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녀 의혹' 수사 않는 檢..공수처 절실한 이유"

이장호 기자 입력 2019.12.30. 16:45 수정 2019.12.30. 17:04
               
고발 시민단체 "존재이유 스스로 부정..올해 최악사건"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을 고발했던 시민단체가 나 의원을 수사하지 않는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와 민생경제연구소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은 9월16일로부터 장장 106일이 지났지만 나 의원과 공범들에 대한 아무런 수사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단언컨대 이 같은 검찰의 최악의 직무유기와 중대 범법자 비호행위는 올해의 최악의 사건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더욱이 최근 법원 판결들과 성신연대 감사보고서 등이 나 의원 관련 전형비리·입시비리·성적비리 등을 모두 지적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검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 의원 사건에 대해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는 검찰의 문제점을 보면 왜 공직자비리수사처가 우리 사회에 절실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공수처가 하루빨리 설치되어서 최고위 권력층 공무원들의 비리를 일벌백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공수처 도입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28일 같은 당 강효상 의원이 국회 필리버스터 연설 중 나 의원을 옹호하는 발언에 대해 "나 의원 딸·아들 관련 비리 의혹들을 자세히 길게 다시 부각시켜 줘 참 고맙다"며 "그럼에도 강 의원이 언급한 부분들은 100% 팩트로 드러난 내용이고, 이는 법원 판결들과 성신여대 감사보고서, 언론의 보도를 통해 모두 그 문제가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 의원과 강 의원에게 공개 토론을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4일 나 의원과 같은당 황교안 대표를 상대로 '범국민 공동고발'을 진행, 온라인으로 시민 1만996명의 서명을 받아 8차 고발장을 제출했다.

시민단체는 지난 9월부터 나 의원을 검찰에 총 7차례 고발했다. 고발장엔 자녀 입시·성적 비리를 비롯해 Δ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유화 및 부당특혜 Δ홍신학원 사학비리 의혹이 포함됐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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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 공수처법, 본회의 통과..고위공직자 수사·檢기소권 견제

김동호 입력 2019.12.30. 19:06 수정 2019.12.30. 19:32

               
대통령·총리·국회의원 등 수사..판사·검사·경찰은 기소까지
靑 관여 금지..검찰·경찰이 공직자 범죄 인지시 공수처에 통보
'공수처법' 가결하는 문희상 의장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가결하고 있다. 2019.12.30 z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홍규빈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공수처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발의 뜻으로 퇴장한 가운데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제출한 공수처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고위공직자 범죄를 전담해 수사하는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자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내년 7월께 공수처 설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정안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 공무원,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다.

이중 경찰·검사·판사에 대해선 공수처가 직접 기소하고 공소 유지도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수처 업무에 관여할수 없도록 하고, 검찰이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에는 공수처에 즉시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공수처법, 국회 본회의 통과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이 통과되고 있다. 2019.12.30 yato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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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말겠지" 日 깎아내리던 불매운동, 일냈다

이재은 기자 입력 2019.12.29. 06:01
                          
      
[2019이슈+]①일본 제품 불매 운동 촉발한 한일 갈등
/사진=임종철 디자인 기자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조치에 따른 한일 관계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올해 하반기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을 사로잡았다. 지난 7월부터 이어진 불매운동은 초기까지만 해도 금세 식을 거란 전망이 다수였지만 현재까지 활발히 이뤄지면서 전망이 뒤집혔다.

韓日무역전쟁, 그 시작
시작은 우리 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었다. 지난해 10월30일, 한국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춘식씨(99) 외 3명의 강제징용 피해자의 기업들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2005년 2월 이씨 등이 일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13년8개월 만에 내려진 판단으로, 그동안 소송 당사자 4명 중 3명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신일철주금 측은 "이는 1965년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 또 일본 정부의 견해와도 반한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으며, 지금까지도 배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74주년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 및 국제평화행진에 참석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19.08.15./사진=뉴시스

일본 정부를 비롯 고위층 인사들의 입장도 신일철주금 측과 같다. 일본이 한국을 성장시켰으며 과거 협정 조약을 통해 문제들이 이미 해결됐는데, 한국이 일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놓지 않는다는 식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종의 보복에 나섰다.

지난 7월4일부로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에 반발해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핵심소재 3종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했고, 8월엔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시 절차상 우대혜택을 부여하는 우방국(화이트국가) 명단에서 빼버렸다.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은 "한국이 이만큼 풍요로운 나라로 경제적으로 발전한 건 1965년 일본이 준 3억불 덕이며, 과거 한일 간 협정 조약으로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됐고 개인 보상도 했다. 이제는 한국 내부적으로 해결을 해야 하는데, 일본 기업에 대한 재산 압류 결정이 나왔다"면서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는) 일본 정부가 계속 한국 내부에서 해결해 달라고 요구해 왔는데 전혀 대답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뜻에서 도발적인 처방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위기? 한국 국민 반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초기엔 한국이 피해를 받는 듯 했다. 예컨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에칭가스는 99.999% 이상의 초고순도여야하는데, 에칭가스를 만드는 국가는 일본 외에도 중국, 대만 등 여럿이지만 고순도 정제 기술은 일본이 가장 앞서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납품하는 일본 스텔라케미파·모리타가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예상과 달리 피해는 한국만 입지 않았다. 반도체 생태계 전반이 어려워지면서 일본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일본 기업들은 중국에 공장을 세워 한국에 우회 수출하거나, 한국에서의 생산 방법을 찾는 등 자구책을 찾았다.

니혼게이자이는 "반도체용 레지스트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0~30%를 차지하는 도쿄오카공업은 최첨단 극자외선(EUV)용 레지스트를 한국 공장에서도 생산, 한국 기업에 납품하는데 최근 한국에서의 레지스트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모리타(森田)화학공업이 연내 중국의 합작 공장에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의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이나 중국의 반도체회사 등에 납품하고, 요청이 있으면 한국에도 출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반도체에서 그치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는 갑자기 한국 사회 전반에서 제일 큰 이슈로 거듭났다. 한국 국민들은 일종의 '소비자 운동' 차원에서 일본산 맥주, 일본 관광 등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 불매에 나섰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본때를 보여주자'거나 '불매 의지가 불탄다' 등의 의견이 대두됐다.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함과 일본 제품 불매 동참을 호소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19.07.06./사진=뉴시스

잠깐 스쳐가는 불매운동?
불매운동 초기만해도 일본에선 '이러다 말겠지'란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7월11일 유니클로 일본 본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오카자키 타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제 불매 운동이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카자키 최고재무책임자는 이어 "우리는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한국에 뿌리 내린 것을 조용히 지켜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구로다 논설위원도 불매운동을 폄하했다. 그는 "불매운동은 실제 행동보다는 인터넷에서 나타나는 반일 성향에 기반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남몰래 뒤에서 결의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난 지금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은 오히려 한국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열의를 불타게 하는 기회가 됐다. 온라인에선 "저런 식으로 한국 소비자를 호구 취급하는데도 구매하면 한국 사람 아니다"라거나 "대체제가 많다. 다른 것 소비하자" 등의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본 맥주. 2019.7.29/사진=뉴스1


불매운동은 수치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일본산 맥주의 한국 수출은 99.9% 급감해 사실상 퇴출됐다. 한국에서 일본차량의 신차등록건수는 60% 감소했고, 지난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월보다 48% 줄었다.

조금씩 일본에선 앓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했던 일본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신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최근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외국인 여행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전년 대비 65.1% 감소한 20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지난 2011년 3월 당시 감소세(66.4%)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황성운 주일한국문화원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된) 7월 이후 10월, 11월에 (한국인 관광객이) 빠져나갔다. 일본의 지역 관광 타격이 심각하다"며 "후쿠오카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의 55%가 한국인인데 지금은 많이 오지 않아 타격이 있다. 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日 "한국이 먼저 책임있는 행동할 것"
경색국면이던 한일 관계는 우리 정부가 지난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일단 '조건부 유예'하면서 달라졌다. 일본 정부가 협조적으로 나오면서, 우리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6일 도쿄에서 국장급 수출규제 관련 정책대화를 여는 등 수출 관리 문제를 추가로 협의해왔다.

지난 20일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중 반도체 소재 한 품목에 한정해 전격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포토레지스트'를 수출 개별허가 대상에서 '특정 포괄허가' 대상으로 바꾼다는 내용의 통달(고시)을 발표했다. 통달엔 한국만이 속한 '리'지역에서 포토레지스트를 특정허가 방식으로도 수출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으로, "포괄허가 취급 요령으로 정하는 조건을 충족한 기업의 해당 품목은 반복 계속적인 거래에 한해, 개별 거래마다 신청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도록 수속을 변경한다"고 적혀있다.

이날 '일부 완화'에 대해 청와대 쪽은 "이번 조처는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일부 진전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즉 일본 정부가 다소간 우호적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큰 틀을 바꿀 근본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도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이 드러났다.

/AFPBBNews=뉴스1


아베 총리는 "한국 측의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해달라"며 "일본 기업자산 현금화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한국의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계기를 한국 측이 만들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기조는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민 대부분이 한일 관계 개선은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TV도쿄와 닛케이가 지난 20~22일 일본 18세 이상 남녀 957명을 대상으로 '일본이 양보할 정도면 한일 관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70%였다. 반면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이 양보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불과 20%였다. 지난 8월과 10월, 11월 조사와 유사한 결과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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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가족비리 의혹' 수사 4개월 만에 마무리..조국 금주 기소

성도현 입력 2019.12.29. 08:00
               
이달 31일 또는 내년 1월2일 기소 예상..조국 딸 처리 방향 검토 중
조국 처남·코링크PE 대표 등 처분 수위 관심..불구속기소 가능성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2차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차를 타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을 약 4개월간 수사한 검찰이 이번 주 조 전 장관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마무리한다. 조 전 장관의 딸(28)을 기소 대상자에 넣을지는 막판까지 검토 중이다.

◇ 조국 공소장 작성 마무리…기소 시점 저울질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조 전 장관 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적용할 법리 검토 및 공소장 작성을 사실상 끝내고 기소 시점을 고심 중이다.

