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유정 사건' 펜션운영자 "그후, 말라 죽고 있어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9.11.06. 09:18 수정 2019.11.06. 09:24

                          
      
고유정 범행으로..5년된 펜션 폐업
제주 마을에선 죄인 아닌 죄인처럼
퇴실 후 고유정 짐 많아, 도움 거절
펜션 주인이 청소했다? "가짜뉴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고유정 범행 펜션 운영자 가족)

전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 며칠 전 재판에서는 범행 직후 고유정이 아들에게 천연덕스럽게 했던 말과 행동이 드러나면서 더욱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고유정은 전남편 살해하고 화장실 청소한 뒤에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죠. ‘엄마가 물감 놀이하고 왔다.’ 그리고요. 펜션 주인과도 통화를 했는데 차분하고 태연하게 받았답니다.

결국 남편의 성폭행 때문에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지금부터 만날 분은 이 사건의 숨은 피해자입니다. 바로 고유정이 머물렀던 펜션의 운영자 가족인데 이분들 그 사건 이후로 말 못 할 고통을 겪고 있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직접 들어보죠. 펜션을 운영하던 노부부의 아들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나와 계십니까?

◆ 펜션 운영자 가족> 네.

◇ 김현정> 일단 지금 제주도 펜션은 어떤 상태인가요?

◆ 펜션 운영자 가족> 폐업 신고를 했고 현재는 운영을 안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문 닫았어요?

◆ 펜션 운영자 가족> 네. 너무나 큰 사건이 되어버렸고요. 또 여러 가지 언론 방송을 하면서 좀 펜션 업장이 특정이 되면서요. 더 이상 운영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이 돼서 폐업 신고를 하고 운영을 현재는 안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파셨어요?

(사진=고상현 기자)

◆ 펜션 운영자 가족> 아니요. 지금 사건이 이렇게 된 마당에 부동산 매매가 사실은 어려운 상태가 됐고요. 현재는 그냥 비어 있습니다. 가끔 가서 관리 좀 하고요.

◇ 김현정> 그래요. 언제부터 운영하셨죠, 이 펜션?

◆ 펜션 운영자 가족> 한 6년 전에 시작을 해서요. 거의 만 5년을 딱 영업했었습니다.

◇ 김현정> 만 5년. 이게 부모님께는 전 재산이었다고 제가 들었어요.

◆ 펜션 운영자 가족> 제가 10년 전쯤에 제주에 먼저 이주를 했고요. 은퇴하시고 고향에 계시던 부모님을 제 권유로 제주에 6년 전쯤에 오셨고요. 은퇴 자금을 가지고 펜션을 운영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전 재산 털어 넣고 온 힘을 다해서 5년 동안 운영하던 펜션이 이렇게 된 뒤에 지금 어떻게 지내세요?

◆ 펜션 운영자 가족> 경제적으로도 거기가 유일한 수입처였는데 경제 활동이 중지가 돼버렸고 또 가지고 있던 은퇴 자금은 다 그렇게 부동산에 묶이게 되었고 그래서 굉장히 어려운 중에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경제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주변의 시선도 부담스러우실 것 같아요.

◆ 펜션 운영자 가족> 지인분들은 걱정을 많이 해 주시고요. 그리고 펜션이 있던 곳이 사실 제주도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거든요. 마을 주민분들한테도 굉장히 큰 피해를 드려서 저희가 이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서 오가는 중에 마주치는 것도 굉장히 부담스럽고요. 그래서 저희 자녀들 입장에서는 사건도 사건이지만 부모님이 혹시 마음의 병을 얻지 않으실까 걱정이 돼서 굉장히 노심초사하고 있고요.

◇ 김현정> 누워 계세요? 한동안 앓고 누워 계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 펜션 운영자 가족>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고향을 떠났을 때는 정말 큰 결단을 하고 수십 년 사셨던 터전을 떠나서 새로운 일을 제2의 인생을 사셨던 거거든요. 그런데 이런 일들이 생겨버려서 마치 뭔가 인생이 마지막에 가서 망가진 것 같기도 하고 실패한 것 같기도 하고. TV만 틀면 뉴스가 쏟아져 나오니까 그 기억들을 계속 복기를 시켜주는 과정들이 정말 뭐 저도 이렇게 오랫동안 1면을 장식한 뉴스를 처음 봤을 정도로 사실 이게 굉장히 시끄러운 뉴스였잖아요. 그래서 심리 치료를 하러 다니셨고요.

