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보다 독한 바이든.. 반도체·배터리·희토류 '反中동맹' 만든다

최인준 기자 입력 2021. 02. 24. 23:50 수정 2021. 02. 25. 08:31 댓글 621

 

美, 첨단 소재 중국産 수입 줄이기 위해 이달중 행정명령 서명
희토류는 호주·아시아 국가와, 배터리는 한국·일본과 연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전 반도체를 들고 발언하고있다./EPA 연합뉴스

미국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와 첨단 핵심 소재인 배터리·희토류 분야에서 반중(反中) 동맹 구축에 나섰다. 스마트폰·TV·전기차 등 첨단 기기에 들어가는 희토류와 배터리의 중국 수입을 대폭 줄이고 한국·일본·호주 등 동맹국 제품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표면적으론 “핵심 소재 수입처 다변화를 추구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중국 테크 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크다. 최근 2~3년간 중국 제재를 통해 화웨이 등 중국 기술 기업의 싹을 자른 것에서 더 나가 중국을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서 철저히 고립시켜 첨단 산업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독주 체제를 굳건히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산 첨단 소재·부품 수입 차단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달 안에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희토류·의료용품 등을 미국의 새로운 공급망 구축 대상에 포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보도했다. 행정명령의 핵심은 그동안 중국산 의존도가 높았던 배터리·희토류 상당량을 동맹국 제품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앞으로 반도체는 한국과 대만·일본, 배터리와 의료용품은 한국·일본 기업의 제품 수입을 늘릴 전망이다. 희토류도 중국 대신 호주·아시아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자국 희토류 사용량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등 핵심 소재·부품 대중 의존도가 높다.

바이든, 화상으로 캐나다 총리와 취임후 첫 양자회담 -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화상으로 양자 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든이 취임 후 가진 첫 양자 정상회담이다. 바이든은 회견에서 “중국과 더 잘 경쟁하고 우리 이익과 가치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접근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바

미국이 희토류·배터리 수입처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은 첨단 분야 소재·부품 공급 문제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희토류·배터리 1위 생산국인 중국이 이들 품목을 무역 보복 수단으로 악용할 경우 미국 테크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인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공급을 줄여 일본 산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희토류는 배터리·영구 자석 등의 원료가 되는 17개 원소다. 스마트폰과 전기차는 물론 전투기 등 첨단 무기에도 핵심 원료로 들어가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적이다. 희토류는 중국 이외 베트남·브라질 등에도 매장돼 있지만 채굴 과정의 환경 오염 등으로 인해 현재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자국 반도체 투자 유치 공들이는 미국

반도체도 중국이 향후 희토류처럼 세계를 상대로 무기화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반도체 기술 자립을 목표로 1조위안(약 170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올해 자국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에도 5조원을 투자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대만·한국에 이어 셋째 규모로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오는 2030년에는 전 세계 비율이 24%까지 늘어나 한국과 대만을 누르고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지 않으면 중국이 반도체 수급을 좌우하면서 미국 산업이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소재·부품 생산 점유율 현황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대만과 일본을 끌어들여 반중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보조금을 줘 미 애리조나주에 12조원 규모의 공장을 세우고 있다. TSMC는 이 공장에서 오는 2024년부터 군사용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TSMC는 일본 도쿄 인근 쓰쿠바에 연구소를 짓고 공장 건립을 검토하는 등 미·일·대만 동맹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확보에도 대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대만 정부와 반도체 업체들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자국 기업들의 반도체가 중국 기업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기술과 인력 유출이 일어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자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협력을 강화해 이런 위험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토류

원소 주기율표상에 있는 란타넘·이트륨 등 17개 원소. 매장량 자체는 적지 않지만, 광물이나 토양에 농축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극소량이 포함돼 있어 희토류라고 부른다. 미량으로 금속화합물의 전기·화학적 특성을 크게 바꿔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배터리, LCD, 스마트폰 카메라와 스피커, 제트엔진, 정유 설비, 광섬유 등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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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이 없다".. 비용 줄이려 미화원 내보내고 총장-교수가 청소

최예나 기자 입력 2021. 02. 25. 03:01 수정 2021. 02. 25. 09:51 댓글 587

 

[저출산 쇼크]저출산에 휘청이는 대학들〈上〉비수도권大 들이닥친 '인구절벽'

“10년 넘게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밥그릇을 빼앗나!”

“파렴치한 집단 해고 철회하라!”