검찰은 원래 지난 27일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기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재수(55·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울동부지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30일에는 조 전 장관을 기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전 법무부 장관에 관한 수사 결과를 후임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날 발표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30일은 국회가 새 임시국회 첫 본회의를 열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표결에 나설 것으로도 예상되는 날이다.

예민한 입법 현안이 걸린 때에 수사결과를 발표하면 정치권은 이를 정치적 행위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검찰이 30일을 기소 시점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최근 조 전 장관의 가족비리 의혹 사건을 가능하면 '연내 기소'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따라서 검찰은 연말인 31일을 기소 시점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반드시 연내 기소를 관철해야만 하는 상황도 아닌 만큼 내년 1월 2일 역시 유력한 선택지로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27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조 전 장관 가족의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 사건은 4개월 만인 이번 주 안에 관련자 모두가 재판에 넘겨지는 셈이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왼쪽)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CG) [연합뉴스TV 제공]

◇조국 딸 불구속기소 하나…처남·모친은 불기소될 듯

검찰은 지금까지 정 교수 등 5명을 구속기소 했다.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52)씨, 5촌 조카 조범동(36)씨 등 일가 3명, 웅동학원 비리 관련 동생 조씨와 공범 관계인 뒷돈 전달책 2명 등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며 딸도 함께 기소할지를 계속 검토 중이다. 딸은 이미 지난달 11일 검찰이 추가로 기소한 정 교수의 공소장에 입시비리 관련 혐의 공범으로 적시돼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어머니가 이미 구속기소 됐고 아버지도 재판에 넘겨지니 딸은 기소유예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 혐의가 입증되므로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를 하자는 의견 등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부모가 모두 구속된 게 아니고 딸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어서 막판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학생 딸의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위해 제자들에게 논문을 대필시킨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구속기소 된 성균관대 전 교수 사건도 참고하고 있다. 당시 딸은 어머니와 함께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아들(23)은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웅동학원 비리 의혹에 연루된 조 전 장관의 모친 박모(81·웅동학원 이사장)씨도 기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정 교수 및 조씨와 '공범'인 정 교수의 동생 정모 보나미시스템 상무를 비롯해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의 명목상 대표 이상훈(40)씨,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최모(54) 대표 등도 불구속기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개인용 PC 하드 교체를 도운 조 전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등도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픽] 조국 전 장관 가족 의혹 관련 일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기소 예상…뇌물 혐의 적용 여부 관심

조 전 장관은 ▲ 부인 더블유에프엠(WFM) 주식 차명투자 관여 ▲ 딸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수령 ▲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발급 ▲ 웅동학원 위장소송·채용비리 ▲ 사모펀드 운용현황보고서 허위 작성 ▲ 서울 방배동 자택 PC 증거인멸 등과 관련된 의혹을 받는다. 그는 세 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지만,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공소장에 담지 않은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도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해 공직자 재산신고 때 정 교수의 차명 주식투자 내역을 숨긴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 이외에 금융실명제법 위반, 증거은닉교사 등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사는 조 전 장관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적용 여부다. 검찰은 WFM 측이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향력을 기대하고 조 전 장관 부인인 정 교수에게 주식을 싸게 판 게 아닌지, 딸의 의전원 장학금에 뇌물 성격이 있는지 등을 따졌다.

검찰이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끝내도 조 전 장관을 향한 수사는 계속된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이다.

조 전 장관 기소 이후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공소유지 체제로 전환한다. '가족 비리'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정 교수의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을 두고 검찰과 재판부가 갈등을 빚는 등 재판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 사건의 병합 여부에 관심을 갖는다. 조 전 장관은 '가족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 기소되면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후 '감찰 무마' 의혹으로 추가 기소되면 유 전 부시장이 재판을 받는 서울동부지법에서도 재판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사건 병합을 통해 두 법원 중 한 곳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여러 곳에서 재판을 받는 것보다는 한 곳에서 받는 게 방어권 보장 등 차원에서 유리하다"면서도 "가족 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의 성격이 다른 점과 유 전 부시장이 이미 재판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1심은 두 갈래로 진행되고 2심에서는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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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총장 사표 조국 전 장관이 막았다"

윤창수 입력 2019.12.28. 10:26
               

[서울신문]

검찰공정수사촉구 특위 심규명 위원과 대화하는 박범계 의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박범계 의원이 심규명 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설훈 위원장은 “검찰공정수사특위는 현재 벌어지는 검찰 표적수사및 수사권남용 이를 통한 정치개입의혹 을 바로잡고 국민위한 검찰로 바로잡고, 검찰개혁 완수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2019.12.5/뉴스1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23회)인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최근의 검찰 수사 행태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7번째 발언자로 단상에 올라 찬성토론을 진행한 박 의원은 “마지막으로 제가 드리는 말씀은 윤 총장에 대한 얘기”라며 윤 총장을 향한 발언을 이어갔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의 과업을 윤 검사에게 맡겼다. 그리고 윤 총장은 ‘윤석열 표’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서운하다. 대단히 서운하다. 섭섭하다. 대단히 섭섭하다”고 말했다.

윤 총장을 ‘헌법주의자’라고 소개한 박 의원은 “과잉금지의 원칙과 비례성의 원칙은 윤 총장이 자주 얘기하는 헌법상의 원리”라며 “언제나 빼어들고 있는 수사의 칼. 눈도 귀도 없는 수사의 칼은 윤 총장이 신봉하는 헌법상의 원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칼이 칼집에서 울리듯이 있을 때 대한민국에서 부패를 저지르고자 하는 자, 대한민국에서 비리를 저지르고자 하는 자, 대한민국에서 부정을 저지르는 자들이 두려워할 것”이라며 “그것이 대한민국 검찰 조직의 사명이고, 윤 총장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윤 총장께서 신봉하는 헌법상의 원리와 헌법주의가 지금 구가하고 있는 수사가 진정으로 조화하고 있는 것인지, 한 번 가슴에 손을 얹고 되짚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여당 국회의원으로서가 아니라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검찰개혁을, 공수처를 내려놓지 않았던 제가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동기 윤 총장께 드리는 고언”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또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에게 박근혜 정부 당시 윤 총장의 검사직 사퇴를 막아줄 것을 부탁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흔들림 없이 수사하라’며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8월 윤 총장이 2019년 하반기 검사 전입신고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박 의원은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으로서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의 의사를 뿌리치고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했다”며 “그리고 그는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한 번의 좌천에 그치지 않고 대전고검으로 2차 좌천을 당했다. 보복성 징계였다”고 했다.

이어 “윤 총장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아는 저로서는 불 보듯 뻔하게 사표를 낼 것으로 예견됐다”면서 “그때 조국 서울대 법전원 교수(전 법무부 장관)가 저한테 전화가 왔다. 어떠한 경우에도 윤석열과 같은 좋은 검사가 사표를 내게 해선 안 된다는 당부와 부탁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의원은 “그래서 제가 페이스북에 (윤 총장의) 사표를 만료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고 얘기했더니, 조 교수는 이왕 쓰는 김에 정말 자세하고 단단하게 그리고 호소하듯 써주면 좋겠다고 간곡히 부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윤 검사가 사표를 절대로 내선 안 된다는 절절한 글을 ‘윤석열 형’으로 시작되는 문장을 만들어서 페이스북에 올렸다”며 “그것을 조 교수는 다시 리트윗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8시24분부터 토론을 시작한 박 의원은 오전 9시26분에 총 1시간 2분의 발언을 마무리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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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장 가격하며 '성희롱' 외친 이은재..與 "고발 검토"

정상훈 기자 입력 2019.12.28. 13:08
               
팔꿈치로 가격하며 "성희롱 하지 마라"
민주, 내일 최고위서 고발 여부 논의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37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개의를 위해 의장석으로 향하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막아서고 있다. 2019.12.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정상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전날(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가로막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국회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브리핑을 통해 "더 이상 국회에서 불법이 난무하는 후진적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당 차원의 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전날 오후 3시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이 의장석 진입을 시도하자, 의장석 주변에 '인간 띠'를 두르고 문 의장의 진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과 방호과 직원들 사이에선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의 경우, 의장석으로 진입하려 하는 문 의장을 팔꿈치로 가격한 뒤 '성희롱 하지 마라' '내 얼굴 만지지 마라' 라고 외치는 장면도 포착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이 같은 행위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법 제165조·166조·167조에는 '누구든지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 등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징역 7년 또는 2천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홍 수석대변인은 "한국당이 보인 폭력행위와 회의방해는 국회법을 모두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다중의 위력으로 의장석을 점거해 의장의 단상 진입을 막음으로써 회의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고, 폭력과 소란으로 회의 진행과 다른 의원의 발언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과 국회사무처는 어제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불법폭력 사태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관련된 증거자료 등을 철저히 확보해 고발 등 단호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의 본회의 진행방해에 대한 고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정국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고발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사무처 또한 현재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만큼, 현재로선 고발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sesang22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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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걸그룹 멤버 엄마, 소매치기 어린시절 딛고 100명의 자식 거두기까지

김지은 입력 2019.12.27. 09:02

               

[김지은의 ‘삶도’ 인터뷰] <47> AOA 찬미의 금수저 엄마 임천숙

17세 때 태어나 처음 들은 칭찬에 미용사 돼

20년간 미용실을 갈 곳 없는 청소년의 쉼터로

걸그룹 AOA 멤버 찬미의 ‘진짜 금수저 엄마’로 알려진 임천숙씨를 23일 경북 구미의 미용실에서 만났다. 그는 21년째 한 곳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다. 구미=박형기 인턴기자

불현듯 그에게 다가온 구원. “아이고마, 참 잘하네! 니는 평~생 미용해서 먹고 살 팔자 같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일하기 시작한 미용실 원장의 칭찬이었다. 이 한마디가 삭막하고 막막했던 열일곱 인생에 자존감과 자신감의 샘을 파주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들어본 긍정의 말이었다. 한마디의 힘을 그래서 깨닫게 됐다. ‘나도 나중에 절박한 이들에게 내 기술을 대가 없이 나눠야지.’ 미용실 원장은 그가 그때까지 만나보지 못한 선한 어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덟 살 때부터 한 살 터울 언니 손을 잡고 소매치기를 해야 했다. 돈을 벌기는커녕 술과 노름에 빠져 빚만 져온 아버지는 딸들을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으로 내몰았다. 시키는 대로 소매치기를 하지 않으면 자신이, 언니가, 엄마가, 남동생이 지긋지긋한 폭행에 시달려야 했다. 나쁜 일인 줄 알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린 그는 생각했다. ‘아,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어주면 좋겠다. 누구든 내 손을 잡고 끌어준다면 고아원이라도 따라갈 텐데.’ 간절한 바람과 달리 자매들에게 손을 뻗은 건 또 다른 악마였다. “힘들재? 나랑 쉬러 가자, 빵 줄게.” 달콤한 아저씨 말에 따라간 곳은 한적한 사무실. 언니에게 몹쓸 짓을 하려던 그 자를 밀쳐내고 자매는 죽도록 뛰어 도망쳐 나왔다.