◇ 김현정> 심리 치료까지. 그러니까 이게 여러분, 이 사건에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인 셈이에요.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사건이 벌어진 장소의 주인이라든지 목격자라든지 이런 사람들에게는 어떤 피해가 가는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문제인데 이런 피해자가 또 등장하네요. 그럼 고유정 측의 접촉은 전혀 없었어요, 변호사 통해서라도?

◆ 펜션 운영자 가족> 네,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럼 고유정 측에서 먼저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다든지 이런 것도 전혀 없었고요?

◆ 펜션 운영자 가족> 그럼요. 그런 일은 없었고요.

피의자 고유정이 범행 사흘 전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 등을 구매하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참 말씀 듣고 보니까 어디다가 ‘우리 피해 당했어요. 이런 인생이 망가지는 피해를 당했습니다’라고 하소연할 데도 없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그야말로 그냥 속으로 속앓이 피멍이 드는 거네요. 이번 고유정 사건의 숨은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유정이 머무르고 살인을 저지른 그 펜션의 운영자 가족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고유정의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우리를 또 한번 놀라게 하고 있는데요. 뭐냐 하면 사건 당일에 펜션 주인, 부모님이시죠. 펜션 주인과 고유정이 통화한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어요. 고유정하고 그날 밤에 직접 통화하신 건 아버님, 어머님 중에 누구세요?

◆ 펜션 운영자 가족> 아버님이시고요.

◇ 김현정> 아버님. 왜 통화를 하게 되셨죠?

◆ 펜션 운영자 가족> 그러니까 저희 운영 시스템이 손님과 대면을 하지 않고 입실하고 퇴실하는 방식이거든요.

◇ 김현정> 무인 펜션이라고 하나요, 그런 걸?

◆ 펜션 운영자 가족> 손님이 오신다고 하면 출입문에 도어락을 비밀번호를 알려드리고요. 입실했다고 전화를 주시면 저희가 안내를 해 드리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그날 입실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화가 계속 오지 않아서요. 전화를 몇 차례 했었는데 계속 받지 않았고요. 그러다가 저녁 늦게 처음 통화가 됐는데요.

◇ 김현정> 그 저녁 늦게가 몇 시쯤으로 기억하세요?

◆ 펜션 운영자 가족> 9시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밤 9시가 되어서야 통화가 됐는데.

◆ 펜션 운영자 가족>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잠깐 뭐 하고 있으니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 김현정> 지금 그 시각이 이제 와서 보니 범행 직후 시각인 것으로 지금 검찰이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시간에 통화가 되신 거예요.

◆ 펜션 운영자 가족> 그런데 전화를 금방 줄 것처럼 하고 끊었는데요. 전화가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버님 입장에서는 더 늦기 전에 안내를 하고 밤이 늦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 10시경에 아버님께서 다시 전화를 한번 했습니다. 아이가 전화를 받았고요. 그리고 고유정이 전화를 다시 받아서 저희가 안내를 쭉 해 드렸고요. 펜션 이용 방법이나 보일러는 어디서 켜는지. 전화를 그날 다 하고 끊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특이한 점이 하나도 없었고요.

◇ 김현정> 목소리도 그냥 태연하고 밝았대요? 어떤 식으로 기억하세요?

◆ 펜션 운영자 가족> 아버님께서 지나고 나서 말씀하시는데 전혀 그럴 목소리가 아니었고요. 그리고 퇴실하는 월요일에는 아침에 고유정한테 전화가 왔어요. 혹시 늦게 나가면 언제까지 나가면 되는지를 물어왔어요.

◇ 김현정> 그때도 역시 목소리는 평범했나요?

◆ 펜션 운영자 가족> 네, 평범했고요. 그래서 아버님께서는 12시 안에는 그래도 퇴실해 주셔야 한다. 이렇게 안내를 했고요. 그리고 시간이 돼도 퇴실을 안 하셔서 아버님이 12시가 다 돼서 펜션으로 가셨고요.

◇ 김현정> 직접 가셨어요?

◆ 펜션 운영자 가족> 네. 퇴실하는 고유정하고 마침 마주쳤고요.

