 병원이 진료를 시작한다. 전문의 80명을 포함한 직원 750명도 은평으로 옮긴다. "그래도 단골 의사를 찾겠다"는 어르신들은 교통편이 걱정이다. 청량리에서 은평구 병원까지는 버스로 40개 정류장을 지나야 한다. 지하철을 타도 15개 역이다. 병원 측은 셔틀버스 운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바오로병원의 폐원으로 과거 청량리역 주변 모습은 사라지게 됐다. 병원 자리에는 고층 상업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병원과 붙어 있던 집창촌 밀집 지역도 아파트·주상복합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대부분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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