열일곱 살에 만난 미용실 원장이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주는 어른의 한마디가 지닌 힘을 일찍이 깨달은 계기다. 그가 자식 셋뿐 아니라 100명이 훌쩍 넘는 아이들의 또 다른 엄마가 되어줄 수 있었던 이유다.

경북 구미시 황상동에 있는 임천숙(45) 원장의 미용실(‘천찬경 머리이야기’)은 오갈 데 없는 10대들의 오랜 쉼터다. 1999년 이 곳에 문을 연 즈음부터 그랬으니 벌써 20년이다. 집이 있지만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들, 부모 노릇에 손 놓은 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의 미용실을 찾았다. 더러운 얼굴을 씻기고, 엉망인 머리칼을 다듬어주고, 주린 배를 채워주고, 교복을 사 입히고, 그만두겠다는 학교로 손을 잡아 끌고 갔다. 아예 데리고 산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처음엔 “아줌마”라고 부르다가, 어느새 “이모”, 나중에는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라고 했다.

‘벌이가 좀 됐나 보네’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그는 아버지와 꼭 닮은 남편을 만나 수천만 원 빚까지 떠안고 이혼했다. 그가 가리키는 미용실 한편의 커튼 안이 살림집이었다. 좁은 방 두 개에 작은 부엌 하나가 딸렸다. 전체를 따져봐야 21평(69㎡) 남짓인 좁은 공간이지만 여기서 새 인생을 찾아 나간 아이들이 셀 수 없다. 여기는 ‘퀸덤’으로 다시 전성기를 맞은 아이돌 걸그룹 AOA의 찬미(23)씨가 자란 곳이기도 하다. 찬미씨는 임 원장의 둘째 딸이다.

임 원장의 미담이 슬금슬금 퍼지며, ‘찬미의 진짜 금수저 엄마’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임 원장은 손사래를 쳤다.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좀 그래요. 우리 애들한테 나는 한참 모자란 엄마거든요. 찬미한테 막내 맡기고 다른 미혼모 아이 뒷바라지 하러 다니기도 했으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요.”

채 150㎝가 안 되는 작은 키에 긴 머리를 한 소녀 같은 모두의 엄마, 임 원장을 23일 마주했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가 처음”이라며 쑥스럽게 미소 지었다.

◇딸들에게 소매치기 시킨 아버지

갈 곳 없는 청소년들에게 미용실을 쉼터로 내어준 그의 사연은 이미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그런 미담을 부각시키는 인터뷰는 그간 사양해왔다. 자신은 선한 사람이고, 청소년들은 말썽꾸러기로 대비되는 모습이 싫어서였다고 설명했다. 뒤로 보이는 커튼이 살림집의 입구다. 구미=박형기 인턴기자

-그간 인터뷰 요청이 많았을 텐데요.

“많이 거절했죠. 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제 인생을 말하는 거니까 다르다고 느꼈어요. 그간 나간 인터뷰 목록을 보고 ‘해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이런 인터뷰를 할 인물이 되나요? 다만, 그런 걱정이 들었죠. 하하.”

-딸들과 상의했다고 하셨잖아요. 반응이 어땠나요.

“저는 뭔가 큰 결정을 하기 전에 늘 딸들과 상의를 해요. 이번에도 단체 카카오톡(단톡방)으로 가족회의를 했죠. 큰애 경미(24)와 막내 혜미(16)는 ‘우와, 대박!’이라면서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찬미가 좀 걱정이 됐죠. 찬미 회사를 통해 제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제가 여러 번 거절했거든요. 그런데 찬미도 ‘먼 훗날 되새겨봤을 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면 하면 좋겠어’라고 하더군요.”

-미용실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제가 집안 형편 때문에 고1 때 자퇴를 했어요. 미용실은 그러니까 (우리나라 나이로) 열일곱 살 때 처음 가게 됐죠. 동네 아주머니가 ‘야야, 엄마 힘든데 용돈이라도 벌어야지. 나 따라와 봐라’해서 갔더니 미용실이더라고요. 그 해 7월부터 일했죠.”

-그 전에 미용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아니요. 일단 돈을 벌어야 하니 갔어요.”

-학교까지 그만둘 정도로 집이 어려웠나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 언니는 고2, 저는 고1, 남동생은 중2 때 모두 학교를 그만뒀어요.”

-빚이 많았나요.

“빚도 있었지만, 아버지 때문이죠.”

-아버지는 어떤 분이었나요?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음… 흔히 말해 집에서는 독불장군, 밖에선 호인이었죠. 술 좋아하시고, 노름도 좋아하시고. 제 기억에 딱히 직업이 없었어요. 제가 초등학교 1, 2학년 때부터는 아버지가 언니랑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안 좋은 일을 많이 시켰죠.”

-뭔가요?

“소매치기요. 언니와 제가 (소매치기를 해서) 뭔가를 안 가져가면 아버지한테 맞으니까 어쩔 수 없이 했는데, 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군가 어른이 나한테 손을 내밀어주면 그 손을 잡고 가고 싶다는. 그런데 아무도 잡아주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여덟 살이면 정말 어린 나이인데, 그런 일을 시켰다니요.

“여덟 살이면 어떤 사람 눈에는 아이지만, 어떤 사람 눈에는 뭔가를 시키면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거죠. 자기 자식이나 아이가 아니고요. 그러니 쉽게 원하는 걸 시키고 안 하면 화를 내고 때리는 거죠. 많이 맞았어요.”

-지워질 수 없는 기억이겠죠.

“잊힐 수 없죠. 그 기억 때문에 ‘나쁜 일’의 선이 그어진 것 같아요.”

-얼마나 견뎌야 했나요.

“2, 3년 정도요. 내가 안 하면 내 동생을 시키니까. 동생은 더 어리잖아요. 또 내가 안 하면 언니가 맞고, 동생이 맞으니까. 어머니도 참 좋은 분이기는 하지만, 어머니도 (아버지를)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죠. 어머니도 많이 맞았으니까. 어머니가 돈을 벌어오면 아버지는 갖고 나가요. 파출부, 청소, 분식집… 어머니도 안 해본 일이 없죠.”

-소매치기는 어떻게 끝냈나요.

“아버지가 교도소에 들어가면서요. 우리가 (소매치기를) 하다가 (경찰에) 걸렸거든요.”

-무서웠겠어요.

“그럼요. 지금도 형사들을 보면 제일 무서워요. 어른이 시켰으니 내 잘못은 아니라는 건 아는데,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고요. 그런데 제대로 말하기 전까지 집에 보내주지 않더라고요. 계속 마치 때릴 것처럼 윽박지르니 경찰서 한편의 의자에서 언니랑 이틀을 고민하다가 말을 했죠.”

-어떤 고민이었나요.

“언니랑 저랑 둘이 서로 쳐다보면서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죠. 사실대로 말하자니 아버지한테 맞아 죽을 것 같고, 말을 안 하자니 형사한테 맞을 것 같더라고요. 말을 하면서 ‘아버지한테 죽겠구나’ 했죠. 하지만 속은 시원했어요.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학교 대신 미용실로

인터뷰를 한 23일, 취직시험 면접을 보러 간다는 한 청년의 머리를 그가 매만지고 있다. 구미=박형기 인턴기자

그의 아버지는 1년 정도 복역한 뒤 나왔다. 출소해서도 별반 달라진 건 없었다. 때리는 것도 똑같았다. 그래도 소매치기는 시키지 않았다. 대신 남의 집에 가서 돈을 빌려오라고 내몰았다. 아버지가 노름으로 진 빚은 점점 불어났다. 어느 날 그의 언니가 아버지에게 대들어 크게 싸운 게 탈출의 계기였다. ‘이러다 일 나겠다’고 생각한 어머니가 아이들을 데리고 한밤에 대구를 떴다. 충북 제천까지 가 며칠을 지내다 다시 경북 상주시의 함창읍으로 왔다. 가내수공업으로 삼베 짜는 일을 하면 내어주는 문간방에서 네 식구가 살았다. 모두 돈을 벌어야 먹고 살 형편이니 학교는 다 그만둬야 했다. 그런 사정을 딱히 여긴 동네 아주머니가 그를 미용실에 소개시켜준 거다.

-따라가보니 어땠나요.

“원장님이 제 머리부터 다듬어주더라고요. 그때까지 집에서 어머니가 잘라줬거든요. 머리도 남자 아이처럼 짧았죠. 원장님이 ‘니 이름이 뭐꼬’ 하시기에 ‘천숙인데요’ 했더니 ‘천식이’로 알아들으신 거예요. 그 뒤로 저를 ‘식아’라고 부르셨죠. 처음부터 ‘식아, 이거 빨리 해봐라’라면서 쉽게 시켜주니 정말 고맙더라고요. 나처럼 어리고 작아도 뭔가를 배울 수 있구나 싶어서. 그 뒤로 시키는 건 정말 열심히 했죠. 롤(파마 마는 도구)을 씻고 파지(파마에 쓰는 종이)를 개어놓고 커피 타는 법도 배우고요. 3일을 일하고 나니 원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니는 어디서 일을 해봤나?’ 제가 ‘처음인데요’ 했더니, ‘니는 평생 미용해서 먹고 살 팔자 같다’면서 잘한다고 칭찬을 하시는 거예요. 진짜 내가 잘하는 줄 알고 미용 기술을 잘 배워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그 칭찬이 특별했나요.