23일 부산 사상구 신라대 앞에서 할머니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신라대에서 일해 온 청소용역 노동자들. 학교 측은 이들 50여 명에게 2월을 끝으로 계약 종료를 선언했다. 신라대 관계자는 어쩔 도리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10년 동안 교직원 임금도 동결하고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이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됩니다. 인구가 줄어드니 신입생 모집은 안 되지, 재학생은 ‘인 서울’ 한다고 빠져나가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터지고 1000명 정도 되는 중국인 유학생 비었지…. 총장, 교수, 직원 전부 다 같이 청소해서 그 비용이라도 줄여보려는 겁니다.”

꽃피는 3월 개강을 앞두고 활기차야 할 대학 캠퍼스지만 요즘 지방대는 초상집 분위기다. 캠퍼스에 학생이 없어서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다. 학생은 온라인에도 없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암울한 미래는 올해 지방대부터 덮쳤다. 동아일보가 취재한 지방대와 전문대 19곳 모두 “올해도 걱정이지만 앞으로가 더 두렵다”고 말했다.

○ 아이들이 없다―텅 빈 지방대의 전쟁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없어도 (일부 경쟁률이 높은) 간호학과나 유아교육과 빼고는 다 합격한다고 보면 됩니다.” 광주 A대 입학팀장은 요즘 지방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지난해엔 일부 미인기 학과만 미달됐는데 올해는 정말 암울하다”며 “1년 전 2.5 대 1이었던 정시 경쟁률이 올해는 0.7 대 1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올해 고3 등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은 대학 정원보다 7만6325명이나 적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21학년도 비수도권 대학 124곳의 평균 경쟁률은 2.7 대 1로 처음으로 3 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정시가 1인당 세 번까지 지원 가능한 걸 고려하면 사실상 전부 미달이다. 일부 대학은 충격을 받아 끝내 경쟁률을 비공개했다.

대학 정원은 많은데 지원자는 적다 보니 수험생들은 너도 나도 상향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지방대는 27일까지 진행되는 추가모집에서 2만7893명을 더 채워야 한다. 지난해(8930명)의 3배가 넘는다.

작금의 현실을 전북 B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방대는 지역 안에서 학생을 나눠 먹는 거잖아요. 유동인구는 줄었는데 편의점 대여섯 개가 쭉 붙어 있는 거예요. 등록금 공짜로 해줄게, 노트북 줄게, 별별 유인책 쓰면서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거죠. 솔직히 ‘제발 먼저 망하는 대학이 있어라’ 바라기도 해요.”

실제로 광주 호남대는 올해 신입생에게 아이폰과 에어팟을 준다고 해 유명세를 치렀다. 하지만 지난해 3.9 대 1까지 갔던 정시 경쟁률은 0.8 대 1에 그쳤다. 지방대 관계자들은 “사람 수 자체가 줄어드니 뭘 준다고 해서 올 상황이 아니다”며 “전액 장학금을 준다고 해도 안 오더라”며 허탈해했다.

이런 상황은 전문대에서 더욱 심각하다. 4년제 대학도 골라 갈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학생들이 전문대에 오지 않는 것이다. 서울 C전문대 관계자는 “우리는 보험용이라 4년제 합격하면 다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취업사관학교’로 불리는 보건계열이나 뷰티, 게임, 비서 등 인기 학과도 올해 경쟁률이 참혹하게 떨어진 대학이 상당수다.

○ 이미 10년 전 마른 수건 “못 채우면 죽는다”

등록금이 13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학생마저 급감하자 지방대들은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턱밑으로 느끼고 있다.

“한 학생당 1년 등록금을 400만 원만 잡아도 100명을 못 채우면 4억 원이 비잖아요. 올해 입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계속요. 재정적 압박이 말도 못 하게 큽니다. 대부분의 대학이 이번 주까지 올해 예산을 확정하는데 과마다 ‘이게 꼭 필요하냐’면서 살벌하게 싸워요.”

대학들의 긴축재정은 눈물겹다. 부산 D대는 학교에 전화 상담원 대신에 ‘챗봇’을 도입하기로 했다. 경남 E대는 교수들이 잘 안 보는 학회지 구독을 끊었다.

지방대는 다니던 학생들조차 ‘서울로 가겠다’며 떠나 이중고를 겪는다. “코로나19로 학교에 안 오니 반수가 쉽잖아요. 학령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니 재수하면 좋은 학교 입학하기는 더 쉽고….”(경북 F대)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교육부가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진행하는 해라 충원율에 대한 대학들의 스트레스가 정점에 달했다. 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하면 내년부터 3년간 매년 평균 40억∼50억 원 규모의 혁신지원사업비를 받을 수 없다. 이번 평가에서는 심지어 학생 충원율 지표에 대한 배점이 2주기 평가 때보다 2배나 올랐다. 지방대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학생을 채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해인데 어딜 돌아봐도 애들이 없습니다.”

최예나 yena@donga.com·이소정·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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