◇ 김현정> 그때 모습은 어떻게 기억하세요?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펜션 운영자 가족> 혼자 있어서, 혼자서 큰 짐들을 나르고 있어서 아버님이 큰 짐을 좀 도와줄까 하는 마음에 ‘남편은 없냐?’고 그러니까 고유정이 먼저 아이랑 갔다고 얘기를 했고요. 고유정이 처음 예약 전화를 할 때 제가 아버님 옆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버님이 연세가 있으시니까 전화가 오면 보통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세요, 전화를 좀 멀리 두시고. 그런데 그날 특이했던 점은 고유정이 저희 아버님한테 주인이 정말로 와보지 않냐고를 몇 차례 확인을 했어요.

◇ 김현정> 중요한 포인트네요. 진짜로 주인이 펜션에 와보지 않냐. 들르지 않냐고 몇 번 확인을 했어요?

◆ 펜션 운영자 가족> 네, 왜냐하면 저희가 기존에 안내도 되어 있고 주인과 마주치지 않는 시스템입니다라고 이런 광고가 이미 여러 번 돼 있는데요.

◇ 김현정> 돼 있는데도 또 묻던가요?

◆ 펜션 운영자 가족> 물어서 사건이 생겼다고 경찰한테 저희가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먼저 그 전화 통화를 특정을 했습니다. 그 사람인 것 같다고.

◇ 김현정> 그러니까 경찰이 살인 사건 이런 게 일어났다, 그 펜션에서. 이 얘기를 듣자마자 그 여성이 떠오르셨어요.

◆ 펜션 운영자 가족> 왜냐하면 그거 물었던 손님 아니냐고를 떠올릴 정도로 좀 특이한 통화였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아버님이 찾아가셨을 때 이제 나가야 될 퇴실 시간이 됐는데도 퇴실하지 않아서 찾아가셨을 때 짐이 많았다고 했는데 그 짐이 지금 생각해 보면 사체가 담긴 봉투였던...

◆ 펜션 운영자 가족> 그러니까 아버님이 생각하기에 여자 혼자 큰 짐을 나르고 있으니까 비도 오고 해서 차까지라도 옮겨드리려고 들어드리려고 하니까 만지지 말라고 그때 고유정 말이 제가 좀 예민하고 그러니까 짐에 손 안 댔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얘기를 했고요.

◇ 김현정> 짐이 사실 무거우면 도와주겠다고 하면 고맙습니다 해야 될 텐데 제가 예민하니까 만지지 말아라.

◆ 펜션 운영자 가족> 그리고 이제 아버님은 펜션 내부에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서요. 평상시처럼 청소를 하셨고 그날 오후에 바로 다른 손님들이 오셔서 지금 지나고 나서 굉장히 그분들한테 죄송한 일이 됐지만 그분들도 아무 일도 있었는지 모르고 3박 4일 동안 다녀가셨고요.

◇ 김현정> 지금 듣고 보니까 정말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었다. 그러니까 살인 행위였다고 보기에는 아주 미심쩍은 점이 이 펜션 주인 노부부와의 통화에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부분들에 대한 증언이 나온 것 같습니다. 하여튼 선생님,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예요. 그야말로 숨은 피해자. 어디다가 하소연할 수도 없었던 숨은 피해자인데 꼭 지금 우리 청취자들께 오늘이 첫 언론 인터뷰시죠.

◆ 펜션 운영자 가족>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청취자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 펜션 운영자 가족> 그러니까 사건 초기에요. 펜션 주인이 현장을 말끔히 치웠다, 비밀로. 이런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 김현정>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임의로 훼손했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 펜션 운영자 가족> 네. 그런데 그렇지 않고요. 고유정이 일단 첫 번째 청소를 하고 간 상태에서 저희가 말씀드렸다시피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서 손님을 받을 정도로 깨끗한 상태였고요. 그리고 그다음에 이게 정말 사건이 된 후에 그걸 저희 임의대로 청소를 한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 김현정> 말이 안 되죠.

◆ 펜션 운영자 가족> 저희가 다 경찰의 통제를 받았고요. 경찰이 청소를 해도 된다는 사인을 받고 저희가 청소를 했고요.

◇ 김현정> 그 부분을 바로잡고 싶으신 거군요.

◆ 펜션 운영자 가족> 네. 그리고 저희를 또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방송사에서 특히 자료 화면을 사용하는 부분에 있어서 정말 그런 모자이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희미한 모자이크들을 했고요. 시청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라고 하는데 사실 그 펜션 업장을 특정해 주는 게 무슨 알 권리였는지는 잘 모르겠고요, 아직도.

◇ 김현정> 그런 부분에 있어서 피해가 극심했고.