“제가 초등학교 6년 동안만 12번이나 이사를 다녔어요.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죠. 그러니 공부를 잘할 리가 없잖아요. 전체가 70명이면 68등을 했어요. 그때는 공부를 못하면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바보야, 공부도 못하는 이 바보. 니가 뭘 할 줄 아노’ 했던 시절이죠. 하도 바보 소리를 들어서 저는 진짜 제가 바보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원장님이 참 잘한다고 하니까 이거 제대로 배워야지 싶었죠.”

-태어나서 처음 들은 칭찬이었나요.

“그렇죠.”

-월급도 받았나요.

“첫 월급이 5만원이었어요. 돈을 주시면서 원장님이 첫 월급으로 어머니 내복 사드리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때가 8월이었어요. 그래서 세 장이 든 엄마 팬티를 샀죠. 또 당시 저희 집에 시계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알람이 되는 탁상시계 2만 1,000원짜리를 샀더니 8,000원이 남더라고요. 그걸로 수박을 사서 가족이 다 같이 나눠먹었죠.”

-그 원장님은 잊을 수 없겠네요.

“그럼요.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요. 아직도 ‘식아’라고 부르세요. (미소) 이월순 원장님이죠. 연세가 76세이신데 아직도 미용실을 하세요. 한 자리에서 50년이 넘었죠. 나도 건강만 잘 관리하면 그렇게 할 수 있겠구나 싶어요. 저한테는 정말 힘이 되는 분이죠. 지금 생각하면 사람을 다룰 줄 아는 분이기도 했어요.”

-왜 그렇게 느꼈나요.

“제가 아침 7시에 사복을 입고 출근하는데, 맞은 편에서 다른 또래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를 향해 걸어오고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돈을 벌 수 있으니 미용실 출근길이 감사하고 좋아서 신나게 다녔는데, 서너 달 지나면서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 쪽으로 교복을 입은 애들이 오고 나는 사복을 입고 그 사이를 뚫고 출근하는 게 정말 창피했어요. 한동안 골목으로 숨어서 출근을 했죠. 그러다가 어느 날 원장님한테 말도 않고 안 나갔어요. 그리고는 동네 작은 다리 밑에 숨어서 하루 종일 있었죠.”

-무슨 생각을 했나요.

“아무 생각 없이 ‘시간아 빨리 가거라’ 했죠. 저녁 8시가 지나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는 다음날 출근했죠. 잘못을 했으니 너무 무섭더라고요. 일찌감치 미용실로 가서 빼꼼 안을 쳐다보니까 ‘식아, 빨리 들어온나(들어와라)’ 하시더라고요. 전날 결근했는데도 잘해주시더라고요. 죄송해서 더 열심히 일했죠.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해요. 결근했는데 더 잘해주니까 며칠 뒤에 또 안 나갔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도 잘해주시는 거예요. 며칠 뒤에 또 그랬죠. 그때는 엄청나게 혼났어요. ‘이런 식으로 하려면 관둬라. 이게 장난인 줄 아느냐. 한두 번이야 어린 마음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받아줬지만, 계속 그러려면 나가라’고 하셨죠. 관두라는 말이 너무나 무섭더라고요. 나가면 갈 곳이 없었거든요. 그걸 제가 잊고 있었던 거예요. 싹싹 빌었죠. 그때 생각했어요.”

-뭘요?

“미용 기술을 정말 제대로 배워서 나도 이걸로 먹고 살 수 있게 된다면, 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한테 내가 배운 만큼 돌려주겠다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여유 있거나 다른 선택지가 있거나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것 아니면 안 되는 절박한 사람들에게 돈 받지 않고 가르쳐 왔어요.”

-학교 가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였을 텐데요.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어머니한테 말했죠. ‘엄마, 나 학교 보내주면 안돼?’ 엄마가 돈 없어서 못 보내 준대요. 몇 달 있다가 또 물었죠. ‘엄마, 학교 보내주면 안돼?’ 그랬더니 ‘그래(그렇게) 가고 싶나’ 하시더라고요. ‘응, 너무 가고 싶어’ 했더니 엄마가 산업체 부설 학교란 데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회사에 다니면서 야간에 학교에 다니고 등록금은 회사에서 대주는 거죠. 숙식도 제공해주고요. 그래서 대구에 있는 산업체 부설 학교에 들어갔어요. 회사 다니면서도 주말에는 미용실에 가서 일을 계속 했죠. 미용사 자격증도 두 달 만에 땄어요. 산업체 부설 학교에 3년을 다니면서 받은 월급으로 적금을 부었죠. 졸업하면서 모은 돈 1,000만원을 엄마한테 드렸어요.”

그 시절로 돌아간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월급을 27만원 남짓 받았다니 거의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 돈이었을 테다.

“하나도 아깝지 않았어요. 엄마도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으니까. 1년 뒤에 그 중 500만원으로 저 결혼을 시키셨죠.”

◇갈 데 없는 아이들 쉼터가 된 미용실

그의 미용실을 쉼터 삼은 청소년들은 그를 보통 “이모”라고 부른다고 한다. 또 다른 엄마라는 뜻이니, 어떻게 보면 적절한 호칭이다. 구미=박형기 인턴기자

-왜 그렇게 일찍 결혼을 했나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 살 차이였어요. 그래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남자가 철 들고 가정 건사도 잘 할 줄 알았죠. 일찍 결혼하고 싶었던 이유가 또 있었어요. 어머니한테는 좀 미안한 말인데, 제가 열일곱 살 때 엄마가 재혼을 했는데 그때부터 집에 가도 편히 쉴 수가 없더라고요. 새 아버지가 좋은 분이고 잘해주셨지만요. 그래서 결혼을 일찍 하면 내 안식처가 생기지 않을까 했죠. 하지만 막내를 낳고 서류 정리를 했어요.”

-이유가 뭔가요.

“두 달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어떻게 보면 내 눈을 내가 찌른 격이죠. 엄마가 엄청 반대를 했거든요. 상견례 때는 아예 엄마가 밥도 안 먹고 돌아 앉아 계셨어요. 그때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았죠. 살아보니 아버지하고 똑같은 거예요.”

남편이 대출에, 사채까지 끌어다 쓰는 바람에 진 빚이 1억 2,000만원이나 됐다. 결혼한 이후 집에 월급을 가져다 준 적도 없었다. 술값에, 노름으로 돈을 탕진하고 빚에 빚을 진 결과였다. 집으로 사채업자들까지 찾아왔다. 한동안 아이들이 양복 입은 남자들만 보면 벌벌 떨 정도였다. 결국 빚을 7,000만원 떠안겠다고 하니 남편이 이혼에 합의했다. 양육권도 넘겨 받았다. 미용실을 하며 10년에 걸쳐 빚을 다 갚았다.

-그러면 막내를 가졌을 때 마음 고생을 엄청 심하게 했겠네요.

“6개월 간 임신한 줄을 몰랐어요. 화병 때문에 하혈을 하는 줄 알았죠. 병원에 가보니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고요. 초음파로도 아이가 안보였어요. 한의원에 가봐도 맥도 잡히지 않고요. 막내가 나한테 올 운명이었던 거죠. 예정일보다 25일을 일찍 태어났어요. 낳기 전날까지 일을 했어요.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했으니까요. 그때는 밤 12시에도, 새벽 1시에도 머리를 하고 싶다는 손님이 있으면 했어요. 애를 봐줄 사람이 없으니 시가로 새벽 2시까지 짐을 옮겨놓은 날 아이가 태어났어요. 이혼하기 전이었으니까요. 잠시 쪽잠을 자는데 양수가 터지더라고요. 그런데도 새벽 6시에 시어른들 밥해 드리고 첫째, 둘째 학교 전학 처리까지 했죠. 그랬더니 배가 아프더라고요. 아이 낳고 이틀 만에 퇴원해서 다시 일을 했어요. 아이는 미용실에 눕혀놓고요.”

-청소년들은 어떻게 이 미용실을 쉼터처럼 드나들게 됐나요.

“제가 처음 미용실을 열 때가 스물여섯이었거든요. 동네에선 어린 편이었죠. 젊은 미용사가 하니 머리도 세련되게 한다고 생각했는지 학생들이 많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청소년들이 많이 오니 대화를 잘 하고 싶어서 시에서 교육해주는 미술심리치료나 심리상담도 배웠죠.”

-왜 그렇게까지 하고 싶었나요.

“나도 힘들게 살아봤고, 나쁜 짓도 해봤잖아요. 잘 곳이 없어서 한겨울에 논바닥에 쌓아놓은 짚을 파헤치고 구멍 안에 들어가 자보기도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 논두렁 물로 세수하고요. 사람이 먹을 것, 잘 곳이 없으면 자기도 모르게 나쁜 짓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요. 그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손님 애들’이 있다면 최소한의 도움만 줘도 나쁜 마음은 안 먹을 거예요. 먹을 게 없으면 다른 애들 돈을 빼앗아서라도 먹고 싶은 게 사람 심리거든요. 하지만 배부르고 등 따시면(따뜻하면) 그런 생각을 안 하죠.”

-‘손님 애들’이요?

“네, 호칭이에요. 손님이지만, 손님이 아니면서 아이들이니까요. 지금은 서른 살이 된 아이도 있으니 아이라고 하면 안 되지만. 하하.”

-힘든 환경에 있다는 게 감지가 되던가요.

