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2억 오른 1주택자도 1년내 팔면 1억5000만원 세금

세종=남건우 기자 입력 2020.07.11. 03:00 수정 2020.07.11. 04:07 

1년미만 단기매매땐 양도세 70%
3주택자-법인은 취득세율 12%.. 10억 집 사면 1억2000만원 내야
10일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종합부동산세 강화가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매물로 내놓으라는 메시지라면,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강화는 집을 더 사지 말라는 신호다. 정부는 새 양도세 적용 시점을 내년 6월 1일로 늦춰놓음으로써 향후 약 1년을 집을 팔 수 있는 시한으로 제시했다.

양도세는 크게 기간에 따른 중과세와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중과세로 구별된다. 기간에 따른 중과세는 집을 한 채만 갖고 있더라도 단타 매매를 못 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1년 미만 보유한 주택은 양도세를 40%에서 70%로, 2년 미만 보유한 주택은 원래 기본세율(6∼42%)만 물리던 데서 60%를 부과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1주택자가 1년 미만 갖고 있던 집을 차익 2억 원을 남기고 판다면, 지금은 8690만 원을 양도세로 낸다. 하지만 앞으로는 1억5000만 원가량을 물어야 한다. 양도세에 붙는 지방소득세 10%까지 감안한 금액이다. 이 집을 살 때 낸 취득·등록세와 중개수수료, 보유세까지 감안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중과세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규제지역)의 2주택자를 포함해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을 각각 20%포인트와 30%포인트 올리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은 16∼62%에서 26∼72%로 높아진다.

3주택자가 보유하던 집 중에서 3년간 갖고 있던 아파트를 차익 5억 원을 남기고 팔 경우 지금은 약 3억 원을 세금으로 낸다. 앞으로는 3억5500만 원가량을 납부해야 한다.

양도세 강화 조치를 내년 6월 1일부터 적용하는 건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자칫 양도세가 무서워 집을 못 파는 경우도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양도세 부담을 감안해 내년 6월까지 주택을 매각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양도세 인상으로 부동산을 증여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율도 끌어올리기로 했다. 현재 다주택자는 집값의 1∼4%를, 법인은 1∼3%를 취득세로 내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2주택자 취득세율은 8%로, 3주택 이상 보유자와 법인 취득세율은 12%로 인상된다. 집을 3채 갖고 있는 사람이 10억 원짜리 집을 한 채 더 사려면 1억2000만 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1주택자가 집을 옮기기 위해 기존 집을 팔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주택을 살 경우 2주택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이때는 일정 기간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1주택 세율(1∼3%)을 적용받는다. 정부 관계자는 “기간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이 될 수도 있다”며 “기간을 얼마나 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했다.

양도세와 달리 취득세는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 바로 시행한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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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마라톤 같은 것"..18년 전 용서·감사 유언장 남긴 박원순

박상휘 기자 입력 2020.07.10. 11:35 수정 2020.07.10. 11:52 댓글 45

2002년 책에서 아내와 자녀들에게 구구절절 사과
장례 조용히 치르고 조의금 받지말라 당부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신고 7시간만에 사망한 채 발견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 앞에 환하게 웃고 있는 박 시장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2020.7.1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돌연 잠적한 뒤 10일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18년 전 가족에게 미리 유언을 남겼었다. 2002년 박 시장이 쓴 책에 수록된 내용으로 자식들과 아내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박 시장은 "유산은커녕 생전에도 너희의 양육과 교육에서 남들만큼 못한 점에 오히려 용서를 구한다"며 사과로 유언장을 시작한다.

박 시장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 평생 농사를 짓고 소를 키워 자신을 뒷바라지했다고 묘사하며, 정직함과 성실함을 큰 유산으로 남겨줬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자식들에게는 "내가 너희에게 집 한 채 마련해주지 못하고 세간조차 제대로 사주지 못하더라도 너무 실망하거나 원망하지 말아라"라며 "그 모든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이 아빠에게도 왜 없겠냐마는, 그래도 그런 능력이 안되는 나를 이해해다오"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너희가 아무런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고, 거창한 부모를 가지지 못했다 해도 전혀 기죽지 말아라"라며 "첫 출발은 언제나 초라하더라도 나중은 다를 수 있다. 인생은 긴 마라톤 같은 것"이라고 적었다.

박 시장은 아내에게도 용서를 구하는 유언을 남겼다. 박 시장은 "평생 아내라는 말, 당신 또는 여보라는 말 한마디조차 쑥스러워 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아내라고 써 놓고 보니 내가 그동안 당신에게 참 잘못했다는 반성부터 앞선다"며 "행복이나 평온 대신 인권 변호사와 시민 운동가로서의 거친 삶을 옆에서 지켜주느라 고되었을 당신에게 무슨 유언을 할 자격이 있겠냐"고 사과했다.

박 시장은 "당신에게 용서를 구할 게 또 하나 있다"며 "아직도 내 통장에는 저금보다 부채가 더 많은데 내 생전 그건 어떻게든 다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박 시장은 용서와 함께 여러 부탁도 남겼다. 이제껏 소중히 모은 책들을 대학도서관에 기증해줄 것과 자신의 신체를 생명나눔실천회에 기증해줄 것, 시신은 화장을 해서 부모님 옆에 뿌려줄 것도 당부했다.

조용한 장례식도 당부했다. 박 시장은 "내 마지막을 지키러 오는 사람들에게 조의금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내 영혼은 그들이 오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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