◆ 펜션 운영자 가족> 그리고 아버님이 세 달 사이에 전화번호를 두 번이나 바꾸셨어요.

◇ 김현정> 왜요?

◆ 펜션 운영자 가족> 기자분들한테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요. 그 부분에 굉장히 시달리셨고요. 그리고 제가 한번은 전화가 왔던 기자님한테 ‘혹시 저희가 피해자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보셨죠?’ 그러니까 이분이 솔직하게 답하시더라고요. ‘그런 생각 못해봤습니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했던 표현이요. 고유정이 안타깝게 전남편을 죽였다고 그러면 저희도 똑같이 말라죽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 김현정> 말라죽고 있다. 우리는 말라죽고 있다. 얼른 좀 가족들이 마음을 추스르시고 몸과 마음 다 추스르시고 예전처럼 살아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또 정당한 피해 보상도 받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펜션 운영자 가족>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유정 사건의 숨은 피해자네요. 이번 사건을 푸는 데 중요한 증인이기도 합니다. 펜션 운영자 가족, 그 아들을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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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유정 계획 살인 결정적 증거.. 검 "전 남편 15회 흉기로 찔러"

제주=문정임 기자 입력 2019.11.05. 04:04 수정 2019.11.05. 10:14

               

 

범행 현장의 혈액 튄 흔적 토대로 고씨 "한번 찔렀다" 주장 뒤집어
국민일보

전 남편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6)이 피해자를 최소 15회 이상 흉기로 찔렀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결정적 분석이 법정에 증거로 제출됐다. 재판과정 내내 “성폭행하려는 전 남편을 우발적으로 부엌칼로 한번 찔렀다”고 해온 고유정의 주장을 뒤엎는 것이라 주목된다.

4일 제주지법 201호 형사2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 법정에서 열린 이 사건 6차 공판에서 검찰은 이와 함께 고유정이 범행 전후 태연하게 펜션 주인과 수차례 통화한 점 등을 들어 “의도적이고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국과수가 범행현장인 펜션 벽에 튄 혈액의 흔적과 혈액량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국과수는 이를 통해 “혈액 흔적이 난 방향과 혈액량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적어도 15회 이상 흉기로 피해자를 찔렀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펜션 다이닝룸에서 9차례, 부엌에서 5차례 흉기를 사용했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 펜션 주인과 나눈 통화음성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사건 당일 저녁 8시10~9시50분 펜션 주인과 세 차례 통화를 나눴다면서 통화음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두 사람의 통화는 고유정이 전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아들(6)이 전화를 받고 바꿔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고유정은 통화에서 애교 있고 살가운 말투로 대화를 나눴다.

특히 범행 직후인 오후 9시50분쯤엔 자신의 휴대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아들이 바꿔주자 고유정은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며 웃으면서 말하기도 했다. 범행을 저지르고 욕실로 시신을 옮긴 뒤 혈액 흔적 등을 지우고 있었을 시간이었다.

검찰은 “피고인의 설명대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질렀다면 당황해 이처럼 고도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미리 전 남편을 살해하려는 계획 또는 의도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고유정이 경찰에 구속된 뒤 현 남편과 면담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분홍색 파우치가 압수됐는지 계속 캐물었다는 점도 계획 살인이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고 제시했다. 이 분홍색 파우치에는 고유정이 처방받은 약봉지가 들어있었으며, 약봉지는 수면제인 졸피뎀으로 추정되는 알약만 빠진 채 뜯겨져 있었다.

고유정은 전남편의 아들 면접교섭 재판신청이 받아들여진 다음날인 지난 5월10일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7정을 포함한 감기약을 처방받았으나, 경찰이 확보한 감기약 봉지에는 졸피뎀 7정만 사라진 채 나머지 감기약 성분은 고스란히 그대로 있었다. 전 남편의 혈흔에서는 다량의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

검찰은 또 고유정의 아들이 “(졸피뎀이 든) 카레를 나와 삼촌(자신의 친아버지를 삼촌이라고 부름)만 먹었다”고 한 진술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전남편이 카레를 먹지 않았다“던 고유정의 법정 진술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법정에는 피해자인 전남편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증인으로 나왔다. 증인석에 앉은 피해자의 어머니는 “지금 이 순간 내 아들을 죽인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가슴이 끊어질 것 같다”며 “존경하는 재판장님, 아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명예를 더럽힌 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주길 부탁드린다”고 진술했다. 고유정은 유족 증언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인채 들지 않았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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