“그럼요. 기억에 남는 손님 애들 중에 둘째랑 동갑인 아이가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우리집에 왔죠. 들어오는데 정말 얼굴이고 옷이고 때가 가득이더라고요. 머리를 하러 온 것도 아닌 듯하고요. ‘니 세수 좀 하자. 잘 생긴 얼굴로 이래(이렇게) 다니면 쓰겠나’ 해서 화장실로 데려갔더니 처음 본 저한테 이렇게 얼굴을 대주더라고요. 씻긴 뒤에 밥 먹고 가라고 라면을 끓여줬죠.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파요. 그런 식으로 한두 명이 오다 보니 아이들 입을 탔나 봐요. 자기들끼리 갈 곳이 없으면 ‘이모집에 가자’하면서 오는 거죠. 그러다가 친구의 친구도 오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됐어요.”

아이들은 미용실에서 간식도 먹고, 잠을 자기도 하고, 밥도 먹었다. 데리고 사는 아이들도 있었다. 생일엔 아이들에게 미역국도 끓여줬다. 명 길게 살라고 생일상엔 꼭 잡채를 올렸다.

◇또 다른 엄마가 되어 주다

그는 지금이 가장 좋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도 없다고 했다. 그만큼 후회없이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일 거다. 구미=박형기 인턴기자

-손님 애들한테는 이곳이 미용실이 아니었겠네요. 뭐라고 여기고 왔을까요.

“엄마이지 않을까요. 엄마가 있기는 한데 엄마가 없는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아이들이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 하는데 바로 ‘어’ 하지를 못 하겠더라고요. 그러면 정말 내가 내 자식으로 생각하고 건사해야 하는 거잖아요. 잘못을 했으면 때려서라도 가르치고요. 한번은 한 아이가 엄마라고 불러도 되냐고 하기에 며칠을 고민하다가 그러라고 했지요. 얘를 진짜 장가 보내 좋은 가정 꾸릴 때까지 책임질 생각이었죠. 저도 유독스레(각별하게) 챙겼고요. 그런데 한번은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기에 들고 있던 머리 빗으로 때렸더니 욕을 하면서 나가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내가 엄마는 될 수 없다는 걸요.”

-그런데 형편도 안 좋을 때 그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먹이고 입혔나요.

“(이혼) 서류 정리한 뒤에 모자 가정 지원을 신청했어요. 그랬더니 한 달에 쌀 20㎏이 (정부에서) 나오더라고요. 얼마나 좋던지. 또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쌀 중에서 남은 건 반값 이하로 팔아요. 라면도 그렇고요. 그런 쌀과 라면을 사다가 충당했죠. 방법은 다 찾으면 있어요!”

그의 눈이 반짝였다.

-힘들진 않았고요?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봐요. 나는 어른이고 돈을 벌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당연하게 여겼죠. 내 자식만 잘 키우면 무슨 소용이에요. 내 자식이 귀한 만큼 남의 자식도 잘 되면 좋잖아요. 그러면 좋은 에너지가 퍼질 거고요.”

-딸 셋과 함께 지내야 했는데 걱정은 안 되던가요.

“하나도요. 아무리 밖에서 나쁜 짓을 한 놈이라고 해도 내 집에서 믿음을 주면 나는 내가 보이는 대로 아이를 믿었어요. 저도 어릴 때 나쁜 행동을 어쩔 수 없이 했지만, 어느 날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생겼거든요. 이 사람한테만큼은 내가 어떻게 살았든 바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진실되게 행동하는 거죠. 이 손님 애들한테는 내가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를 공유해야 했던 딸들의 불평은 없었나요.

“언젠가 첫째랑 둘째가 그러더라고요. ‘엄마, 엄마는 언니, 오빠들 엄마야, (아니면) 우리 엄마야?’ 제가 ‘너희 엄마지’ 하고 나니 밖에 있던 손님 애들한테 미안해지더라고요. 아이들이 양손에 음식을 들고 먹는 버릇이 생긴 적도 있어요. 내려놓고 먹으라고 하니까 ‘언니, 오빠들이 언제 먹을지 모르잖아’ 하더라고요. 미용실 한 편에 딸린 방, 게다가 늘 북적북적하니까 집 같은 집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을 거예요. 다른 친구들의 집을 많이 부러워했으니까요.”

-손님 애들 중에는 아무리 잘해줘도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겠죠.

“그렇죠. 지금 들어가 있는 아이도 있고요.”

-어디에요, 교도소요?

“네, 정말 제가 공을 많이 들였던 아이죠. 중학교도 가지 않으려는 걸 손목 붙잡고 교복 사 입혀 입학시켰지만 고등학교도 안 갔죠. 그 뒤에도 경찰서에 조사 받으러 왔다 갔다 하고 재판 받으러 다니고…. 아까 세수 시켜줬다는 그 아이예요. 정말 정이 많이 가서 아들로 키우고 싶을 정도였죠.”

-그 아이는 왜 그렇게 됐을까요.

“환경 탓이죠. 엄마는 제대로 아들을 제어할 능력이 없고 주위 사람들은 그쪽 세계(조직폭력배) 생활을 하고요. 처음 배운 재주가 (남의) 차 문 따는 거였고요.”

또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래도 잘 커서 미용실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저처럼 살고 싶다면서 대학 들어가 봉사동아리 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그렇게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손님 애들이 얼마나 되나요.

“100명 정도 될 거예요.”

-그럼 그간 쉼터 삼아 미용실을 거쳐간 손님 애들이 대략 몇 명쯤 될까요.

“한 200, 300명은 되지 않을까요.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우울의 늪에서 찬미를 건져내기까지

그의 미용실 곳곳에는 찬미씨의 사진이 붙어 있다. 팬들도 미용실에 찾아와 선물을 두고 가기도 한다. 그는 “팬들이 있기에 딸이 존재한다”며 “정말 고맙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구미=박형기 인턴기자

화제의 아이돌 걸그룹 AOA의 멤버 찬미씨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가 찬미씨죠. 데뷔를 어떻게 하게 됐나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춤을 배웠어요. 에너지가 많은 아이들은 몸을 움직이는 걸 가르치면 좋다고 해서요. 구미에 재즈댄스 학원이 있어서 보냈죠. 처음엔 남들은 한 달이면 춤 하나를 다 배우는데 찬미는 두 달이 걸리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재미있었나 봐요. 발목을 다쳐서 어차피 춤을 추지도 못하는데 가서 구경을 하더라고요. 보기만 해도 좋다면서. 그렇게 꾸준히 2년을 하니까 남들보다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울산 현대모비스 어린이 치어리더단을 했는데 우연히 스포츠신문에 크게 나면서 ‘TV는 사랑을 싣고’ 같은 프로그램에서 어린이 재연 배우도 하고 홈쇼핑 채널에도 출연했죠. 당시 JYP, SM, FNC, 큐브 이런 엔터테인먼트 회사 일곱 군데에서 연락도 왔어요. 어차피 서울에 갈 일이 있어서 JYP와 FNC 미팅 약속을 잡아뒀는데 FNC로 갔죠. 큰 아이의 권유였어요. ‘FNC에 걸그룹이 없으니 혹시 아느냐’는. 갔더니 40, 50명 정도가 대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잘 봤으니 다 돌아가라더니 저랑 찬미한테는 남으래요. 몇 명 더 만나고 나니 그날 계약을 하자기에 사기인 줄 알고 그 길로 다시 구미로 내려왔죠. 둘째는 그 사이에 벌써 꿈에 부풀어 있고요. FNC에서 두 달 동안 연락을 해왔어요. 이제부터 저희가 잘 키울 테니 믿고 보내달라고요.”

-열다섯 살 때인데요.

“맞아요. 처음에는 몇 달 있다가 내려올 줄 알았어요. 내 딸이 연예인이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죠. 다만 둘째가 춤을 정말 좋아하고 더 배우고 싶어하는데 제가 가르치는 데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더 큰 곳에서 더 좋은 선생님한테 배우게 하고 싶은데 그러질 못했죠. 비싼 과외를 받게 한다는 생각으로 올려 보낸 거예요.”

-연습생 생활이 보통 힘든 게 아닌데 그걸 견뎠네요.

“찬미가 그러더라고요. 그때가 자기한테 오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고요. 무조건 버텨서 끝장을 보자고 결심했대요. 데뷔하기까지 연습생끼리 계속 배틀을 붙여서 살아남는 사람을 데뷔시키거든요. 테스트할 때도 춤, 보컬, 랩은 기본이고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 내야 했어요. 또 패션 잡지를 주면서 자기 코디를 어떻게 할 건지 스크랩해서 제출하라기도 하고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연습생 중에서도 동영상을 찍어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은 제외하는 과정을 거치더라고요. 그런데 그 1년의 과정에서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올라가더라고요. 그러더니 어느 날 ‘엄마, 나 데뷔조래’ 하더라고요.”

1년 2개월 만인 2012년 7월 찬미씨는 AOA로 데뷔했다.

오래된 앨범 속 찬미 어린이. 구미=박형기 인턴기자

-처음 TV에서 찬미씨를 보고 어땠나요.

“친정 엄마랑 함께 울었어요. 보통 수년에 걸쳐서 준비하는 걸 1년 만에 압축해서 했으니 얼마나 고생을 했겠어요. 연습생 시절에 제가 거의 매일 구미에서 서울까지 기차로 출퇴근 했죠. 밤에 미용실 마치면 막차로 올라가서 아이 나가는 거 보고 아침 기차로 내려왔어요. 그러니 애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죠. 처음엔 서울에 살 집 보증금을 구하지 못해서 친정 엄마가 전세 집을 빼서 서울로 올라가서 함께 지내셨어요. 대신 제가 생활비와 월세를 대고요.”

-그 힘든 과정을 거쳐 데뷔했으니 이제 꽃길일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요.

“데뷔하고도 수입이 없었어요. 5년 만에 처음으로 정산(손익분기점을 넘을 때 이뤄지는 수익 분배)을 받았죠. 데뷔 4년째인 2016년 첫 정산을 받았다고 알려지기도 했는데, 그건 엄밀히 말해 제대로 된 정산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찬미는 데뷔하고 3년쯤 됐을 때 우울증을 심하게 앓기도 했죠.”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어요.

“어느 날 오후 4시쯤 찬미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찬미가 아침부터 없어졌다고요. 그때 회사에서 못쓰게 해서 찬미가 휴대폰도 없었거든요. 아이패드로 이메일만 주고 받았어요. 이메일을 넣으니 답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미용실 일을 황급히 정리하고 기차로 서울에 올라가서 다시 이메일을 보냈죠. 만나서 밥 먹었냐고 물으니 안 먹었대요. 데리고 식당에 가는데 한 숟가락도 안 먹더라고요. 같이 모텔 가서 자고 다음 날 한강에 가서 있었어요. 그때까지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았죠. 사흘째 찬미가 그러더라고요. 아무리 노력해도 올라갈 수 없고, 이제는 내려가는 것 밖에는 안 보인다고요. 회사를 나오고 싶다고. 그런데 위약금이 투자 금액의 3배였어요. 수십억 원이죠. 당장 이것 저것 다 끌어 모아도 2,000만원뿐이더라고요. 그래도 찬미한테 죽을 만큼 싫으면 나오라고 했어요. 어떻게든 엄마가 책임지겠다고. 그랬더니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지’ 하면서 다시 들어간다더군요.”

-그 뒤로는 어떻게 됐나요.

“제가 너무 불안하고 무섭더라고요. 숙소가 아파트 9층이었는데 뛰어내리면 어쩌나 너무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매일 서울로 제가 기차로 올라갔어요. 일 마치면 밤 기차 네 시간 타고 올라가서 찬미 보고 아침 기차로 내려와서 미용실을 열었죠. 찬미가 두 달간 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하지 않더라고요. 보통 새벽 4시나 6시에 숙소를 나서는데,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나갔죠. 두 달을 매일 서울로 그렇게 다니니까 제가 살이 36㎏까지 빠졌어요. 인플루엔자에 걸려서 어느 날 쌍코피가 터지더라고요. 그걸 보더니 둘째가 ‘엄마, 나 이제 괜찮아’ 하더라고요.”

-그때 어떠셨어요.

“‘아, 이제 찬미가 살겠구나. 다행이다’ 싶었어요. 찬미가 나중에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때는 몰랐다고.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떠보니까 자기 앞에서 엄마가 죽겠더래요. 그제야 보이더래요.”

◇그가 누구든 ‘사람 대 사람’으로

화제가 된 AOA의 ‘너나 해’ 무대. AOA 멤버들은 수트를, 남성 댄서들은 하이힐에 코르셋 같은 의상으로 무대에 섰다. 임천숙씨는 막내 딸이 “이 무대 대박인데”라고 감탄하자, “대박은 뭐가 대박이고, 남자처럼 시커멓게 입고 나와서”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공연은 진짜 대박이 났다. Mnet 제공

AOA는 데뷔 7년 만에 다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8~10월까지 방영된 걸그룹 컴백 경연 프로그램 ‘퀸덤’ 덕분이다. AOA는 걸그룹의 고정관념을 뒤엎은 ‘너나 해’ 무대로 호평을 받았다. 코르셋 대신 검정 수트를 입고 무대를 휘저으며 외쳤다.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나는 나무다).” 남성 댄서의 보깅 댄스(게이나 여장 남자들의 춤)는 곧 미러링(성별을 바꿔 보여주기)이었다.

-최근 ‘퀸덤’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죠.

“그 프로그램 시작할 때 둘째가 크게 기대는 하지 말라고 그러더라고요. 그 전에도 그런 경연 프로그램에 나간 적이 있는데 잘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퀸덤’이 정말 잘돼서 천만다행이에요. AOA가 최근 3년 동안은 일이 거의 없었거든요. 바닥을 쳤죠. 그런데 찬미가 ‘퀸덤’으로 6개월 동안 하루도 못 쉬었다고 하면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처럼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자녀들이 어떻게 살았으면 하나요.

“보통 꿈이 뭐냐고 물을 때는 초ㆍ중ㆍ고부터 대학까지 마치고 나서 어떤 직업으로 돈을 벌면서 살겠느냐는 뜻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미용실만 차리면 떼돈을 벌 줄 알았어요. 하하. 그런데 그간 남들보다 못 벌지 않았는데도 돈이 없네요. 돈을 좇아서 가도 내 돈이 안 되더라고요. 내가 정말 좋아서 재미있게 무언가를 할 때 내 등 뒤에 따라오는 돈만 내 돈이구나 싶어요. 경미(큰 딸), 찬미도 어려운 시절을 많이 겪어서 돈에 집착이 강해요. 하지만 저는 그러죠. 돈을 따라가면 절대 내 돈이 되지 않는다고요. 즐겁게 재미있게 일하다 문득 뒤돌아보니 와 있는 돈이 내 것이라고요. 그리고 몸과 마음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해요. 큰애도 서울에서 대학 다니면서 돈을 벌거든요. 두 아이가 떨어져있으니까 혹시나 몸과 마음이 다칠까 봐 그게 걱정이 돼요. 몸이 힘들어서 좀 다쳐도 정신이 건강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까 항상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좋겠다는 말을 그래서 누누이 해요.”

-그렇게 사셨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남들보다 돈이 좀 없어요. 하하. 아직도 여기서 월세로 사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다 보니 그렇죠. 하지만 그래서 재미있게 살고 있어요. 지금 딱 이렇게 사는 게 정말 좋아요. 빚도 다 갚았고, 5,000원짜리 티셔츠라도 내 맘대로 사 입을 수 있고요. 과거로 돌아가라면 절대 가고 싶지 않아요. 다시 젊어질 기회를 준다고 해도 그때만큼 열심히 살 자신이 없으니까요. 지금이 행복해요.”

-앞으로 남은 인생의 꿈이 있나요.

“교도소 봉사를 오래 했어요. 재소자와 펜팔도 하고요. 재소자들이 출소해서 사회에 적응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걸 잘 알죠. 잘못을 해서 들어갔지만, 나와서는 자리를 잡고 잘 살아야 하잖아요. 그래야 내 가족도 안전하게 살 수 있죠. 잘 적응하려면 일이 필요한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기술이 없으면 또 잘못을 저지르게 돼요. 그런데 미용 기술을 배워두면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재소자들에게 미용 기술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싶은데 법규상 가위를 갖고 배울 수가 없대요. 무기가 될 수 있어서. 지금 교도소 안에서 하는 미용 교육은 가위를 사용하지 않는 기술인 듯해요. 그래서 나중에 나이 들어 방법만 찾는다면, 교도소에 들어가 살면서라도 사회에 나와 써먹을 수 있는 미용 기술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싶어요.”

열일곱 살 가위를 처음 잡았을 때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이 기술을 나누며 살겠다고 다짐한 결심의 연장선인 셈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지키려고 해온 삶의 도가 뭔지 궁금해요.

“저의 롤모델이 있어요. ‘지란지교를 꿈꾸며’(유안진)라는 시예요.”

그가 바로 옆 책장에서 낡은 책을 꺼내왔다. 한눈에 봐도 여러 번 읽은 흔적이 뚜렷했다. 읽을 때마다 날짜와 이름을 적어 놓기도 하고, 형광펜으로 밑줄도 그어져 있었다.

“처음 미용실에서 일하던 열일곱 살에 저보다 한 살 많은 오빠가 이 시를 적어서 줬어요. 저를 좋아했나 봐요. (미소) 이렇게 큰 도화지에 이현세의 만화 ‘까치’를 본 따 그림을 그리고 한쪽에 이 시를 적어서 줬어요. 보는데 촛불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 시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보다 품위 있게, 군밤을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 때는 백작보다 우아해지리라” 같은 구절을 읊었다.

“우리 손님 애들을 대할 때도 아이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려고 노력했죠. 여자든, 남자든, 나이가 몇 살이든, 직업이 뭐든요. 어릴 때 제가 일한 미용실 원장님께 느낀 것도 그거였거든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월순 원장님은 인생에서 어떤 존재였나요.

“저희 엄마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때 제게는 엄마 같은 느낌이었죠.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따뜻함도 강함도 배웠어요.”

인터뷰 내내 풍겼던 향기의 정체를 알았다.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芝蘭)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모든 걸 말라 죽일 듯한 척박한 삶에서, 임천숙이라는 난초의 싹을 틔우려 물을 준 이가 있었고, 꽃을 피워낸 그가 다른 지란을 북돋고 있다. 그렇게 향기를 퍼뜨리며 사는 그에게 이 시는 목표도, 미래도, 꿈도 아닌 현재 그 자체다. 들풀 같은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어디서도 맡을 수 없는 인생의 향기에 취했다.

그는 ‘손님 애들’에게 종종 자신의 과거 얘기를 해준다고 한다. ‘거봐, 그런데 나도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 너희도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구미=박형기 인턴기자

김지은 논설위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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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윤석열, 공수처법 듣고 대노? 본인이 왕인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9.12.27. 09:39 수정 2019.12.27. 10:09

                          
      
조국 영장 기각은 당연, 다툼 여지 커
죄질 나빠? 영장재판은 적부만 판단해야
공수처 범죄 통보조항, 정보공유는 당연
세월호 특조위원으로 공수처? 마타도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 개정안이 오늘 본회의에 부쳐집니다.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이죠. 그리고 나면 공수처 법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역시 공수처 법안에 대해서도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를 실시할 거라고 하는데요.

여러분 공수처 법안 최종안 알고 계세요? 사실 그동안 선거법 개정안에 우리가 집중하느라 공수처 법안은 단일안으로, 최종안으로 뭐가 어떻게 나왔는지 잘 모릅니다, 헷갈립니다. 그리고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우려는 뭔지, 오늘 좀 꼼꼼하게 짚어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스튜디오에 나와주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김종민>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공수처 법안 얘기하기 전에 조국 전 장관 소식부터 짚고 가죠. 구속 영장 기각은 뭐 예상하셨습니까?

◆ 김종민> 그렇죠. 영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어요.

◇ 김현정> 거의 없다고까지 보셨어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셨습니까?

◆ 김종민> 일단은 다툼의 여지가 큰 사안이고요.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 핵심은 박형철 전 비서관과 조국 당시 수석과의 진술의 차이거든요. 그걸 가지고 어떻게 판단할 건지만 판단하면 돼요. 그래서 그 문제는 무슨 증거 인멸이나 이런 이유라는 게 좀 사실이 아닌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합리적인 영장 재판을 하면 기각될 거다. 이렇게 판단을 했죠.

◇ 김현정>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그런데 법원이 덧붙인 말이 있습니다.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기각을 한다. 하지만 범죄 혐의가 소명이 됐다’라는 말을 덧붙였단 말입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봐야 됩니까?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

◆ 김종민> 그러니까 이게 법률 용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약간 오해를 하는데요. 영장 재판이라고 하는 것은 기소, 그러니까 수사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건데 수사할 가치가 있다고 해서 이 사람이 유죄인 건 아니죠. 수사를 해서 재판을 받아봐야 유무죄가 판단되는 거 아닙니까?

◇ 김현정> 그렇죠.

◆ 김종민> 대개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하는 것은 ‘수사는 해 봐야 되겠다, 의심의 여지가 있다.’ 이런 정도의 수준이라고 봐야 됩니다.

◇ 김현정> 범죄 혐의가 소명이 됐다는 얘기는 ‘범죄가 있다, 유죄다’가 아니라 범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수사할...

◆ 김종민> 수사할 필요는 있겠다. 그건 검찰이 증명을 한 거죠.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사람 진술이 이렇고 이 사람 진술이 이래서 이거 수사를 해 봐야 되겠습니다’

◇ 김현정> 그거는 오케이 맞다.

◆ 김종민> 그랬더니 법원은 ‘그거 수사할 가치가 있다. 그런데 구속하면서까지 수사하기에는 이 사람이 도망갈 사람도 아니고 또 증거 인멸도 없고 더군다나 부인이 구속돼 있는데 부부를 구속할 정도로 이 사안이 그렇게 중대한 대역죄냐?’ 이러한 차원에서 판사가 판단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 정확하게 명시된 부분을 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보도가 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 김종민> 그거 한번 읽어주세요.

◇ 김현정> 그 부분이 뭐냐 하면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 기관에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라고 판사가 명시를 했어요. 이걸 가지고 한마디로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법원이 본 거다. 이렇게들 지금 해석들이 나오고 있더군요.

◆ 김종민> 지금 우리나라 법원이고 검찰이고 법을 지켜야 됩니다. 영장 재판은 본 건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게 아닙니다. 유무죄인지를 판단하는 게 아니에요. 영장 재판에 있는 자료 정도 가지고 어떻게 유무죄를 판단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본건 심판이 뭐가 필요가 있겠습니까? 영장 재판이라고 하는 건 영장의 적부만 판단하는 거거든요.

◇ 김현정> 구속의 적부만.

◆ 김종민> 그래서 ‘이 사건이 감찰 중단이다’라고 하는 규정 자체가 판사가 내릴 사안이 아니에요. 감찰 중단이라고 하는 건 검찰의 주장입니다. 그러면 피의자인 조국 피의자는 감찰 중단이 아닙니다. 감찰은 3차에 걸쳐서 했고 두 달에 걸친 감찰 결과 어떻게 처리할 건지에 대한 수석의 판단만 남은 것이었다.

만약에 이게 감찰 중단이었으면 핵심 피의자는 박형철 비서관입니다. 감찰 책임자는 박형철 씨거든요. 감찰 중단했다면 누구 지시에 의해 했건 부당한 위법 지시를 받아들인 그 감찰 책임자가 사실은 주범이 돼야 되는 거예요. 그리고 조국 수석이 그걸 지시했다면 같이 둘이 정범이 되겠죠. 이건 감찰 중단 사건이 아니라 감찰이 진행이 됐는데 감찰이 더 이상 진행되기가 어려워요, 강제 수사를 못하니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 김현정> 그 당시까지로는 거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말씀이죠.

◆ 김종민> 그렇죠. 그렇게 주장하고 있잖아요, 지금.

◇ 김현정> ‘그럼 왜 수사 의뢰는 안 했는가. 이게 덮어주려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들을 지금 검찰은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김종민> 그건 판단의 문제 아닙니까? 수사 의뢰를 할지, 아니면 금융위에 통보해서 옷을 벗길지 이 둘에 대한 판단인데요. 지금 조국 수석 얘기는 그 당시에 밝혀진 내용이 골프채를 받았다든가 아니면 골프텔을 무상으로 이용했다든가 하는 수백만 원 정도의 대접을 받은 건데 그걸 가지고 수사 의뢰하기에는 좀 사안이 맞지가 않을 것 같아서 옷을 벗기는 걸로 금융위에 통보를 했다는 거죠.

◇ 김현정> 그게 정무적 판단이다라는 거죠.

◆ 김종민> 그러니까 이 판단이 적절한지를 이제 앞으로 유무죄를 다투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5000만 원이라고 하는 뇌물. 여러 가지 사건들이 수사에서 나온 뇌물까지를 포함해서 이럼에도 불구하고 수사 의뢰를 안 했다. 이렇게 자꾸 보니까 부당하다 또는 직권 남용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그건 제가 보기에 결과론이고요. 그 당시에 나온 사실이 정확히 뭐냐? 저는 알 수 없습니다마는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그 당시에 판단할 때 나온 사실. 이 사실이 어떤 거였으며 그 사실을 놓고 그런 판단을 한 게 적합했느냐? 이건 재판에서 다퉈야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사실 오늘 이 문제 때문에 모신 건 아니었고요. 선거법 개정안 뒤에 또 상정이 될 공수처 법안. 이게 궁금해서 오늘 모셨어요. 김 의원님, 4+1 협의체에서 최종적으로 나온 안의 요점을 제가 한번 정리해 볼게요. 맞는지 틀린지 봐주십시오.

첫째,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곳이다. 그 고위 공직자에는 대통령부터 장차관, 판검사, 경찰 고위직, 국회의원까지 들어간다. 이거 헷갈리는 분들 많으시던데 국회의원도 수사 대상에 들어가죠?

◆ 김종민> 당연히 들어갑니다.

◇ 김현정> 둘째, 공수처의 수사권하고 영장 청구권은 같고 기소권이 문제였습니다. ‘수사 대상에 대해 다 기소권을 가질 것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하다 결국은 판사, 검사, 경찰 고위직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는 것으로 정리가 됐네요. 이거 기소권 더 줘야 되는 건 아닙니까?

◆ 김종민> 원래 야당과 우리 여당과의 가장 큰 쟁점 중에 하나가 ‘수사, 기소를 분리하는 게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의 방향 아니겠냐? 그래서 공수처를 검찰에 대한 견제 기구의 의미로 신설하는 건데 공수처에 수사, 기소권을 다 주게 되면 수사, 기소가 권한이 남용될 수 있지 않냐?’ 이게 쟁점이었어요.

그래서 수사, 기소를 분리하자고 검토를 한번 해 봤는데 분리를 하게 됐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게 검찰이에요. 검찰 관련된 수사를 했는데, 기소는 검찰에 맡겨요. 그럼 검찰이 또 이걸 제 식구 감싸기로 해서 봐주면 어떡하냐? 이게 마지막 쟁점이었어요. 그래서 ‘검찰만 공수처가 기소를 하자.’라고 했는데 검찰만 따로 기소한다는 게 좀 맞지가 않고 대개 보면 검찰의 업무라고 하는 게 판사나 경찰하고...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공수처법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창원기자
◇ 김현정> 연결이 돼 있죠.

◆ 김종민> 대개 사법 내지는 준사법 행위가 연결돼 있으니 이 사법, 준사법 행위와 관련돼 있는 대상자들. 판사, 검사, 경찰은 여기에 대해서는 기소권을 주도록 하자.

◇ 김현정> 그렇게 해서 판검사, 경찰 고위직까지만 기소권을 갖는 것으로 공수처가 정리가 됐군요. 셋째,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입니다. 공수처장 임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부분은 어떻게 정리가 됐는가 봤더니요. 결국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에 법무장관 들어가고요. 법원행정처장 들어가고요. 대한변협 회장 들어가고 여당 추천 둘, 야당 추천 둘 들어갑니다. 그중에 5분의 4가 동의한 사람 2명을 후보로 올리면 그중에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것. 이렇게 결론이 됐군요.

그리고 네 번째, 공수처 인원은 검사 25명 내, 수사관 40명 내로 한다. 이거 너무 적은 거 아니에요?

◆ 김종민> 적죠.

◇ 김현정> 적죠? 이 정도면 그냥 첩보 기능 정도만 머무르는 것 아닙니까? 왜냐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2개 정도 크기인데.

◆ 김종민> 일단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논쟁이 있었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공수처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인원을 좀 늘리자고 하는 주장이 꽤 있었죠. 그런데 그렇게 됐을 때 야당은 ‘공수처가 공룡 조직이 될 수 있다. 공수처에 대한 우려가 계속 있는 거 아니냐?’라고 그래서 야당과의 협의 내지는 야당이 수용 가능한 안을 만들기 위해서 줄인 거죠.

◇ 김현정> 그러다 보니까.

◆ 김종민> 줄였는데 그러면 제 기능을 못하지 않느냐라는 우려가 또 있지 않겠습니까? 이 점에 대해서는 일단 출발 단계에서는 공수처가 존재 자체로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경고 효과가 있는 겁니다. 실제 수사를 많이 하는 건 대한민국에서 좋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이 수사 사안이 많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목적으로 만든 거지 수사를 많이 하라고 만든 게 아니에요.

◇ 김현정> 그러면 ‘일단 첫발부터 떼자’ 이 정도 느낌인 거군요. 여기까지가 공수처 법안의 골자고요, 여러분. 4+1 최종안이 알려지면서 새롭게 논란이 떠오른 부분을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뭔고 하니 어제 검찰이 크게 반발을 했고 특히 윤석렬 총장이 이 사실을 알고 대노했다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부분이 뭔고 하니.

수사 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하고 수사 들어갈 그 무렵, 인지만 했을 때도 그 사실을 공수처에 통보해야 된다라는 부분이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아니, 범죄 사실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도 아니고 그냥 인지하는 단계부터 보고를 하라는 건 어떤 수사를 할지 말지를 공수처가 입맛대로 정하겠다는 것 아니냐? 입맛에 안 맞는 수사는 싹부터 자르겠다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이 나옵니다. 어떻습니까?

◆ 김종민> 일단 그 문제 말씀드리기 전에 ‘대노했다’라고 하는 표현이 보도에 몇 군데 나와요.

◇ 김현정> 나오더라고요.

◆ 김종민> 저는 우리 대검에 있는 윤 총장 참모들이 정말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표현이 아마 검찰 누군가에 의해서 비공식적으로 나왔겠죠. 그리고 기자들이 받아쓴 거 아니겠어요? 혹시라도 안 나왔다면 기자들이 이걸 받아쓰는 관행과 분위기가 있는 겁니다. 정말 잘못된 겁니다.

지금 어떤 식이든지 아니, 개인적으로 무슨 서로 감정싸움이 생겨서 대노했다. 그건 있을 수 있는데 국회의 입법 과정에 대해서 그게 불만이 있다고 누군가가 대노할 권한은 옛날에 왕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민주공화국 이전에 왕이나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용어를 서슴지 않고 쓰고.

(CG제공=연합뉴스)
◇ 김현정> 만약 검찰 참모가 이런 말했다고 그러면 큰일 날.

◆ 김종민> 받아쓰기도 하고 또 언론은 이걸 대단한 팩트인 것처럼 쓰는데 이건 팩트가 아니에요. 만약에 대노했고 대노했다는 것을 기사화하려고 노력했다면 그건 기본적으로 헌법 정신에서 아주 벗어난 겁니다.

◇ 김현정> 그 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시고.

◆ 김종민> 그래서 그건 제가 좀 말씀을 드렸으면 좋겠고요. 일단 지금 크게 보면 검찰이 세 가지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요. 검찰이 아니고 대검이죠. 대검에서 제기를 하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지금 말씀하신 ‘과잉 수사나 부실 수사 혹은 청와대나 여당으로 수사 정보가 공유될 수 있다.’

◇ 김현정> ‘인지 단계에서부터 보고를 해버리면 이건 할지 말지를 공수처가 마음대로 재단하겠다는 뜻 아니냐?’ 이거 하나랑 그다음에 ‘정보가 샐 거다. 청와대, 여당, 국회의원들한테 새게 되면 그때부터는 인지 수사가 어렵다.’는 건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종민> 제가요. 인지 단계에서 지금 말씀하신 대로 공수처가 할 거냐 말 거냐 판단하면 안 된다. 그걸 판단하기 위해서 공수처를 만든 겁니다.

◇ 김현정> 인지 단계에서부터.

◆ 김종민> 당연하죠. 고위 공직자 관련해서 즉 공수처의 수사 대상자와 관련해서 어떤 첩보가 있다면, 검찰이 이런 첩보를 입수했잖아요? 당연히 공수처에 알려야 됩니다. 만약에 이걸 알리지 않고 자기들이 수사했다 또는 자기들이 가지고 있었다? 이건 불법이에요.

아니, 대한민국의 정부 조직 체계가 입법이 됐습니다. 고위 공직자 이러이러한 사람들은 공수처에 수사를 하기로 법이 결정을 했어요. 그런데 당연히 검찰이 이건 국회의원 모모에 대한 첩보가 입수됐다. 이건 공수처가 수사할 사안이에요. 그런데 이걸 공수처에 알리지 않고 자기가 가지고 있어요? 불법 아닙니까?

◇ 김현정> 지금 공수처도 수사할 수 있고 검찰도 인지 단계에서는 다 수사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다 열려 있는 거 아니에요?

◆ 김종민> 수사가 아니죠, 그건.

◇ 김현정> 조사죠.

◆ 김종민> 당연하죠. 조사를 할 수 있는 건데 자기가 이걸 적어도 ‘이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서 수사 내지는 본격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면 적어도 알려줘야 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수사가 필요하겠다는 단계에서 알려주는 건 맞는데 그냥 조사만 하는 단계에서부터 보고하라는 건 과하다.’ 이런 주장 같아요.

◆ 김종민> 아니죠. 혐의가 있다고 하는 것은 수사 혐의가 없으면 검찰이 다룰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검찰은 수사하거나 기소하는 조직이잖아요. 얘기를 들었어요. 수사할 필요가 없어. 이건 검찰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겁니다. 검찰이 신경 쓸 것은 ‘아, 이게 수사 가능성이 있구나’라고 했을 때 문제가 되는 건데 당연히 그럴 때는 이 혐의에 대해서 공수처하고 정보 공유를 해야 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조금 기준이 필요하겠네요. 그러니까 어느 단계에서부터 알릴 것인가. 이걸 좀 명확히 하면 이런 논쟁이 없겠네요.

◆ 김종민> 그건 이후에 공수처 관련된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규정을 할 수가 있을 건데요.

◇ 김현정> 김 의원님 보시기에는 어느 단계 정도에서는 알려야 된다 보세요?

◆ 김종민> 당연히 이게 수사 필요성이 있다면 생각하면 알려야 됩니다. 왜냐하면 그러니까 수사를 검찰이 시작할 수는 없잖아요. 이거 공수처 수사 사안이니까.

◇ 김현정> 그렇죠.

◆ 김종민> 그런데 ‘이건 수사할 필요 없어’ 그러면 알릴 필요가 없죠. 그런데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그러면 당연히 알려야 되는데 이 점에 대해서 수사할 필요가 있는데도 알리지 않는다?

◇ 김현정> 그건 당연하죠. 그럼 조사 단계에서부터 알려라. 이건 과잉 걱정을 하는 거라고.

◆ 김종민> 아니죠. 그 조사 단계라는 게 수사에 대한 판단을 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당연히 조사 단계. 혐의가 어느 정도 확인이 되면 알리는 게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수사 여부에 대한 판단 가치가 있다고 생각될 때는 알려야 돼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 김종민> 그건 국가 기관 간에 업무 협조지 상하급 관계가 아닙니다, 그건.

◇ 김현정> 알겠습니다. 또 하나, 이건 좀 짧게 답변 부탁 드릴게요. 공수처의 검사 자격 요건이 일부 완화가 됐어요. 원안은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이었는데 어떻게 바뀌었냐면 공수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 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사람. 이렇게 조금 완화가 되면서 조금 넓게 풀을 잡고 원하는 사람을 그쪽으로 보내기 위한 것 아니냐? 이런 비판이 나오네요.

◆ 김종민> 전혀 사실이 아니고요. 지금 기본적으로 우리 법조 일원화에 따라서 판사 임용의 규칙이 일단 5년 이상으로 돼 있어요. 지금 10년으로 늘어나겠죠. 그런데 판사도 5년이니까 검사를 5년으로 하자 해서 좀 낮춘 거고요.

수사관 문제는 5년 이상으로 한다는 것에 대해서 별도로 어떤 조사 과정을 규정해서 마치 무슨 세월호 특조위라든가 이런 식의 활동했던 사람을 임용하기 위한 그런 조항들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이건 마타도어입니다. 왜냐하면 세월호에서 5년 이상 조사를 한 사람이 없어요. 다 1년, 2년 한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과정들이라고 하는 것은 변호사든지 아니면 우리 공정거래위라든지 국세청이든지 여러 가지 조사 활동을 하면서.

◇ 김현정> 그러면 조금 넓힌 이유는.

◆ 김종민> 5년 이상 조사한 사람은 충분히 자격 있다고 보는 거죠.

◇ 김현정> 한 그 정도로 넓혀놔야 다양한 사람들이 좀 들어와서 제역할을 할 것이다.

◆ 김종민> 세월호 특조위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이건 한국당의 주장인데 저는 검찰이 이런 한국당 주장을 자꾸 거기에 기대서 어떤 주장을 하면 검찰 스스로에게도 좋지가 않아요, 이건 국민들한테.

◇ 김현정> 알겠습니다. 20초 남았는데. 오늘 선거법 개정안 통과되겠습니까, 안 되겠습니까?

◆ 김종민> 오늘 표결만 남았으니까요. 표결은 당연히 통과될 거라고 봅니다.

◇ 김현정> 무기명 투표할 가능성이 조금 남았다, 이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 김종민> 그건 한국당이 무기명 투표 발의를 하겠다는 건데요. 그러면 우리도 기명 투표 발의할 겁니다. 그럼 표결해서 결정할 거예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김종민 의원 고맙습니다.

◆ 김종민> 감사합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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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기각' 조국 전 장관, 15시간여 만에 귀가

박기주 입력 2019.12.27. 01:49

               
지지자들에게 인사 후 차량 탑승, 별다른 입장 발표 없어
법원 "혐의 소명되지만 구속 사유는 아냐"..구속영장 기각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겸 박기주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구속영장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한 지 15시간여만에 귀가했다. 법원은 조 전 장관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만 구속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1시께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 기각과 함께 동부구치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 전 장관은 오전 1시 30분께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해 귀갓길에 올랐다. 이날 오전 10시쯤 법원에 출석한 후 15시간여 만이다.

그는 구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던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목례로 인사를 건넨 뒤 차량에 탑승했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범죄혐의는 소명되지만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 및 제반사정에 비춰볼 때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결국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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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영상] "영장신청 동의할 수 없다" 조국 前 장관, 법원 출석

김대겸 입력 2019.12.26. 10:19 수정 2019.12.26. 10:21
                          
      
"법정에서 소상히 밝히겠다"
"검찰 영장 내용, 동의하지 못해"
"검찰의 끝없는 수사 견뎌..혹독한 시간"

지금 조 전 장관이 우산을 쓰고 출석을 하고 있습니다.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보고 계십니다.

조 전 장관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10월 법무부 장관 퇴임 이후 두 달여 만에 처음인데요. 검찰이 주장하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됩니다.

주변에 지지자들 그리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모여서 소란스러운데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조국 / 前 법무부 장관]

122일입니다. 첫 강제수사 후에 122일째입니다.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이 없는 전방위적 수사를 견디고 견뎠습니다. 혹독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검찰의 영장 신청 내용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오늘 법정에서 판사님께 소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철저히 법률에 기초한 판단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그렇게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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